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봉요원 616화 간단감상
본문
615화 마지막에서 바로 이어지는 616화. ‘정견’에 관한 언급과 함께 순욱의 연설이 시작된다.
나레이션 : 世上只有政見, 是不能辯勝
세상에 논쟁으로 꺾을 수 없는 것은 정견(政見)뿐이라.
나레이션 : 所以, 爲臣之路不容易
그렇기에, 신하의 길이란 쉽지 않은 법이다.
나레이션 : 而忠臣, 更是天下間最矛盾的角色
또한 충신은 천하에서 가장 모순된 배역이고.
나레이션 : 是忠於主君,
주군에게 충성을 다해야 하는가?
나레이션 : 還是忠於世道眞理
아니면 세상의 진리에 충성을 다해야 하는가?
나레이션 : 有人說, 忠臣亦要把權, 方能壓下奸臣
누군가 말하길, 충신이라도 간신을 억누르기 위해서는 권력을 쥐어야 한다던데.
나레이션 : 而我終也到了作出最後抉擇的時候
결국 내가 최후의 결단을 내릴 순간이 찾아오고 말았구나.
나레이션 : 一個將滅的漢室, 一個極權的臣子
명운이 다해가는 한실인가, 지극한 권력을 가진 신하인가.
천천히 분위기를 돋우려는 순욱. 그는 여러분의 여흥을 깨트리지 않을 테니 어디 한 번 자신의 말 좀 들어볼 것을 촉구한다.
순욱 : 丞相爲國盡力, 無丞相無漢室!
나라를 위해 온 힘을 다해온 승상이시니, 승상 없이는 한실도 없었을 것이오!
순욱 : 立魏公, 荀彧並無異議!
위공(魏公)을 세움에, 순욱은 아무런 이견이 없는 바라!
순욱 : 回想當初, 董卓亂天下, 諸侯無心救國,
그 당시만 해도, 동탁이 천하를 어지럽히고 제후들은 구국의 마음이 없었는데.
순욱 : 然而只有丞相, 敢於挑戰奸臣, 即使力孤, 也毫無退意!
헌데 오로지 승상만이 간신(奸臣)에게 도전하기를 서슴지 않았고, 설령 세력이 미약할지라도 물러설 뜻은 전혀 없었지!
순욱 : 離家的男兒, 縱失去生命, 也要爲世間之道義而戰!
집을 떠난 남아는 목숨을 잃는다 하여도 세상의 도의를 위해 싸워야 하는지라!
순욱 : 離鄕的男兒回首, 世間有多少壯士能堅定如此!
고향을 떠난 남아가 돌이켜 보건데, 세상에 이처럼 굳건할 수 있는 장사가 몇이나 될까?
순욱 : 但是竟有人公然誣衊立魏公是爲篡天下而鋪路!
그럼에도 누군가가 위공을 세움이 천하를 찬탈하기 위한 길을 닦는 것이라 공공연히 모함하고 있소!
순욱 : 功高蓋主受天命, 那是奸臣打擊忠臣的無恥讒言!
아랫것의 공이 주인을 덮어 천명을 받았다 함은, 충신에게 타격을 입히려는 간신의 뻔뻔한 참언!
순욱 : 董卓入京廢天子, 立新君以令諸侯;
동탁은 수도에 입성해 천자를 폐하고, 새로운 임금을 세우곤 제후들을 호령했고,
순욱 : 呂布心中無國, 只貪圖利益; 而袁術公然無視身份自立爲帝;
여포는 마음속에 국가 따윈 없이 오로지 이익만을 탐했으며, 원술은 공공연히 제 신분을 도외시한 채 스스로 황제 자리에 올랐소.
순욱 : 袁紹更敢向漢室開戰, 說的是同一番話!
거기에 원소는 한실(漢室)에 전쟁을 선포하면서 똑같은 논지를 내세우기까지 했소!
