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 오글거리는 대사가 뭐가 문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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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을 쥐기는 커녕 손가락 끝조차 움직이지 않는다.
왼쪽 눈이 멀었다.
바람 우는 소리가 고막을 찢는다.
엷어져 가는 의식과 시야.
그 속에서,
있을 리 없는, 환상을 봤다.
서 있다.
이 바람 속에서 저 녀석은 서 있다.
서서, 저편으로 가려고 하고 있다.
────당연하다는 듯.
붉은 외투를 펄럭이며, 강철의 바람에 밀리지 않고, 앞으로.
붉은 기사는 나 따위 안중에 없다.
살짝 돌아본 얼굴은 엄하고, 이 바람에 삼켜지려 하는 나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다.
녀석에게, 이 결과는 뻔히 보이는 것이었다.
에미야 시로의 힘 가지고는 이 바람에 거스를 수 없다.
자신을 배신하고, 힘에 겨운 소망을 품은 남자에게 미래 따윈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녀석의 말은 옳다.
쌓이고 쌓인 벌(빚)은 나 자신을 심판하겠지.
그런데도, 녀석의 등은.
「────따라올 수 있겠나.」
모멸하는 듯, 믿는 듯.
내 도달을, 기다리고 있었다.
뽕맛으로 묻어버리면 안 오글거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