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 원피스가 배틀물로선 매우 특이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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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람들은 원피스를 드래곤볼을 잇는 후계자로 부르지만
의외로 원피스는배틀만화의 교과서라 불리는 드래곤볼과 달리 전투씬 작화가 굉장한 만화는 아님.
카메라 구도를 기깔나게 잡는 마사시나 흑백 대비로 인한 연출로 기깔나게 잡는 쿠보와 비교하면오다는 살짝 밀리는 편.
작화와 연출 자체는 안정적이지만 특출나게 좋다 할만한 부분은 없는 편.이는 편집자들도 공인한 사실임.
(물론 캐릭터 작화나 연출은 수준급인 게 맞음.)
근데도 원피스의 전투씬은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고 회자하는데
이는 작화보단 서사로 승부하는 원피스 특유의 배경과 연출이 한 몫하기 때문.
다른 만화에서 전투는 기껏해야 "주역들이 악역들을 잡는다." 내지 "악역들을 잡아 사람들을 구한다."
정도에 그치지만 원피스는 여기에 뒷배경을 강조하는 연출을 가미해 특유의 구도를 성립시킴.
예시로 초반부 이야기를 들고오자면
이스트 블루 편에서 아론 전은 단순히 루피가 아론을 물리치고 나미와 마을 사람들을 구원했다.
정도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정도에 그치지 않고 더 깊은 의미가 감춰져 있음.
배경 설정을 알아보자.
나미는 아론으로부터 마을을 사기위해 1억을 모으기로 하지만 폐를 끼치지 않고자 이를 알리진 않았다.
사실 마을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른척 했다.
원래 죽을 목숨이었던 걸 나미가 살려준 것이니 그런 나미가 어떤 선택을 하든 존중해주기 위해서
그렇게 나미는 8년간의 "참고 견디는 전쟁" 끝에
루피와 만나고
밀짚모자 일당과 만났기에 아론을 쓰러트리고 마을은 자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물론 루피가 있었기에 승리한 건 맞지만 그것도 나미가 8년간 버텨왔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즉 루피가 아론을 이긴 건 표면적인 모습에 가깝고 본질은 나미와 마을 사람들의 8년간의 투쟁이 손에 넣은 승리에 가깝다.
알라바스타 편에서 크로커다일의 능력으로 팔이 말라버린 루피는 토토 아저씨로부터 받은 물을 마셔 회복한다.
이를 비웃는 크로커다일에게 루피는 유바는 모래따위에게 안 진다며 전의를 불태운다.
그러자 가당찮다는 듯 크로커다일은 유바를 향해 모래폭풍을 날리고 당황하는 루피의 배를 꿰뚫어 승리한다.
하지만 루피의 배를 관통하면서 토토 아저씨의 물통에 구멍이 났고 이 때 흐른 물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데
바로 모래에 물이 스며들면 물리적 개입이 가능해진다는 것.
이에 당황한 크로커다일은 무심결에 손을 놔 루피를 확인사살을 못했고
기사회생으로 살아돌아온 루피는 이 때 힌트를 통해 크로커다일을 비로서 때릴 수 있게 되어
격전 끝에 크로커다일을 쓰러뜨린다.
의미심장하게도 모든 요인에 신중에 신중을 가했던 크로커다일에게 가장 큰 변수가 됐던 건
다름아닌 그가 가장 얕잡아보던 토토 아저씨였다.
어떤 의미론 크로커다일은 토토 아저씨에게 더 나아가 유바에게 패배한 것이다.
이렇듯 원피스의 전투는 표면상으론 주인공 일행의 전투로 보이지만 그 본질은 이러한 배경 속의 사람들에게 담겨있음.
더불어 보통 소년만화의 주인공은 사건의 해결사 내지 구원자로서 활약하는 경우가 많지만 루피는 대변자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데
이용당해왔던 나미의 한을 풀어주고자 그녀가 8년간 써온 해도와 그 방을 박살낸다던가
비를 빼앗은 크로커다일에게 흠뻑 적셔 두들겨 패버리는 등
독자들이 보고 싶었던 장면을 배경 설정까지 곁들여 더욱 부각시킴.
결말부는 그 중에서도 특히 절정으로 악역들이 자신이 쌓아왔던 일과 상반되게
수미상관을 이루며 그야말로 인과응보라는 말이 걸맞는 최후를 맞이함.
인간들을 짓밟고 자신만의 성을 쌓아올렸던 아론은 인간에게 짓밟혀 성과 함께 무너졌고
비를 빼앗았던 크로커다일은 비를 되찾기 위해 싸워온 토토 아저씨의 물에 의해 쓰러지고
빼앗았던 비는 얕잡아 봤던 해군 대령 스모커에 의해 다시 국민들에게 돌아감.
이렇듯 단순히 적을 무찌르는 것에 끝나지 않고 이 싸움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배경 속 인물들로 하여금 그 의미를 상기시키고
극이 고조되는 순간 다시금 연출을 교차시킴으로써 미칠듯한 통쾌함을 안겨줌.
이 점이 원피스의 가장 강력한 강점이라 보는데
보통 다른 만화에서 이러한 배경 인물들은 끝에 가선 단순히 주인공의 조력자 정도의 위치로 끝나지만
원피스에선 각 에피소드의 본질을 전하는 이른바 숨겨진 주인공의 역할을 다하기 때문에 독자들의 기억 속에 깊이 남음.
이를 위하여 사전에 배경을 철저하게 만들고 루피를 그들과 소통시킴으로써 빌드를 쌓는데
이러한 디테일이 독자들을 극에 더욱더 몰입하게 만들고 등장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느끼게 만듦.
루피가 인기 많은 것도 단순히 열혈남아 사이다패스라서가 아니라
이런 사람들의 대변자로서 자유를 억압하는 악역들을 물리치지만절대 내색하지 않는 대인배의 면모를 보여주기 때문.
그렇기에 새로운 섬으로 이동할 때마다 이번엔 어떤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까 두근 거리게 되고
이게 원피스의 배경과 수많은 조연들이 기억에 남는 이유기도 함.
원피스를 볼 땐 이러한 배경도 곱씹으면서 보면 더 즐겁게 볼 수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3줄 요약
1. 원피스는 표면적인 주인공 루피와 각 에피소드의 본질적인 주인공을 만나게 해 주인공 루피로 하여금 목적의식과 입체감을 부여한다.
2. 극이 고조되어 절정에 다다르는 순간 이를 다시 상기시키는 연출을 교차시켜 에피소드의 주제를 각인시키고 극의 몰입감을 극한으로 올린다.
3. 극한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독자들이 가장 바라마지 않는 마무리를 보여줌으로써 미칠듯한 통쾌함을 선사하여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