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봉요원 66권 잡설1
본문
삼국지연의에서 조자룡은 창을 잘 다루는 인물로 나온다. 오죽하지만 지금까지도 무언가를 능숙히 다루는 사람을 묘사하는 말로 "조자룡 헌 창 다루듯 한다"란 속담이 있을까.
그런데 화봉요원 66권에서 요원화(조자룡)가 다루는 창(槍)은 다름아닌 차축(車軸)이다. 쇠로 만들어 너무나도 무거운, 두 사람이 달라붙어야 겨우 들 수 있는 무거운 축대. 요원화는 그것을 한 손으로 가뿐히 들어보인다.
사실 이 축軸에는 가장 직접적이고 고전적인 비유가 존재한다. 바로 열녀전에 나오는 표현이다.
...服重任 行遠道 正直而固者軸也 軸可以爲相...
중요한 임무를 맡아 먼 길을 가기 때문에 정직하고 변함이 없어야 하는 것이 축軸이다. 축은 재상에 해당된다.
『열녀전』「노나라 계손씨 집안의 경강 魯季敬姜」 유향著
따라서 축軸에는 ‘묵묵히 제 할일을 하는 사람’이란 비유를 지닌다. 축軸이라 함은 치국(治國)이란 대업을 실행하는 여러 사람들 중 재상직에 해당하며, 중요한 임무를 맡아 먼 길을 가야만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服重任 行遠道) 그렇기에 이들은 정직하고 변함이 없는 법이다.(正直而固者軸也)
또한 중국어에서는 ‘축을 쥔사람(當軸者)’이란 상투적인 표현이 있다. 이것은 중요한 지위/위치에 있는 사람, 주요한 정권을 담당한 사람을 이른다. 그렇다는 말은 요원화에게 길을 마련해 준 사람, 제갈량을 가리키는 것일 테다.
축軸 가운데서도 하필 가장 무거운 쇠축鐵軸을 묵묵히 들고 다닌다는 점은, 요원화가 ‘헌 창 다루는’ 조자룡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체현함과 동시에, 그가 남은 반평생을 평생 유비를 따라 먼 길을 나가 동정서벌했다는 상징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수많은 생명의 소모를 필요로 하는, 핏물로 가득찬 패업(覇業)의 길.
재상(軸)이자 치국의 대업을 실행하는 당축자(當軸者) 제갈량은 그 길을 마련한다.
그리고 요원화(조자룡)는 빛(亮)의 지시를 따라 쇠축鐵軸을 짊어지고 묵묵히 먼 길을 나선다. 한 번 들어서면 다신 돌아오지 못할 잔혹한 길을. 누구도 알아주지 못하는 먼 길을.
길은 그 길 위를 걷는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듯, 요원화란 사람도 온몸에 핏물을 잔뜩 뒤집어 쓸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저 묵묵히 계속 걸어갈 것이다. 쇠축鐵軸을 든 짐꾼 마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