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아카) 주역들 중 이질적인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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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쿠고 카츠키.
팬하고 안티를 둘 다 미치게 하는 히로아카의 스타인데,
독특한 점이 라이벌 포지션이면서 유독중심 서사에서 비껴나가 있다.
미도리야, 쇼토, 우라라카, 올마이트 등등 주요 인물은 전부 대극을 이루는 아치에너미가 있는데,
(시가라키, 다비, 토가, 올포원)
바쿠고만 딱히 아치에너미가 없고,
뭔가 과거사가 거창한 것도 아니고, 네임드 빌런하고 싸워서 쓰러뜨린 적도 거의 없으며,
오히려 네임드하고 붙으면 처참하게 깨지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데 잘 보면 이거 딱히 홀대가 아니라 일부러 이렇게 설계해 놓은 걸 알 수 있다.
서사가 굉장히 느리고 섬세해서 알아보기가 좀 힘들긴 한데,
바쿠고의 캐릭터성 자체가 "내가 주인공이 아닌 걸 깨닫는 라이벌" 이기 때문.
얘는 그냥 날 때부터 개성도 강력하고, 똑똑하고 센스까지 뛰어난 재능충인데,
노력하지도 않고 얻은 능력으로 칭찬만 받고 자라자 지나치게 거만해졌고,
반대급부로 자기보다 모자란 인물을 깔보게 된다.
작품 내외적으로 인정하듯 이때의 바쿠고는 명백히 문제아였음.
그러나 딱 중학생 수준에서 그랬을 뿐,
자기하고 똑같거나 더 강한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곳에 들어가자 바쿠고의 자존심은 깨져나가기 시작한다.
가장 존경하는 히어로는 자기가 아니라 미도리야를 선택했고,
가장 깔보던 미도리야는 어느센가 자기만큼 강해져 있었다.
1등이 된다며 날뛰지만, 막상 미도리야나 쇼토나 다들 더 중요한 거에 신경이 팔려 있고.
얘가 초반부 내내 날카로운 이유가 그거인데,
자기가 남의 이야기의 조연이란 걸 깨닫는 게 즐거울 리가 없다.
심지어 올마이트가 은퇴할 때까지 자기가 한 거라곤 인질로 잡혀가서 걸림돌만 되기.
그렇게 바쿠고는 서서히 내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 아니고,
약점도 많고, 불완전하고, 남들과 맞춰가야 하는 인간이란 걸 받아들인다.
그리고 중후반부에선 예전이었다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남을 위해 희생하기, 자기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고 사과하기, 뒤로 물러나서 미도리야를 응원하기 등등...
초반부와 후반부를 비교하면 정말 많은 게 달라진 걸 알 수 있음.
그러니까 얘는 거칠고 화려한 캐릭터성과는 다르게,
서사의 거의 대부분이 활약보다는내면적 성장에만 투입된 꽤나 특이한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