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딸) 2기는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관계성이 좋았어.
본문
2기 내내 다리 골절로 고생했던 테이오.
화려하게 출발한 무패 3관의 길을 이제는 다시 뛸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고
꿋꿋하게 버틴 마음은 3번째 골절 앞에서 꺾여버리고 말았다.
우마무스메에게 있어서 다리 부상은 목숨과도 직결되는 악재.
습관성 골절로 이어질 확률이 큰 상황에서 트레이너와 스피카 팀원들도 말문이 막힌다.
그나마 라이벌이었던 맥퀸이 도발을 던져보지만 이미 꺾여버린 테이오의 마음은 단호했다.
뛰지 못한 채 벤치에 앉아 레이스를 지켜보기만 했던 1년,
스즈카의 사례가 있는만큼 강하게 설득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딱 한 명
자칭 라이벌.
스태미나 신속고갈 역분사 엔진.
우승권은 커녕 G1 레이스 뛰는 장면도 잘 안 나와서 관객석에서 승부복 입고 있는 아이.
리길-스피카-카노푸스 통틀어 부동의 최약체 트윈 터보를 제외하면 말이다.
터보는 머리가 나쁘다. 세련된 전략을 이해할 식견도 타인의 기분을 읽을 눈치도 없다.
객관적인 성적이 압도적으로 차이나는 상대에게 도전장을 던지고 멋대로 라이벌을 자칭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그렇기에, 3번이나 다리가 부러진 "라이벌"에게 경기장에 돌아오라 말할 수 있다.
올 커머스전의 문법은 쥬라기 공원의 그것과 닮아있다.
눈 앞의 상황이 1초 정도 이해가 안 되다가, 서서히 파악되며 놀라움, 경악, 환희의 감정선으로 이어진다.
화면 중앙에 서 있는 테이오의 심경이, 모니터 화면 밖에서 지켜보는 시청자와 100% 동조되는 순간이다.
촌스럽게 의도를 설명하지 않는다.
평소와 달리 주먹을 꽉 쥔 주법으로 이 악물고 달리는 터보와 이쿠노의 짤막한 추임새를 곁들이는 것만으로
이 짧은 롱테이크에서, 관객들로 하여금 행여라도 터보가 따라 잡힐까 조마조마하게 만들어 버린다.
벤치 생활을 오래했기에 터보의 주법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
자신이 절대 못 이길 거라 선언했던 라이스를 상대로 분전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자신에게 보여주는 의도를 대번에 파악해버린다.
"테이오를 이긴 맥퀸을 이긴 라이스 샤워를 상대로 G1 문턱도 제대로 못 밟은 내가 한 방 먹이지 않느냐.
그러니 너도 무조건 할 수 있다."
터보의 일갈에 자극받은 스피카도 마음을 돌려 복귀를 청원하고, 결국 테이오는 은퇴를 철회하게 된다.
이 뒤로 이름도 제대로 기억하고, 꼬박꼬박 "스승"을 붙여 부르는 것도 포인트.
그야말로 2기의 모든 서사가 한 줄기로 합쳐져 폭발하는 명장면이다.
3기 집사 카페씬에서도 거의 루돌프와 동급의 애정을 받는 존재로 묘사되고 있음.
원본마의 삶이 치트키라 성공할 수 밖에 없었던 게 아니라,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캐릭터와 서사를 잘 살릴 수 있을지 2기 제작진이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했는지가 느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