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만화 업계의 대재앙이었던 1997년.man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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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모 고교 학생들이 다른 학교 학생을 구타하여 숨지게하는 사건이 벌어짐.
이 학생들은 평소 타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금품을 갈취하는폭력써클이었음.
이런 써클은 80년대부터 존재했으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것은이때가 처음임.
이들은 스스로를 "일진회"으로 칭했는데, 이 단체명은 당시유행하던만화"캠퍼스블루스(비바 블루스)"에서 따왔다고 자백함.
당시에는 써클 이름을 이렇게 중2병 걸린 것 처럼 짓는 것이유행이었음.
그런데 하필 이 써클의 이름이 구한말 친일파들의 단체였던 일진회를떠오르게 하는 네이밍 센스 탓에 반일이 하늘을 찌르던 당시 사회풍조 상 엄청난 파란을 몰고 옴. 그리고 애꿏은 비바블루스는 학폭을 조장했다는 죄로 판매중지 먹고 7년 후에나 다시 출판가능하게 됨.
심지어 경찰은 초반에 사태파악을 못해서 전국 각 학교마다 존재하는써클들이 죄다 일진회인줄 알고 무슨 전국구 폭력조직으로 인식함.
정부에서는 학교 폭력의 배후에는 유해만화가있다는 논리를 펴서 142명의만화방 점주를 불구속기소함. 그리고1700종의 유해만화목록을 만들어 서점 전시, 비치를 못 하게했음.서점주인들은만화책중 유해만화를구분해서 비치하는 것도 힘들거니와 경찰에 입건될 게 두려워 아예만화판매를중단해버렸고, 한국에서만화판매량은 이전보다80~90% 줄어듬.
일본만화들은 그냥 출판사 수입이 줄어든 것빼면 별 타격이 없었지만, 이제 막 기지개를 켜던 한국만화계한테는 사형선고였음.
물론 천국의 신화는 스토리 상 강-간, 난-교, 수-간이 나오는등, 수위가 요즘 시점으로 봐도 좀 세긴 했지만 검찰은 이현세를 거의 국가내란죄 수준의 범죄자로 취급함. 어느정도였냐면해외여행을 가려고 해도 경찰과 국정원에 2번 신원확인을 받아야했고 항상 행적을 감시당함.
(한국에서는 이미 1989년에 해외여행 자유화가 이뤄짐.)
이현세는 그렇게한국대표만화가에서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어버림.빡친이현세는 변호사를 동원하여 항소를 걸었고결국 2003년 무죄를 선고 받았으나 그의 커리어에 엄청난타격이었음.
그의 취급을 본 꼬꼬마 아티스트들도 만화가의 길은 아예쳐다보1지도 않을 수라도가 되어버림.
특히 미스터블루 같은 잘 팔리던 잡지가 졸지에하루아침에 폐간 당하기도 함.
졸지에 실업자가 된 수많은 장년층들이 얼마 안되는 적금을 깨서해볼만한 자영업이 바로만화대여점이었음.
동네 골목마다 하나씩 있을 정도로 대여점이 판을쳤고,만화를 사서 보기보단 집 앞 대여점에서 300원에 빌려보는문화가 생겨남.
1세대만화가들이 가까스로 만들어 놓은‘만화책사서 보는 시대’는그렇게막을 내림.
만화대여점에맞춰 물량을 조절했고, 출판사들은 작가들에게 다작을 요구함.
다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자면, 본래 이런 식의공장제만화는 1950년대부터 존재했었음. 하지만 그 때와 다른점은 작가들의 성향이었음. 80년대 초 한국만화의 첫번째 부흥기 시절, 당시 신인작가들을 중심으로작가주의적 작품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함. 이때부터 한국만화도 작품성을 진지하게 따질 만한퀄리티로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음.
근데 정부에서 방침을 바꿔 버린 탓에 작가들이 돈을 위해 어쩔 수없이 과거로 회귀해야 했던 거임. 이는 확실히 업계의 퇴보라고 할만 했음.
저급한B급만화에 실망한 많은 독자가 국내만화를외면하기 시작함.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존재하는 "한국만화는일본만화에 비해 재미없다"는 고정관념도 이 때생겼음.
일단 판매량이 늘어난 출판사, 유통사, 거기에 동조한 작가들은큰돈을 만질 수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것은 독이 든 성배와 같았음.소년물, 청소년물, 성인물등 남성향 국내만화는 사망선고를 받았고, 썰물 빠지듯 시장에서 사라지게 됨. 스스로 시장을죽여버린 거임.
10~20대 독자층들은 퀄리티와 재미가 보장되는일본만화로 갈아탔고 한국만화는 아재들이나 보는 걸로취급함.
이것으로한국만화계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현실화 된것 마냥 멸망의문턱 바로 앞까지 갔었고, 2000년대는 한국만화의 암흑기로 평가됨.
물론 그런 지옥도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은 작가들도 존재했음. 하지만이들도 투잡을 뛰거나, 아예 일본으로 진출하여 그작으로 활동하는 등한국에서만화로 돈벌어 먹기란 힘들다는 걸 몸소 보여줬음. 물론김성모나 황미리처럼 자신의 다작능력과 대본소 시스템을 극단적으로 이용해먹어서 돈을 많이 번 사람도존재함.
이런 극한상황에 내몰렸던한국만화는 포털사이트들이 탄생시킨 "웹툰"을 등에 엎고서야 조금씩 상처를 회복했고,2022년 현재는 나름 시장이 안정화
되고, 한국만화만의 특색을 잡았지만 여전히 일본, 미국만화에비하면 체급이 한참 모자람.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는 우리의 세대의 몫임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