순욱 : 這裡面有保家衛國的勇士, 也有四世三公的忠臣,
그들 가운데에도 본래 가문을 지키고 나라를 보위한 용사와 사세삼공의 충신이 있었으나,
순욱 : 但仍無視國法, 引戰亂禍百姓!
그런 그들도 국법을 부시하고 백성들을 전란에 빠트렸지!
순욱 : 那麼, 在一個努力維護漢室的人面前, 他們是什麼?
그렇다면 한실 수호에 매진하는 사람 앞에서, 그자들은 무엇이란 말이오?
순욱은 자신은 위국 설립에 전혀 반대하지 않으며, 조 승상이 나라를 위해 힘쓴 일을 늘어놓는다. 한실을 지키는 데 애를 쓰는 ‘조조’의 입장에서 저들은 과연 무슨 존재일 것이냐는 물음을 던짐과 함께, 저들 넷 또한 한때는 ‘충신’ 출신이었음을 지적하며 교묘한 언사로 조조 또한 그런 입장에 서게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그리고 순욱은 무대 아래 있는 이들을 가리키며, 그대들이야 말로 한실을 부흥시키기 위해 온힘을 다한 사람들이 아니냐 되묻는다.
순욱 : 在荀某眼中, 能在這裡的, 都是嚮往漢室昔日輝煌,
순모(荀某)의 눈에는, 여기 있는 이들은 모두 한실의 지난날 영광을 그리워하며
순욱 : 盡力爲自己心中的故鄕作出無私奉獻的人!
자신의 마음속 고향을 위해 사심 없는 공헌을 다하는 사람들이오!
가만히 지켜보던 양수는 이번 연설의 효과로 그간 중립을 유지했던 이들이 선동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다, 심상찮음을 느낀 양수는 곧이어 공 노사에게 순욱을 저지할 것을 지시. 공 노사는 은밀이 무대 위에 위치한 악단에 지시를 내린다. 해당 암구호는 ‘음악을 연주해라’
순욱 암살을 위해 미리 연극단에 잠입해있었던 요원광(조광)을 비롯한 자객들은 암구호를 확인, 슬슬 행동에 나설 준비를 한다.
한편 순욱의 연설에 힘입어, 감명 받은 이들이 하나둘씩 나와 말마디를 얹기 시작하는데..
사람들 : 說得對, 咱們追隨丞相,
옳은 말이다. 우리가 승상을 따랐던 것은,
사람들 : 無非是仰慕丞相當年在國難時堅決抗賊!
과거 국난의 시기에 승상께서 단호하게 적도들과 맞섰던 것을 흠모했기 때문이었소!
사람들 : 那些所謂英雄豪傑, 當年又做過什麼?
그 영웅호걸이라던 자들은 그 당시에 무얼 했단 말인가?
사람들 : 魏王只是封號, 丞相要立魏又何需今天?
위왕(魏王)은 단순히 봉호(封號)에 불과해. 승상께서 위(魏)를 세우고자 했으면 굳이 오늘 이럴 필요가 있는가.
사람들 : 丞相誓死奪回的, 就是咱們最珍貴的故土!
승상께서 죽음을 무릅쓰고 탈환하려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고향땅이거늘!
사람들 : 從來只有漢室的强大, 方可結束無止境的戰亂!
한실(漢室)의 강대함만이 유일하게 영원한 전란을 종식시킬 길인 것이다!
기세는 이제 불길에 기름 부은듯 활활 타오르고,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승상이 있기에 한실이 있다!’ ‘한실이 있기에 승상이 있다!’라는 구호를 연호한다.
지켜보던 순욱은 고개를 끄덕이고.
순욱 : 好!
좋소!
순욱 : 誰願意在此立誓共維護丞相救漢之大路?
이 자리서 승상께서 한(漢)을 구하는 대로(大路)를 함께 지키려는 사람이 있는가?
