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봉요원 615화 간단감상
본문
시작은 『초사(楚辭)』「구장(九章)」 귤송(橘頌, 귤을 찬미하는 노래)의 한 구절을 언급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뿌리가 깊고 튼튼한’ 귤의 특징을 노래한 시의 구절을 언급하는 이유는 무얼까.
나레이션 : 蘇世獨立, 橫而不流
세상에 홀로 깨어 뜻대로 하며 시류를 따르지 않노라.
시점은 기성(冀城) 부근. 어린 강유는 가후,하후연의 부대 앞에서 망향행(望鄉行)을 시연해보고 있다. 가후의 종사자인 곽회, 왕쌍도 자리해있고. 다만 등애는 듣다가 졸고 있다.
강유 : 無親是苦, 無妻是苦
부모 곁에 없어 괴롭고, 아내 곁에 없어 괴로우며,
강유 : 無人性, 更是苦
인성(人性)이 그대 곁에 없어 더욱 괴롭구나!
강유 : 害我唱破喉, 你竟一點感觸也沒有!
내 목청 터져라 노래했는데, 넌 일말의 감명도 받지 않냐!
이에 한창 노래하는 와중에 졸고있는 등애가 ‘인성이 없다’며 비꼬고, 등애는 지지 않고 그렇게 듣기 거북한 걸 노래라고 하냐며 서로 싸워댄다.
둘의 싸움을 지켜보며 ‘망향행’을 주제로 한담을 나누는 가후, 곽회, 하후연.
가후는 강유의 시연을 통해, 그가 허임의 측근, 강상(姜冏)의 아들임을 확신하고
곽회는 망향행(望鄉行)은 단순히 가사를 읊는 것만으로는 공심(攻心)의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며, 특정한 창법이 필요함을 지적한다. 자신은 이를 사마가에 있을 적에 들었다면서
하후연 : 仍記得當年董卓以數千人入京, 卻帶走數萬將士, 就是懂得這種攏絡人心之法?
과거 동탁이 수천 명으로 입경(入京)하고도, 데리고 나갈 적엔 수만에 달하는 장병이었던 게 기억난다. 그것도 이런 인심을 구워삶는 법을 알았기 때문인가?
가후 : 那時我初入董軍, 對此略有所聞, 可惜不能深入了解
그때는 제가 막 동탁군에 들어왔을 때라, 그것에 대해 약간 들은 바는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이해를 깊이 파고들지는 못했지요.
가후 : 最後許臨被殺, 此兵法終也消失
결국 허임이 살해되고, 그 병법도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가후 : 只知他親信姜冏和朋友蔡邕手上或有遺物
알고 있는 거라곤 그의 측근 강상(姜冏)과 친우 채옹의 손에 유물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것뿐.
가후는 강상의 후인(後人,후예자)가 있는 줄은 생각도 못했는듯, 강유를 보며 묘한 감상에 빠진다. 이윽고 그는 여덟째(수경8기)의 관심을 독차지한 강유라면 분명 나중에 쓸모가 있을 거라면서 자기가 데리고 다닐 것을 천명한다.
하후연은 가후가 말한 내용 중 ‘채옹’부분에서 번뜩 생각이 떠올랐는지, 조조가 채옹의 딸을 데리고 온 것도 모두 이유가 있었음을 깨닫는다.
채옹이 죽은 후 흉노에게 끌려간 채염(蔡琰)이, 12년 동안 노비 신세를 지기는커녕 좌현왕(左賢王)의 왕비가 되었다면서, 조조가 그녀의 구출에 거금을 댔던 것도 분명 ‘망향행’에 대한 그녀의 능력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라 한다.
하후연 : 若是眞的, 他們想藉這曲展現對外族之友誼,
만약 사실이라면, 이 곡을 통해 외족(外族)과의 우의를 드러내고자 함이며,
하후연 : 也想喚起衆人當年一起抗暴之回憶
사람들에게 과거 폭정에 함께 맞서 싸웠던 추억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이겠지.
