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오공이 있어서 즐거웠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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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은 작가부터가 오락성만을 추구했다고 회고한만큼 창작물에선 십중팔구 있을
작가의 철학이나 사상이 거의 담기지 않았음.
도와주는덴 특별한 계기없이 순수하게 그 때 받은 호의에 답할 뿐이고
맞서는 악당들도 무슨 계기가 있는 게 아닌 순수하게 본인의 욕망 하나만을 위해 움직일 뿐인 절대악들임.
그레이트 사이어인은 그러한 오반이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페르소나 같은 셈이지.
GT가 이질적이란 평을 받는 것도 이러한 이유인데
최종전에서 오공이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내 끝내 지구를 구해내고 이러한 그의 모습은 고결하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음.
팡은 이러한 오공이를 보고 신과 같다고 말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우리가 아는 오공이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음.
그도 그럴 게 원작에서 오공이는 신의 자리를 거절하고 무도가의 길을 택했으니까.
オッス、オラ悟空!
(안녕, 난 오공이야!)
자신에 대해 소개를 할 때도 언제나 그냥 "손오공"이라 말할 뿐 자신을 부각시킬만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음.
(유일한 예외가 프리저와 싸울 때 외친 "수퍼 사이어인 손오공" 정도.)
멸망한 미래에서 부르마가 오공이에 대해 설명할 때도
"그저 강한 게 아니라 어떻게든 뭔가를 해줄 것 같은 사람이었어."
라고 평가하는데
이러니저러니 해도 오공이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때론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고 일을 크게 키우기도 함.
그럼에도 그가 지금까지 회자되는 이유는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상황에서 책임을 지고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으며 혼자 힘으로만 해결하려 하지 않고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인간미를 보여주기 때문.
마인부우 편과 사악룡 편의 원기옥에서 이 차이가 드러나는데
오공이의 외침만으론 지구인들은 기를 보내주지 않았고 결국 사탄의 힘을 빌려야 했을 정도로 오공이 개인의 한계를 보여줌.
비슷한 예로 호카게가 된 나루토나 사황이 된 루피, 챔피언이 된 지우 등등
성장하며 변해가는 주인공을 보며 뭉클해하면서도 동시에 씁쓸함을 느끼고
점차 변하는 작품 분위기에 적응 못해 하차하는 경우도 생김.
하지만 오공이는 가장이 되건 우주 최강이 되건 우리가 아는 오공이 그대로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언제나 그 시설 그 감성 그대로 오공이를 지켜보는 게 가능함.
이게 다른 만화 주인공들과 차별화되는 모습이고.
그렇기에 마지막 화에서 막연히 수행길을 떠났다고 끝내도 독자들은 당황하면서도 오공이답다며 납득했음.
오공이는 지금도 어딘가에 내가 아는 모습 그대로 있을 것만 같은 믿음이 있으니까.
때론 엉뚱하고 때론 든든하고 때론 재밌는 있는 그대로인 오공이니까 취향 갈릴 일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고루 사랑 받을 수 있었고
그렇기에 드래곤볼은 전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