순욱 : 日在鑑, 這裡有誰?
햇빛이 비추고 있으니, 여기에 누구 없는가?
청주병 : 咱們青州兵, 志向從未改變!
우리 청주병은 여태껏 지향한 바가 바뀐 적이 없습니다!
순욱 : 月在鑑, 還有誰?
달빛이 비추고 있는데, 또 누구 없나?
사람들 : 董卓的餘衆, 全在這裡!
동탁의 남은 무리들, 모두 여기 있습니다!
기세를 몰아 순욱은 조조가 걷는 구한(救漢)의 길에 동참하려는 자가 있느냐며 대답해보란 식의 물음을 던지는데.
시작은 청주병으로 하여, 무리 속에서 그 대답이 점차로 터져 나온다. 청주병부터 시작해, 동탁의 남은 잔당들, 원소에게 불만을 품고 떠난 업(鄴)의 사람들, 중가제 원술을 떠난 지사들, 형주를 떠난 이들, 낙양에서 다시금 장안으로 돌아온 이들, 심지어 서주의 사람들, 여포 휘하의 부하들까지.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는, ‘망향행’을 변주하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순욱 : 諸君啊, 離別是苦,
여러분들, 이별함은 괴로우나,
순욱 : 忠義之路,
충의(忠義)의 길은
순욱 : 更是苦!
더더욱 괴롭도다!
순욱 : 望鄕曲,
망향곡(望鄕曲)은
순욱 : 我爲你道出完美陳詞!
내 당신에게 고하는 완벽한 연설이오!
순욱 : 望鄕啊望鄕, 荀彧早有還鄕之意!
망향(望鄕)하고 망향(望鄕)하니, 순욱은 일찍이 고향으로 돌아갈 뜻을 품었소!
순욱 : 只願回去之後, 漢室能在忠臣的扶持下...
다만 원컨대 돌아간 이후에도, 충신이 곁에서 받드는 가운데 한실(漢室)이-
순욱 : 如月之恆!
차오르는 달처럼,
순욱 : 如日之升!
떠오르는 해처럼 무궁하기를!
연설의 끝은 순욱이 말한 대사- 여월지긍(如月之恆) 여일지승(如日之升)을 따라 읊으며 화려하게 마무리된다.
순욱 : 話術入人也深, 其化人也速
화술은 사람의 마음에 젖어 들어가는 것이 깊고 사람의 마음을 감화시키는 것이 빠르니.
순욱 : 對我來說, 曹操是我最尊敬的能臣, 卻是我最痛恨的奸雄
내게 있어 조조는 가장 존경하는 능신이자, 또한 가장 증오하는 간웅이었다.
순욱은 연설을 마치고 내려오고, 그와 동시에 순욱을 잡기 위한 호표기가 당도한다. 부대원들은 금방이라도 순욱을 잡고 싶어하지만 호표기의 부대장은 조조의 지시가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며, 일단 두고 볼 것을 지시.
누대에서 연설을 모두 들은 조조는 과거 산조에서의 일을 떠올리며 감상을 표한다.
조조 : 震撼人心, 猶如當年在酸棗
인심을 뒤흔드는 것이, 마치 과거 산조(酸棗) 때와 같구나.
조조 : 迂腐, 卻仍無懈可擊!
낡아 빠졌으되, 여전히 허술함이 없는 수법!
한편, 양수는 어느새 조식(曹植)에게로 와서 조언을 던지는 중. 지금 조 승상이 순욱의 연설에 취한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여전히 아들들을 관찰하는 중이라며, 넋놓고 있지 말고 흔들리는 이민족들을 위무해야 한다는 충고를 한다.
조식은 양수의 말을 따라 누대 아래로 내려가 이민족들을 설득하러 나선다.
각설하고, 순욱은 오연하게 무대 위에 서있고, 조조는 그런 순욱을 보는데.
