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렘물에 둔감한 남주가 많은 이유.s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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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무 당연한 이유인데 선한 남주라면 상대방의 마음을 아는 순간 반드시 답변을 해줘야하기 때문이다.
호의를 알면서도 어영부영 넘어가는 남주는 이미 그 시점에서 한심하거나 쓰레기 같은 인간이 된다.
지금이야 이런 마이너스 요소도 주인공의 인간미로 많이 쓰이지만 옛날에는 극혐이었다.
그리고 성실히 답변을 해줘도 문제인게 이미 답변을 한 시점에서 하렘이 성립될 수가 없다.
고백을 받아들이면 순애물로 장르가 바뀌고 고백을 거절하면 즉시 고백한 히로인이 탈락하니까.
주인공에게 성실함이나 올바름 같은 요소를 넣은 이상 하렘을 허용하는 건 말이 안 되니 둔감이란 꼼수를 쓴 것.
이 클리셰를 약간 비튼 게 사오토메 란마.
란마는 대놓고 "진지하게 책임지긴 싫지만 인기는 누리고 싶다"라는 쓰레기스러움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쓰레기스러운 마인드는 의외로 독자들에게 먹혔는데 작품 자체가 가벼운 덕이다.
현실적인 연애 문제를 다루기보다 판타지 배틀이 섞인 개그물이니 이런 쓰레기 마인드도 가벼워지는 것.
진지한 현실의 연애와는 거리가 먼 데다 개그물 특유의 분위기 덕에 용서받는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현대 배경에 작중 분위기가 진지하다면 허용될 수가 없는 게 하렘인 셈.
그래서 요즘은 하렘이 가능한 이세계를 주로 써먹는 편이다.
하렘을 허용하지 않는 건 어디까지나 현대 지구의 윤리니 아예 윤리가 다른 세상이면 그만이니.
그렇지만 이세계물이 큰 인기를 끄는 건 지금 얘기고 지금만큼 장르가 완벽히 정립되지 않은 옛날에는
주인공이 청소년인만큼 현대의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게 절대다수였다.
일상물이든 배틀물이든 전부 지구에서 학교를 다니는데 윤리상 하렘이 가능할 리가.
어찌보면 둔감이란 그 불가능한 하렘을 어떻게든 현대에 써먹으려던 몸부림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