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도 끝도 없이 우울해지다가 희망 찾는 만화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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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는 길에 광기의 백합 만화 찾다가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진짜 내 실화가 될 수도 있었겠구나 싶을 정도로 ptsd 씨게 와서
갑자기 내 얘기 하고 싶어짐
내가 실음과 작곡 전공 졸업했는데
아무리 객관적으로 따져봐도 남들한테 가르칠 실력은 절대 안됨
그래서 어디 학원이나 기획사에 포트폴리오 넣을 생각은 꿈도 못꾸고
그렇다고 내가 만든 곡이 팔릴거라는 보장도 없어서
졸업하면 나는 히키코모리 모솔아다 씹덕 앰생 백수 확정이었음
그래서 틱톡이나 유튜브밖에 살 길이 없겠구나 싶다가도
컴 키면 작곡이 아니라 겜하고 있었음ㄷㄷ
졸업 직전까지 우울증 맥스 찍고 저 만화 주인공처럼 죽을까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는데
백화점에서 연락왔더라
알바몬에 넣은 이력서 봤는데 혹시 정직원으로 일해볼 생각 없냐고
그때 뭔가 삘 비슷한 게 왔나봐
이 기회 놓치면 난 진짜 그냥 쓰레기에서 재활용도 안되는 핵폐기물 개쓰레기 확정이다 싶은거임
바로 승낙하고 면접에서 거의 구걸하다시피 일하고 싶다고 싹싹 빌고왔음
말이 정사원이고 취업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풀타임 알바랑 비슷한데
연차 쌓으면 주임으로 승진이 가능한 구조더라고.
실제로 나 처음 연락줬던 주임분도 알바로 시작해서 사원으로 입사하고 주임 달았다고
나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열심히만 하라고.
그렇게 첫 월급 200만원이 통장에 꽂히니까
내 잔고에 100만 단위가 박혀있는 걸 처음 보니까 진짜로
지금 나는 뭐든지 할 수 있겠구나 싶더라
당장 첫 월급 취업턱으로 가족끼리 스테이크 썰러 가고 친구들이랑 1박 2일 캠핑 가서 식비 내가 다 내고
그 밖의 친한 친구들 동생들 술 밥 다 사줬는데도 아직까지 통장에 몇 십만원 남은 걸 보니까
남들 돈 걱정 취업 걱정하는 거 정말 반 이상은 덜었고
막연히 하고 싶다... 해야지... 하는 걸 정말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니까
더 이상 내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더라고
작곡? 더 배우면 되지. 더 공부하고 만들면 되지.
유튜브? 이미 오너캐 썸네일 아트머그에 의뢰 다 맡겨놓고 각본 쓰고있음.
부모님이나 친구들은 대학교 졸업하고 하는게 고작 백화점 사원이냐고들 하지만
내가 더 좋은 직장에서 멋진 일을 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소리라서 충분히 이해하겠더라
하지만 난 지금 내가 뭘 하고 싶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확실히 알고 있어서
일단 결과 보기 전까지는 달릴거임
나중에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내 통장은 안전하겠지
내가 백화점 일을 때려치우지 않는 한 말이다.
좀 두서 없이 적었는데
니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각자 빠이팅하자
한줄요약 : 작성자 지금 연애빼고 다 할 수 있는 삶을 사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