헌데 하후연의 추론을 듣고 있던 가후는 갑자기 벌떡 일어서는데...
가후 : 不對! 他們不了解那個人...
아닙니다! 저들은 그 사람을 모릅니다...
가후 : 他早已淩駕於望鄉曲的一切!
그는 망향곡(望鄉曲)의 모든 것을 능가한지 오래에요!
그리고 가후는, 드디어 숨겨져 있던 진상의 편린을 깨닫기 시작한다.
가후 : 計有單向而發,
계책이란 한쪽을 향하여 펼쳐지기도 하지만,
가후 : 也可雙向而施!
양쪽을 향해서도 시행될 수 있는 법!
채염(蔡琰) : 無親是苦,
부모 곁에 없어 괴롭고,
채염(蔡琰) : 無家, 更是,
고향 집 곁에 없음이, 더더욱,
채염(蔡琰) : 苦!
괴롭도다!
화봉요원 2권에서 소맹이 했던 것처럼, 채염은 똑같은 포즈로 ‘망향행’을 마무리하고 그녀의 노래에 홀린 사람들은 눈물을 흘린다.
가후 : 舞樂動人也深, 其化人也速
무용과 그에 발맞춰 연주되는 음악은 사람의 넋을 잃게 하는 것이 깊고,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이 매우 빠르니.
*舞樂動人也深, 其化人也速은 <순자>악론(樂論)편에서 나온 문장을 변용하였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夫聲樂之入人也深, 其化人也速, 故先王謹爲之文
대체로 음악은 사람의 마음에 젖어 들어가는 것이 깊고 사람의 마음을 감화시키는 것이 빠르기 때문에 고대의 성왕(聖王)이 그 악장을 근엄하게 만들었다.
樂中平, 則民和而不流, 樂肅莊, 則民齊而不亂
음악이 중정(中正)하고 화평하면 백성들은 화합하여 방자한 쪽으로 흐르지 않고, 음악이 엄숙하고 장중하면 백성들은 통일되어 혼란스럽지 않게 된다.
<순자> 제20악론(樂論)편중에서
가후 : 歌舞完後, 潛伏在內心的激動湧上心頭,
가무(歌舞)가 끝나면, 안쪽에 숨어 있던 격동이 마음속에서 솟구치고
가후 : 正在尋覓情感的歸處
그 감정은 귀의할 곳만을 찾아 헤매노니.
가후 : 望鄉曲後, 衆人進入了深層的思考領域
망향곡이 끝난 뒤 사람들은 깊은 차원의 사고영역으로 들어서는데.
가후 : 靜待一個有力的嚮導, 指引衆人走向所要之路
강력한 길라잡이(지도자)가 나타나, 자신들이 나아가야할 길로 안내해주기를(이끌어주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가후 : 當年許臨死後, 望鄉曲卻在洛陽重現
과거 허임이 죽은 후에도, 망향곡(望鄉曲)은 낙양에서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으니.
가후 : 而董卓正正需要這樣,
동탁이 필요로 했던 것은 바로 그것이었음이라.
가후 : 在衆人迷惘之時下手
사람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순간을 노렸던 것.
가후 : 而今天,
그리고 오늘날,
가후 : 有人同樣要重施故技
누군가 낡은 수법을 다시 선보이려 한다.
가후 : 全部人都在, 他正要藉此扭轉一切
모든 이들이 자리해있으니, 그는 그것을 이용해 모든 것을 뒤집으려 한다.
정정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 순욱. 조씨 일가는 깜짝 놀란다. 그가 사람들에게 맞아 죽을 거란 예상을 하는 조조의 아들들. 허나 순욱은 겁없이 군중 속으로 들어간다.
아니나 다를까. 터져나오는 비난. 행인 하나가 튀어나와 순욱을 손가락질한다.
사람들 : 荀彧!
순욱!
사람들 : 來得好, 你終於送上門來了!
