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딸) 말의 땀에는 계면활성제 성분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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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이 아침부터 나를 붙잡는다. 대체 한 마디도 이해할 수가 없는 말이다. 항해는 뭐고, 무인도는 또 뭐란 말인가.
"이사장님, 조금만 설명을 길게 해 주십시오."
"트레이너님, 이번에 학원은 보유하고 있는 몇몇 무인도에 하드 트레이닝 센터를 건설했어요. 어제 완공되었고, 실제 테스트를 위해서 시범적으로 트레이너님께서 운용을 해 보시길 이사장님께서는 권하시는 거죠."
타즈나씨가 자세한 설명을 했다. 하드 트레이닝 센터라,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다. 적어도 트레센 학원 내부의 시설보다 더 효과가 있을 것 아닌가. 게다가 무인도라고 하면 다른 외부적 방해 요인도 없을 테니, 라이스 샤워의 트레이닝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아, 저야 문제 없습니다. 라이스에게는 제가 전달해 두겠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있어야 하죠?"
"체류! 1주일이네! 식량과 난방은 걱정하지 말게! 모두 준비되어 있네!"
"하하... 알겠습니다."
그렇게 서로 호탕하게 결정했는데, 이사장님은 샤워 및 목욕 시설이 없다는 건 인지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진짜냐... 세탁기에 들어가기라도 하라는 건가..."
"오, 오라버니... 미안... 라이스 때문에...!"
"그럴 리가 있나. 있던 샤워장이 없어진 것도 아닌데. 그나마 옷도 충분하고 세탁기도 있으니 다행이다."
"...응!"
라이스는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사실 다행이고 뭐고도 아니다.
"이사장님, 너무 허술하잖아! 전파 수신이 안 되는 건 무인도니 그렇다 치더라도, 연락 수단이 어떻게 하나도 없지? 그리고, 우리 라이스, 샤워도 못 하고 찝찝해서 어떡하지..."
"아, 오라버니, 그건 괜찮아..."
"응?"
라이스의 설명에 따르면, 우마무스메의 땀에는 계면활성제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서, 땀을 흘리면 오히려 깨끗해진다고 했다. 그런 것인가... 역시 보통 사람과 다른 점은 귀와 꼬리만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우리는 맹렬히 트레이닝을 계속했다.
"스퍼트가 늦어! 치고 나가란 말이야!"
"흐아아압!!"
"그렇지! 30, 20, 10, 골! 잘했어!"
"하아, 하아, 하아..."
"수고했어, 라이스."
"오라버니도, 헉, 헉, 수고, 했..."
"어이구, 억지로 말 안 해도 돼."
"하아, 하아..."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확실히 여기가 좋긴 좋네. 시설도 최신이고, 동선이 굉장히 효율적이야."
식사...는 이야기를 하려다 말았다. 워낙 영양 위주로 준비되어 있는 데다가, 조리 인원이 아직 배정되지 않아서 내가 식사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맛은 좀 아니다 싶어서였다.
"응... 여기, 좋은 것 같아... 우리 둘 뿐이고..."
라이스는 지친 와중에도 내 곁에 와서 맞장구를 쳐 주다가, 갑자기 얼굴빛이 변했다.
"응? 왜 그래? 아...!"
우마무스메인 라이스는 굳이 샤워나 목욕을 하지 않아도, 뛰어서 땀이 나기만 해도 샤워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있다. 하지만 트레이너이면서, 인간인 나는, 사흘 동안 씻지 않으면 당연히 냄새가 난다.
"아이고, 미안해 라이스, 냄새가 심하네. 물로만 씻으니 상태가 엉망이야. 아, 이사장님, 비누라도 주셔야죠...! 여튼 미안, 미안."
"아, 아니야... 라이스는 괜찮아... 그것보다..."
"응?"
"오라버니, 비누가 없어서 곤란한 거면, 지금 내가 도와줄 수 있는데..."
라이스는 내 옷자락을 잡았다.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