안노 히데아키가 극찬하는 애니
본문
*결과가 아닙니다. 싸우는 것이야말로V가 아닙니까.
- V건담 DVD박스 in 안노 히데아키
저는 "V건담" 이후의 토미노씨 작품은 왠지 손이 가지 않아서 보1지 않았습니다. 볼 필요가 없어져서 그런건지도모르겠네요.
그래서"V건담" 은 저에게 있어 최후의 토미노 작품입니다. V건담이 방영되었을 때, 제 주변의 V건담의 평판은 굉장히나빴습니다.
하지만,저는 "왜 이 작품의 좋은 점을 모르는거야" 라고 생각할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당시에 했던 어떤 애니메이션보다도"굉장히" 재미었었습니다.
그무렵에 제가 열심히보던건 "세일러문" 과 "V건담" 뿐이었습니다. 최후로 매달린 애니메이션이었지요. 만약 두작품이재미없었다면,
저는"신세기 에반게리온" 을 만들기 전에 애니메이션 일을 때려쳤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에바" 같은걸 만들 기분이 들지않았겠지요.
당시저는 "역습의 샤아" 를 좋아했습니다만, "역샤" 에 대해서도 "V건담" 에 대해서도 당시 애니메이션계는냉담했습니다.
"역샤"는 관계자들을 인터뷰해서 동인지도 냈고, V건담도 애니메이션 잡지에 투고까지 했었죠. 하지만 "V건담 특집 한번하죠"라고 말해도,
겨우몇페이지 밖에 안나갔습니다. "오빠에게" 때도 그랬지만, "V건담" 까지도 반응을 하지않다니 애니메이션계는 이제끝장이다.
- 라고생각했었죠. "V건담" 은 제작면에서도 힘든 상황이라고 들어서, 하다못해 작화라도 도와주고 싶어서 가이낙스를 끌고 원화를도와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한 주제에, 한 대담에서 "V건담은 실패작입니다" 라고 토미노씨에게 정면으로 말해버렸죠. 뭐 그이전에도 그다지 칭찬받는 작품은
아니었긴했지만. (쓴웃음) 지금도 실패작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졸작이라는건 아닙니다. 성공작이니 뭐니하는건, 이 작품의 가치와는전혀 관계없어요.
만드는입장인 토미노씨에게 있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이 저는 재미있고, 이런 점이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실패한것 자체는 큰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실패작이라고 생각한건, 저는 "V건담" 을 웃소의 성장이야기로 보고, 샤크티와함께였던 그가
여러가지경험을 하면서 처음에 있던 그 자리에서 나아가는 이야기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본편을 보니 웃소는 여러 여성들에게찍히고,
험한꼴을 당하고서는 최후에 샤크티한테로 돌아가버리더군요. (웃음) 결과로서 보자면 그 장소로 돌아간 것은 그곳에 진실이 있기때문이죠.
그래서저는 그걸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성장하지 않는 주인공이라고 해도 좋고 말이죠. 웃소는 처음부터 뭐든지 잘하는아이였고,
결국 그이상으로는 되지 않았습니다. 1년이 걸렸는데도 아무것도 성장하지 않았죠. 이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V건담은직구입니다.
성가신메타포따윈 날려버리고 이야기하고 싶은걸 직접 이야기하죠. 네이밍도 그래요. 웃소의 이름도 "이렇게 뭐든 잘하는 아이가있다니"
라는의미에서 "거짓말" (주-일본어로 거짓말은 "우소") 라고 이름붙인거지요. 샤크티라는 이름도 직구예요.
토미노씨정도되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직구승부를 하는걸 보고 자극받았습니다. 이건 우리들도 하지않으면 안된다.
-랄까. 지금까지 오블라토 (역주 - 가루약을 싸는 녹말로 만든 막. oblaat) 에 싸여 표현해왔는데, 그걸 때려치우고직접 그 안에 있는 것을 내보인 겁니다.
토미노씨안에 있는 것들이 멈추지 않고 줄줄 흘러넘친다고 할까요. "전설거신 이데온" 과 비교하는 사람도 있지만,
역시"V건담" 은 "V건담" 만의 좋은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이데온" 같이 제한선을 버린 느낌은 없지만,"이데온" 에는 질퍽한 부분이 적어요.
"V건담" 쪽이 훨씬 더 질퍽질퍽하지요. (역주 - 원문은 ドロドロ. 원래 ドロドロ는 질퍽하다 - 라는 뜻이지만,
욕망이나감정이 뒤섞인 상태를 뜻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질퍽한 관계" 던가하는 표현이 있으니까 쉽게 이해하시리라생각합니다)
하지만,이런 질퍽질퍽한 부분을 직구로 그대로 나타내다보니 V건담을 보기 힘들다 - 라고 하는 사람이 많은지도모르겠네요.
