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히 아시다시피 최종결전 편에서,

바쿠고는 패배해 능멸당하며 죽어가던 올마이트를 구출하는 대활약을 했다.

그것도 올포원이 의도적으로 세상을 절망시키려고 올마이트의 비참한 최후를 카메라 앞에서 생중계 중인 상황에서.

즉 어지간한 일본, 아니 세계 사람들은 바쿠고의 이 인생활약을 라이브로 지켜봤다는 거다.

작중 올마이트 위상이 현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충무공 이순신급인데,

노구를 이끌고 싸웠다가 부상입고 왜장한테 조롱당하며 죽어갈뻔한 이순신 장군을 신입 햇병아리 부사관이 바람처럼 날아와 구해냈다고,

그리고 당신이 그걸 생생히 두 눈으로 목격했다고 해보자.

팬이 안 될 수가 있을까?

게다가 이 사람들은 바쿠고를 이미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바쿠고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언론에 얼굴이 탄, 나름 유명한 학생이었기 때문.

처음은 유에이체육대회(올림픽급 행사임)의 우승자로,

두번째는 수련회 때 납치당해 카미노 사태의 시발점이 된 아이로 말이다.

바쿠고 납치가 올마이트 은퇴에서 이 난장판으로 이어지는 스노우볼의 시작이었음을 감안하면,

이 시민들 입장에선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는 트라우마와 단단히 결합된 얼굴인 것이다.

그것이 바쿠고 본인의 탓이 아닐지라도.

그런데 바로 그, 올마이트 은퇴의 계기가 되었던 학생이

불과 몇 달만에 올마이트를 구해주는 히어로가 된 것이다.

동경하는 은사의 희생으로 구원받은 소년이, 은사의 위기의 순간에 그를 구원한다. 

이 얼마나 가슴이 웅장해지는 휴먼드라마인가.

저 시민들은 바쿠고의 납치부터 올마이트의 구원까지 그 모든 각본없는 드라마를 뉴스와 영상중계를 통해 지켜본 것이다.

얼마나 뽕이 찰까?

솔직히 시민들 입장에서는 일 다 터지고 개판된 다음에야 "사실 제가 올마이트의 개성을 물려받은 후계자입니다" 라며 갑툭튀한 데쿠보다

하늘이 내린 사제관계 서사 빌드업을 보여준 바쿠고 쪽에 더 뽕이 차오르지 않았을까?

그뿐인가? 바쿠고는 올마이트가 끝내 해치우지 못한 올포원을 막아서고, 결국에 그를 죽이는 데까지 성공한다.

이때 바쿠고가 못 막아서 올포원이 시가라키랑 퓨전했으면미도리야도 순식간에 당하고 일본열도 소멸이 확정됐겠지. 

그러니까 이 시점에서 바쿠고는 전일본인의 목숨을 원코인 살려준거다.

자, 이러니 결전 직후 바쿠고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을거다.

애초에 잘 아는 얼굴이었지,

국민적 영웅인 올마이트의 목숨을 구출했지,

올포원을 막아 일본을 통째로 살려냈지.

심지어 그 과정에서 개쩌는 성장드라마도 모두가 공유했다!

이러니 바쿠고가 프로만 되어봐라, 어디 차트 지붕킥이 대수겠....

겠.....

......놀랍게도 바쿠고는,

그런 웅장한 서사와 영웅적인 공적을 세우며 데뷔해놓고도,

있던 순위도 못지키고 15위까지 쭉쭉 밀려나고 만다.

그것도 작중인물들 하나같이 언급하듯이,

실력도 뭐도 아니고 순수하게 더러운 성질머리 하나 가지고 이 쾌거(?)를 이룬 것이다. 

굉장하지 않나?? 

"저시끼 성깔에 15위면 개높은거 아님?" 할 수도 있는데,말했다시피 얜 미성년자 때 나라를 한 번 구하고 그게 라이브로 송출되었던 사나이다. 

근데도 평판점수 때문에 이 정도로 팍팍 랭킹이 깎였다는 건 정말정말 대단한거다. 

아무나 못하는거다. 

작중에서도 인기없어서 굿즈 떨이하는 엔더버도 랭킹 2위는 사수했다. 

근데 후일담보면 데쿠가 히어로 복귀하자마자 얘도 자극받아서 5위까지 급상승했다고 한다.

즉 바쿠고가 프로가 되어 보여준 더러운 성질머리는 데쿠가 히어로 활동을 안 해서 생긴 스트레스고, 데쿠가 복귀하자 기분이 좋아져서 갑자기 시민들한테도 친절해졌다는 건데....

얘 데쿠를 얼마나 좋아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