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렌) 고전JRPG의 재해석 [가벼운 분석글]
본문
장송의프리렌의 플롯은 약간의 변주가 있다곤 하지만 기본적으로 고전JRPG의 여러 클리셰들을 그대로 활용한 것들이 많다.
특히 작품의 메인이 되는 용사파티의 행적과 활약상/인물상은 고전JRPG의 것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고 해도 무방한 수준.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선 이야기 자체가 전통JRPG에 보내는 찬사와 헌정이라 봐도 무리가 없다.
주말을 맞이해서 오랜만에 그간 밀렸던 애니 분량도 정주행하고, 겸사겸사 원작 복습도 하고 있었는데 재밌는 사실 몇가질 발견했음.
그건 힘멜의 사고와 행동패턴이 전통적인 JRPG의 용사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것. 즉, 과거 JRPG에 추억이 있는 독자들의 모습이기도 함.
- 던전에 가면 언제나 두근거린다.
- 한 층을 완전히 정복하지 않으면 다음 층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 마왕에 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늦춰진다 할지라도 곤경에 처한 사람을 내버려둬선 안된다.
당장 이것만 봐도 게임내 숨겨진 요소를 모조리 습득하는 진득한 플레이를 하는 스타일의 게이머를 연상하게 하는데
해서 난 이런 식으로 해석해도 괜찮지 않나 싶었음.
힘멜은 프리렌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독자들. 곧 우리들을 상징한다.
당연히 인간이니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다.비록 육체가 노쇠해져서 예정과 같은 시간이나 열정은 물리적으로 낼 수 없지만
마음만큼은 어렸을 적 그대로의 순수를 간직하고 있다.
... 이는 딱히 확대해석도 아닌 것이. "어른"에 대한 작가의 시각은 작품에서도 여러 차례 드러난 바가 있다.
즉, 작품의 중심주제 중 하나인 것.
- 기댈 곳이 필요한 것은 어린아이만이 아니다. (힘멜)
- 필사적으로 어른인 척 하고는 있지만 내면은 어렸을 적 그대로다 (하이티)
프리렌은 불멸의 존재이자, 영원을 상징하는데 이는 추억이 서린 명작JRPG게임 그 자체를 의미한다.
시대에 따라 평가는 바뀔지언정 외견은 절대 변하지 않는 불멸의 존재이다.
1000년이 넘는 세월동안 불변의 존재였을 엘프인 프리렌이 힘멜과 페른 일행의 영향을 받고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은 흡사
명작 게임들이 현 세대의 입맛에 맞춰 "리메이크"되는 작금의 현상을 연상케 한다.
프리렌을 게임으로 해석한다고 하면,
힘멜은 그 게임에 첫 눈에 반해 평생토록 그 추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플레이어로 해석할 수도 있다.
마치, 게이머가 어렸을 적 첫눈에 반한 명작 게임을 그 때 그 감성 그대로 다시 즐길 수 있을 날을 고대하며 기다리는 것처럼.
힘멜 역시 프리렌과의 만남을 평생토록 기다렸다.
변화는 꼭 나쁜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과거의 명작이라 해도 현 시대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는 것처럼
리메이크 역시도 과거의 것을 그대로 재탕만 해서는 의미가 없는 것처럼
페른 일행과 함께하는 오레올로 향하는 여정은 달리 해석하면 명작 JRPG게임의 "리메이크"과정이라 해석해도 재미있지 않은가?
요약
힘멜 = 플레이어, 프리렌 = 고전게임, 오레올로 향하는 여정 = 고전게임의 리메이크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