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이라고 치켜세워진 애니 중에서 제일 실망스러웠던 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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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본 꽃의 이름은 우리는 아직 모른다(아노하나)
스토리가 어떤지는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인터넷에서 하도 감동적이고 슬프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가지고
그 동안 계속 안 보다가 얼마전에 한번 각잡고 정주행을 했는데
어린 시절 죽은 친구의 기억과 죄책감을 안고 사는 청소년들이라는 좋은 소재로
고작 저렇게 밖에 못 만들었다는 게 너무 아쉽더라
원래 26화짜리 작품인데 11화로 압축 당해서 작품 서사가 엉망진창이 된 건지...
서사도 그렇고 캐릭터들을 활용하는 게 너무 거칠고,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막무가네로 달리는 경향이 있음
내가 딱히 서사의 치밀함을 눈여겨 보는 타입도 아니고
이 작품은 심지어 그냥 적당히 힘 빼고 대충 봤는데도 각본의 엉성함이 눈에 너무 띄더라
인물들의 감정선도 매끈하지 않고 지나치게 괴팍한데다 인물들이 자기 논리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각본의 요구에 맞춰서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었음
그래서 이 작품은 21세기 현대 일본을 배경으로 한데다 드라마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얘네가 진짜로 살아 숨쉬는 인간 같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들었음,
일상의 리듬, 사소한 습관, 조용한 표정 변화 같은 인간의 질감이 아예 느껴지지 않는달까
특히 여장게이 풀숲 러닝 씬이랑 원조교제 성폭행 위기 씬은
각본가가 제정신으로 이야기를 쓴 게 맞나 의심이 들 정도...
서사적 필연성을 위해 부득이하게 쓰인 장면이 아니라 그냥 시청률을 위한 어그로끌기용 쑈 느낌이었음...
인터넷에서 찾아보니깐 이 작품이 눈물원툴이라는 혹평도 있는데
작중에서 슬프라고 내보내는 씬들도 감정선이 너무 과장되고 강도만 높여서 슬프기는 커녕 이게 뭔가 싶더라...
정서적 진실성은 갖다버리고 감정 연출의 리듬은 무너진 상태에서
시청자들의 가슴 속에서 울림을 주는 게 아니라 그냥 거칠게 꼬집기만 하는데
꼬집는 것 조차도 너무 엉성해서 눈물이 나오기는 커녕
모니터 안의 등장인물들은 우렁차게 질질짜고 산 속에서 고성방가 지르며 난리났는데
모니터 밖의 나는 스스로가 이렇게까지 차가운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더럽게 덤덤하기만 했음...
엔딩곡인 시크릿 베이스는 좋았다 근데 그게 다임...
인터넷에서 호들갑 떠는 작품은 어느 정도는 평을 걸러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