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인간은 모두 악(惡)이며
스스로를 정의라 착각하기 위해서는
내가 아닌 누군가를 나 이상의 악이라
착각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확신하는 정의는 악(惡)이다.
정의가 정의이기 위해서는
늘 자신의 정의를 끝없이 의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불행을 아는 일은
두렵지 않다.
두려운 것은 지나간 행복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일.
 

죄가 없는 그대는 태양처럼
죄가 깊은 그대도 태양처럼
 

우리는 눈물을 흘려선 안 된다.
그것은 마음에 대한 육체의 패배이며
우리가 마음이라는 것을
힘겨워하는 존재라는 사실의
증명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검을 잡지 않으면 너를 지킬 수 없어. 

검을 잡은 채로는 너를 끌어안을 수 없어.
 

나는 단지 너에게
안녕을 고하는
연습을 한다.
 

우리 세계에 의미 따위는 없다.
그곳에 사는 우리들에게도 의미 따위는 없다.
무의미한 우리는 세계를 상상한다.
그것에 의미가 없다는 사실마저
의미 따위는 없음에도.
 

그 상처 깊다, 해연과 같이
 

그 죄 붉다, 죽음으로 색조 없이

 

나에게 날개를 준다면
나는 당신을 위해서 날리라

가령 이 대지 전체가
물에 잠겨버린다고 해도

나에게 검을 준다면
나는 당신을 위해 정면으로 맞서리라

가령 이 하늘 전체가
당신을 빛으로 꿰뚫는다고 해도
 

희생 따위 없는 세계는 없다.

아직도 모르겠는가?

우리는피바다에 재가 떠있는지옥의 이름을 

임시로 세계라 부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