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역사상 최강의 액션대작
본문
(이거 진짜 너무 멋있다)
액션연출에 있어서 따라갈 자가 없는 극도의 광기이시카와 켄.
개인적 의견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석천현 선생 최고 걸작은겟타로보 시리즈가 아닌 바로 이 <마공팔견전>이다.
이야기적으로는 겟타로보 고가 제일 깔끔하고 완성도높을것이고,
그 이전에 바닥을 기는 내 일본어 실력으로는 번역 없이 내용을 이해하는 것도불가능하겠지만...
그러나 비주얼만으로도, 단지 그림을 수십번이고 계속 돌려보는 것 만으로 그냥너무 감동적이었다...
이시카와 켄이라는 역대 최강의 액션 마에스트로가 최전성기때 자신의 모든 것을총집합한 한편의 교향시곡을 보는 느낌임
저깟 사진으로는 이 만화가 가진 박력의 10분의 1도 담아내지못할 정도.
내 짧은 식견으로 이시카와 켄의 작풍변화를 나눠보자면
전기- 나가이 고 복제품 시기
중기- 그나마 미형인 그림체, 동양화 터치를 소폭 도입한, 굵은 선과 얇은선을 혼합한 거친 맛의 펜선
후기- 완전 투박해진 얼굴형, 더욱 깔끔해지고 얇아진 펜선, 액션연출 역시 좀더 정돈됨
인데, 이 작품은 중기의 끝물 즈음에 그려진 만화임. 본격적으로 변화가 시작된마계전생을 살펴보자면 그 날것의 필체가 매력적이긴 해도, 완급조절이 아쉽다든가 특정 부분에서 단단하게 받춰주는 기본기가살짝 아쉽다던가 하는 부분이 있음. 반면 후기 만화를 보면 폭말전같은 경우 오만가지 폭발과 액션 시퀀스 와중에도 꽤단단하게 정돈된 느낌이 있어 오히려 액션으로서는 약하다는 감각이 있음(어디까지나 "이시카와 치고는" 이다. 또 더 말년의아크를 보면 펜선에서 살짝 힘을 빼면서 오히려 깔끔한 방향으로 박력이 강화된 것도 확인할 수있음)
그런데 이 마공팔견전에서는 이전의 미숙함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음. 힘을줘야할 곳은 더할나위 없이 단단하고 밀도높으면서, 움직일때의 묘사는 온갖 효과선과 왜곡 효과를 대량 투입하여 시원시원한생동감이 있음. 그러나 이런 류 만화가 흔히 범하는 지나친 밀도의 피로감도 적음. 묘하게 여백을 군데군데 능숙하게끼워넣은 완급조절 역시 능숙하기 때문. 게다가 모션 역시 고전만화 특유의 직선적이고 과장된 동작묘사(말하자면 치바테츠야식 액션)이라서, 밀도가 엄청 높은데도 불구 보기편하다는 점이 대단함. 그런데 <내일의 죠>처럼노골적인 수준이 아니라, 맛만 살리는 정도의 인위성. 게다가 전투연출 역시 물흐르듯 이어지고 화면구성이 완벽해서 내용따윈몰라도 아무튼 읽는 내내 즐겁다.
게다가 마계전생에서 선보인 요괴의 격류, 오만가지 엄청난 스케일의 도술과마법, 다채로운 효과선과 이펙트 표현, 차원을 넘나드는 무지막지한 규모, 하늘을 가로지르는 뒤틀린 건물의 압도적스펙터클, 고대일본이지만 아무튼 존재하는 메카닉 전투, 겟타로보 고에서 보여준 이형생물체와의 융합, 투박한 그림체조차매끈해보이는 스크린톤의 유려한 사용 등등.
이 모든 것이 원숙한 석천현 선생의 압도적인 작화로 그려진, 솔직히 말해,감히 말하자면, 내게 있어선 영상물 포함 모든 예술매체를 통틀어 최강의 액션을 선보인 눈물나는 5권이었다. 보통 이런작품은 이런걸 더 보고싶다는 욕망에 고통받기 마련인데, 마공팔견전을 처음 보고나선 너무 깊이 감동해서 이것만으로도 평생만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였음.
게다가 그런 어마어마한 액션이 진짜 조금의 틈도 없이 계속 튀어나오며 미칠듯한몰입도를 선사한다는 점 또한 걸작다운 푸짐함. 위의 짤은 전부 1권에서만 발췌한데다가 그마저도 극히 일부에불과함.
원래는 제대로 보려면 직접 일본 가서 도서관을 열람해야했는데, 운 좋게도 요번여행 중 중고서점에서 발견해서 요놈까지 구매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영원히 나랑 함께야
그리고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난 골수 이시카와 켄 십덕이기때문에 내가 한 저휘황찬란한 칭찬을 곧이곧대로 믿어선 안된다.
게다가 일본 웹을 뒤져보면 의외로 이시카와 켄 작품 중에서 마공팔견전의존재감이 상당히 작기때문에 나만 최고로 좋았던걸지도 모름...
(보너스)
<신나생문>이라는 단편 여러개 엮어놓은 책에서 나온 한 컷인데, 이거 진짜 너어어무 마음에 들더라.이상하리만치 꽂혔음. 가능하다면 이 한 컷을 위해서 책 한권을 통째로 사더라도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음. 중간의 가장 큰컷을 보면 베이는 사람이 70년대 즈음 자주 쓰이던 굵고 거친 터치로 움직이는데, 사실 난 액션의 효과선에서 이런 효과가쓰이는걸 싫어함. 그런 굵은 필체가 싫은건 아니지만, 결국 박력있는 "정지"에 가깝지 움직임으로서 인식되기엔 너무 투박한탓이었음. 애니메이션이라면 모를까. 그런데 이 컷에서는 그 거친 감각이 베이는 사람의 독특하게 일그러진 형상과 배합되어,엄청 멋지고 박력있게 느껴지니까 꽤 충격을 느꼈던 것 같음.
별 것 아닌 한 컷 가지고 호들갑인건 알지만, 지금은 거의 멸종위기인 저 기법이 현대의 내 눈에 띄어 "나도 멋지게 보일수 있어!"라고 주장하는 듯 한 감상이 더 감동을 느끼게 해준 것 같다. 나가이 고 파쿠리에서 액션의 신으로 거듭나려는과도기 시절이기에 그릴 수 있었던, 여러 시대를 한 컷에 압착해 진한 국물로 우려낸듯 사랑스러운 한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