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봉요원 62권 489화 조순과 진도의 언어유희
본문
여기서 진도가 말하는 “그럼, 모두 가 봅시다.”라는 말이 나온 배경을 살펴봐야 하는데, 이것은 일종의 언어유희에 해당한다. 중국어에서는 일종의 상련-하련 대구가 있는데 한쪽이 상련을 말하면 다른 한쪽은 하련을 말하는 것으로 대구를 맞추는 식이다.
그럼 우선 진도의 ‘상련’을 살펴보자. 조순과 그의 부관이 정보교환을 하는데, 그 내용은 호표기(虎豹騎)가 고작 수백의 ‘전초부대’에 애를 먹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하자마자 진도가 나타난다. 그리고 진도는 다음의 대사를 뱉는다.
진도 : 陳到殺人, 說到就到
진도의 살인, 설도취도라!
첫째는 표면적인 의미다. 진도라는 사람에게 있어 ‘살인’이란, 입에 담는 순간 그 즉시 이루어지는(성사되는) 것이라는 것. 과하게 말하자면 순살이라는 이야기다.
두 번째는 언어유희적인 측면이다. 앞서 조순과 부관은 ‘전초부대’ 때문에 애를 먹는다는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이었다. 그 ‘전초부대’는 다름아닌 진도가 이끄는 ‘백이군’이고. 그리고 說에는 ‘의논하다’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러니 진도의 말은 너희가 나 때문에 의논하느라說 골머리를 썩히고 있으니 그것을 해결해주기 위해서 골칫거리인 본인到;진도가 대신 나타나줬다到;도착하다란 의미다.
자, 진도가 상련을 말했으니 이제 조순의 차례다. 조순은 진도의 대거리에 어울려주며 같은 형식의 하련을 읊는다.
조순 : 曹純殺人, 純粹欺人
조순의 살인, 순수기인일세.
첫번째는 진도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표면적인 의미다. 純粹欺人는 순전히 괴롭힌다는 의미를 지닌다.
또한 欺에는 본뜻에서 파생되어 勝過(~보다 낫다, 능가하다, 우월하다), 壓倒(압도하다, 우세하다)라는 뜻이 있으니, 純粹欺人은 적을 압도적으로 박살낸다는 함의도 포함한다.
두 번째는 언어유희다. 진도가 자신의 이름 到를 통해 언어유희를 했듯이, 조순도 자신의 이름 純을 통해 언어유희를 완성한다. 純粹欺人을 떼어놓고 보자 粹는 동사로 쓰이면 ‘뛰어나다, 정통하다’란 의미를 지닌다.
즉, 조순純이란 사람은 상대방을 갖고 노는데(모욕을 주는데)欺人란 아주 정통한粹 사람이란 언어유희가 완성되는 것이다.
표면적인 상련/하련
진도가 상련으로 말한다. 자신에게 살인은 입에 담는 그 순간 이뤄지는, 순살에 가깝다고.
그러자 조순이 코웃음치며 답한다. 네가 그 ‘살인’에 의미부여하는게 참 같잖다고. 왜냐? 자신한테 살인은 순전히 깔보며 행하는, 갖고 노는 용도거든. 그리고 그 상대방을 압도적으로 박살내기도 하고.欺
언어유희의 상련/하련
진도가 언어유희를 담아 상련으로 말한다. 到 때문에 골머리 썩히고 계신데 그 골칫거리가 행차해주셨다고.
그러자 조순이 코웃음치며 하련으로 대꾸하는 것이다. 와준 건 고마운데 純을 감당할 수 있겠냐고. 純은 상대방 모욕하는데 정통한 사람이고, 남 갖고 노는데 이골이 난 사람인데 괜찮겠냐고.
모두 자신의 이름[到/純]을 끼워 넣어 상련과 하련으로 이어지는 멋들어진 대구가 완성된 것. 그렇기에 진도는 서로의 입심을 확인했으니(대구가 끝났으니) 어디 한 번 진짜 실력을 보자는 것이고, 조순도 이에 ‘배짱 좋다’라고 응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