조조 : 文若啊,
문약이여,
조조 : 我的張良,
나의 장량(張良)이여,
조조 : 於我, 你是我一生最愛的謀臣...
내게 있어, 그대는 일생 가장 사랑한 모신이자...
조조 : 卻又是我最痛恨的絆腳之石
가장 미워하는 걸림돌이기도 했지.
조조 : 我只願你的結局如張良, 回家, 歸隱得善終....
그대가 장량과 같이, 은퇴하여 집으로 돌아가, 천수를 누리는 결말을 맞이하기만을 바랬거늘..
조조를 뻔히 지켜보던 순욱. 순욱의 부하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순욱의 노림수는 성공했다며, 적당할 때 물러날 것을 지시하지만 순욱은 아직 조조가 손을 쓰지 않았다며, 자신은 나아갈 발걸음이 한 걸음 더 남았음을 지적한다.
순욱 : 他還沒有動手
아직 그가 손을 쓰지 않았습니다.
순욱 : 我還可以進一步
저는 아직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어요.
순욱 : 我對他仍存一絲希望
난 여전히 그에게 한 줄기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순욱 : 因爲, 選哪一邊, 對錯只是一個執念
어느 한쪽을 선택한 이상, 옳고 그름은 집착에 불과하기에.
순욱 : 我忠於漢室, 也無悔選擇亂世奸雄,
내 한실에 충성하되, 난세의 간웅을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으니,
순욱 : 始於矛盾, 終也矛盾
모순으로 시작하여, 모순으로 끝나리라.
순욱 : 結局, 或許有如一台戲
그 마지막은, 한편의 연극과 닮은 꼴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한켠에 밀려나있던 배우들은 막무가내로 끝까지 연기를 하려 한다. 순욱이 부하들이 지금은 공연할 때가 아니라고 쿠사리를 주는대도 꾸역꾸역 공연을 이어간다
여포 배우 : 董卓無道, 人神共憤!
무도한 동탁에, 사람과 신 모두 공노하니!
동탁 배우 : 呂布, 我待你不薄, 何以負我?
여포야, 내 너를 섭섭지 않게 대했거늘 어찌하여 나를 배신하느냐?
여포 배우 : 董卓, 挾令天子, 今天我要爲漢室除賊!
동탁, 네 천자를 끼고 호령해댔으니 오늘 내가 한실을 위해 역적을 제거하리라!
여포 배우 : 逆賊亂天下, 該殺!
역적이 천하를 어지럽히니, 죽어 마땅하다!
여포 배우 : 逆賊以下犯上, 該殺!
역적이 아랫사람으로서 웃어른을 범하다니, 죽어 마땅하다!
천천히 무대를 내려가던 순욱은 배우들이 꿋꿋하게 이어나가는 공연을 보며 묘한 감회를 품는다.
순욱 : 是的, 大家都在演
그래, 모두가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순욱 : 將慾望, 投入劇情, 愈多人看, 愈是正確
욕망에 극정(劇情:내러티브, 스토리)을 부여함으로써, 더 많은 이들이 (같게) 보게 될 수록, 더욱 옳은 것이 된다.
순욱 : 世上只有政見是不能辯勝
세상에 있는 저마다의 정견이란 논쟁으로 꺾을 수 없는 것.
순욱 : 一個人有了政見, 就什麼也談不攏了
개인이 정견을 가진 한, 논의로 합의를 도출할 수는 없다.
순욱 : 但總要有人帶頭, 甚至獻頭
허나 누군가는 대두(帶頭; 이끌다)하고, 심지어 헌두(獻頭; 머리를 바치다) 해야 할지니.
순욱 : 也許, 這是身爲八奇的我, 最愚蠢的一步
어쩌면 이것은 팔기인 나의 가장 우둔한 일보일지도 모르나.
순욱 : 但也是,
허나,
순욱 : 我一生最堅定的抉擇!
내 일생 가장 확고한 선택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