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 세이버 루트에서 세이버가 시로를 사랑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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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e루트 12일차.
세이버는 드디어 시로가 가진 가장 근본적인 기억이자 트라우마인 대화재의 광경을 꿈에서 본다.
그러고는 시로에 대해 "애는 착한데 왜이리 답답하지"라는 인식에서 "자신과 같은 상처를 품고 있는 불쌍한 소년"으로 인식을 고친다.
시로는 세이버가 말년에 겪은 비극을 인생의 시작에서 겪어버렸고, 사실상 인간적인 부분이 대부분 죽어버렸다고 생각한 것.
이때부터 세이버는 "시로는 성배로 잃어버린 인생에 대한 보답을 받아야 한다"고 여긴다.
14일차의 데이트에서 싸운 것도 이때문.
세이버의 인식으로 시로는 "성배로라도 자신의 고통을 지우고, 과거로 되돌아가 보상받아야 마땅한 사람"이고, 시로 본인도 그럴 기회가 있으면 마땅히 받아들이리라 생각했기 때문.
그럼에도 시로가 원론적인 이야기를 들고 나오자 세이버의 답답함은 극에 달한다.
Fate루트 마지막날.
하지만 시로는 달랐다.
코토미네 키레이는 시로에게 직접적으로 "성배를 주면 과거를 바꿀 것이냐"며 회유했고, 시로는 그것을 거부한다.
시로는 단순히 "성배가 얼마나 큰 기적인지 이해못하는 바보"가 아니라, "옛날의 재해의 흔적에 괴로워하며 죄의식을 품고 살아가는 자신을 긍정하는" 단계에 있었던 것.
지금까지 살아온 삶은 괴롭고, 앞으로 살아갈 삶도 "짊어질 필요 없는 죄책감"을 평생 품고 투쟁하며 살아가야 할 테지만 시로는 그런 자기 자신의 삶을 긍정해버린다.
세이버는 시로의 이 대답을 눈앞에서 보고 충격을 받고, 과거를 바꾸겠다는 미련을 버리고 자신의 삶에 긍지를 되찾으며 구원받는다.
같은 상처를 공유하고 같은 후회를 할 거라 생각했지만, 시로는 스스로의 삶도 세이버의 삶도 모두 함께 긍정해준 것이다.
지금까지 싸워온 아르토리아의 인생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면서.
사실상 이때부터 세이버는 시로에게 완전히 반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직전까진 세이버는 여전히 철벽을 치고 있었고, 잘 해봐야 썸 비슷한 단계였기 때문. 근데 함락을 마지막날에 하네.
그리고 평행세계에서,
세이버가 생각했던 "같은 후회를 품고 같은 소망을 지닌 시로"는 최악의 형태로 등장한다.
물론 이양반도 성배같은 기적은 뒷전이고,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최소한의 속죄를 위해서 자신을 죽이겠단 입장이라 조금 차이는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