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다시 읽은 라노벨
본문
등이 아름다운 소녀였다.
다른 어떤 신체부위보다 등의 아름다움은 각별하다. 목덜미에서 엉덩이까지 이어지는 아찔한 곡선은 장인의 손으로 빚어진 도자기를 연상케 한다. 그것은 아무리 옷이나 머리카락으로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었다.
나는 그녀의 등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볼 때 그녀의 등은 완벽했다. 검은 폭포처럼 흐르는 머릿결과 단정한 매무새의 교복 속에 감춰진, 완전무결한 곡선을 나는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잘 깎여진 낚싯바늘과도 같았다. 어떠한 미끼도 필요 없이, 다만 그 자체로도 물고기들을 현혹시키는 흉기였다. 나는 그녀의 등을 향해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설수록 그 미려함이 분명해진다. 흘러내리는 곡선은 뒤집어 놓은 물음표를 연상시켰다. 그녀의 등은 가장 위대한 수수께끼였다. 자신의 힘으로는 절대 풀어낼 수 없음을 직감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접근하는 발걸음은 멈춰지지 않았다.
그녀의 등이 호흡하고 있었다.
아주 미약한 박자의 호흡이었다. 하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꽃이 얼굴을 여는 것처럼 느릿느릿 하지만 분명한 움직임이 그곳에 있었다. 그 움직임을 향해 손이 움직였다. 만져보고 싶다. 필사적으로 말리는 이성을 향해, 욕망이 차가운 음성으로 뇌까리고 있었다. 만져보고 싶다.
그때, 그녀가 뒤를 돌아보려 했다.
일직선으로 낙하하던 검은 머릿결이 파도처럼 부서졌다. 그리고 그 안에 숨겨져 있던 얼굴이 내 쪽을 향해 그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만일 그녀가 돌아본다면, 그 눈동자로 나를 바라본다면 내 안에 있던 추악한 욕망을 모조리 간파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소녀의, 등을, 밀었다.
부드러운 느낌이 손바닥에 닿았다. 언제까지고 그 감촉을 만끽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나는 그녀를 밀기 위해 손을 뻗은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둘 중 하나였다. 그녀가 강한 의지로 저항을 하든가, 아니면.
소녀는 천천히 밀려나갔다.
그리고 무한히 펼쳐진 어둠을 향해 추락해 갔다.
나는 떨어지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녀도 떨어트린 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내 얼굴은 뚜렷이 보이고 있었다.
나는 무엇이 그리 유쾌한지, 얼굴에 한가득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 유쾌한지…….
주인공 민오는 잘때마다 이상한 악몽을 꿈
그 꿈의 내용이 위와 같음
매번 여자아이의 등을 밀어버리는 꿈
민오가 그 꿈을 꿀때마다, 현실에서도 일이 남
민오는 꿈을 넘나드는 수수깨끼의 소녀, 미얄에게
꿈을 죽이는 약, 램수면을 막는 약을 받고
그 대가로 미얄이 시키는대로 일하게 됨
민오는 미얄과 함께,
꿈을 실현하는 오파츠,
아망파츠에 얽힌 여러 미스테리한 경험들을 겪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