좀 더 이야기하면, 이런 질퍽질퍽한 이야기를, 구지 그림자없는 단순한 톤으로 그렸는가도 이상하고, 돌출된 부분과 억제된부분이 있음에도,
결국여러부분에서 밸런스가 무너졌습니다. 음악도 전혀 맞지 않았고 말이죠. 로봇물의 음악이 싸구려 지향으로 흐르고있는데도,
엄청나게좋은 음악을 썼단 말이예요. V건담은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밸런스가 맞지 않았지만, 저는 이런 밸런스가 맞지않는 점이좋습니다.
작품 외적인 부분도 재미있었지요. 빅타이틀인 점에 안주해 "건담이니까 팔리겠지" 라는 생각만하고 팔려는 노력을 하지않은스폰서가 팔리지 않으니까
당황하는게 작품 내에 보입니다. "건담인데 어째서 장난감이 안팔리지?" "건담인데 LD가 안팔려" 라고 당황스러워하는스폰서에 대해
토미노씨는 강하게 자기쪽으로 페이스를 끌어당겨 대응했습니다. 제삼자가 보면 완구나 비디오를 파는 쪽에게 너무 짖궂은게아닌가 -
라고생각하게 할 정도로 말이죠. 바이크 전함같이 상품하고는 전혀 연관이 없는 것들이 나오고, 새로운 모빌슈츠가 나와도 그렇게활약시키지 않아요.
건담도양산되었으니까 태연하게 박살내고 말이죠. 작품 내에서 주역메카에게 히어로성을 주고싶은 부분과,
주고싶지않은 부분이 교차가되어 나왔다고 해야겠죠. 토미노씨는 "각본은 단 한마디도 바꾸지 않고, 콘티를 자르겠다" 라고 말하고싶었다고 봅니다.
우리들이저런 부분까지 열정을 불태우면 어쩌자는거야 - 라고 하는 부분까지 미리 생각하고 있었죠.
"V건담" 에서 가장 좋아했던건 첫번째 OP곡이었습니다. Stand up to the victory. 승리를 위해일어선다는거 말이죠.
이게V건담의 테마로 연결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으로서도, 상품판매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건담의 승리" 를 노래하고있으니까요.
도중에노래가 바뀌었을 때는 작품의 테마도 바뀐거 같아서 굉장히 안타까웠습니다. 그 곡 중에 "그 쪽에 아무것도 없어도 좋아"라고 딱 자르는게 좋았죠.
역시토미노씨는 무언가에 절망했을 때, 그 절망했던 것으로부터 나온다는 느낌이랄까요.
굳이 토미노씨가 아니더라도, 감독을 하고 있다보면 작품을 만드는 도중에 괜히 우울해져서 인간불신같은걸 하게됩니다.
"이데온" 도 인간불신의 혼같은 작품이었고, "V건담" 도 그렇죠. 이 작품들에서 가장 팔팔한건 노인뿐이고, 그 외에는구제불능인 어른들뿐입니다.
란바랄이없는 세계랄까요. 퍼스트 건담에서는 어른이 잔뜩 나옵니다만, Z에선 등장인물이 어린애뿐이예요.
역샤에선어른다운 어른은 1명도 나오지 않았고 말이죠. V건담은 노인들이 힘을 내서 어른역할을 하고 있습니다만,
노인이외에는 바보같은 사람, 머리가 이상한 사람 아니면 아이들만 잔뜩 있지요. 저에게 "결국 할아버지에게는 이길 수없어"
라는인식을 심어준 작품입니다. 토미노씨에게, 또 미야자키씨에게, 또 그 세대에게 우리들은 이길 수 없다는 그런거말이죠.
"세라문" 을 재미있게 봤습니다만, 이건 작품이 재미있다기보다는 세상에 나온 타이밍이 좋았던게 아닌가 - 라고 생각하고있지요.
하지만,V건담은 토미노씨가 있는 힘을 다해 재미있는 것을 만들려고 했던 작품입니다. 특촬물 "울트라맨 티가" 도,
우리들세대와 비슷한 세대 사람들이 힘내서 여러가지를 생각해 만들었습니다만, 제일 재미있었던건 지츠소지
(역 주- 초대 울트라맨의 감독)씨의 이야기였죠. 데자키씨의 "오빠에게" 도 그렇고... 진짜배기 세대의 사람들에게는 당해낼 수없습니다.
...아. 본래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이런 당해낼 수 없는 세대에 맞서 최대한 우리들이 힘내서 만든 것이 "에반게리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