정말 잘 왔다, 드디어 제 발로 기어 들어왔구나!
사람들 : 被軟禁多時, 有沒有想得通透?
연금된 지도 오래인데, 뭔가 깨달은 거라도 있나?
사람들 : 鄭兄你說什麼? 他送上門, 咱們就代丞相敎訓他!
정(鄭)형, 무슨 말씀입니까? 놈이 제 발로 기어왔으니, 우리가 승상을 대신해 가르침을 내려주어야지요!
사람들 : 別忘了沒有丞相, 何來今天漢室!
잊지 마시오. 승상께서 없으셨다면, 오늘날 한실(漢室)이 어찌 있었겠소!
사람들 : 這話差矣, 敎訓他就是便宜了他!
그 말씀은 틀렸소. 가르침을 내리는 건 되려 저 사람에게 좋은 일만 해주는 거요!
사람들 : 他不是口才非凡的嗎? 怎麼不讓他說說看!
저 사람은 말재간이 비상하다면서? 어디 저 자한테 한 번 말이나 좀 해보라고 하시오!
사람들 : 沒錯, 我就想知道他在幹什麼!
맞소, 나도 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고 싶소!
사람들 : 說得對! 就讓他上台, 說說他的意見!
그 말이 맞다! 저 자를 무대 위에 올려, 그의 의견을 말하게 합시다!
사람들 : 別以爲咱們曹家只懂得欺負人!
우리 조가(曹家)가 사람을 괴롭힐 줄만 안다 생각지 말라고!
점차로 과열되어 일촉즉발인 분위기. 심지어 누군가가 나타나 다짜고짜 순욱의 멱살을 잡아 끈다.
사람들 : 來
이리와,
사람들 : 去說, 上台去說!
가서 말해! 무대 위로 올라가서 말하라고!
사람들 : 銅雀臺今天不只爲丞相而設,
동작대는 오늘날 승상만을 위해 세워진 자리가 아니라,
사람들 : 也是爲你這種奸臣而設!
너 같은 간신을 위해서도 세워진 자리인 것이야!
그리고 양수는 지금의 광경이야말로 바로 순욱이 노리던 순간임을 깨닫는다.
양수 : 這正是他想要的!
이것이야말로 그가 원하던 것이오!
사람들 : 今天全部人都在, 有話就說!
오늘 모든 사람이 자리해 있으니, 할 말 있으면 해보라고!
사람들 : 咱們就不信歪理可服人!
얼토당토 않는 이치로 남을 설득할 수 있겠냐!
양수 : 看吧, 這些不是咱們的人...
보십시오, 저자들은 저희쪽 사람이 아닙니다...
양수 : 同一夥,
한패거리다,
양수 : 他們, 正在掩護荀彧!
저들은, 순욱을 엄호하고 있어!
양수 : 上台了
무대 위에 오른다..
가후 : 這台戲的主角終於出現,
이 연극의 주인공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가후 : 正如那一天,
마치 그 날과 동일하게.
가후 : 有誰可以想像偉大的洛陽,
위대한 낙양(洛陽)이
가후 : 可以被董卓以言語捨棄,
동탁의 말에 버려질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가후 : 今天, 偉大的演說將要重現
오늘, 위대한 연설이 다시금 펼쳐질 것이다.
가후 : 銅雀臺下, 除了曹氏, 其他當朝官員仍未表態...
동작대 아래, 조씨(曹氏)를 제외한 다른 조정의 관원들은 아직 태도를 드러내지 않고있으니...
가후 : 方以類聚, 物以群分
방향에 따라 종류대로 모이고, 만물은 무리에 따라 분류된다 했던가.(방이유취, 물이군분)
*만물은 각자 취향에 따라 끼리끼리 모이게 마련이라는 뜻.
가후 : 群情洶湧, 縱使弱小, 也可以變得強大
무리의 감정이 격렬히 솟아오르면, 아무리 미약한 것일지라도 강대해질 수 있는 법인즉.
가후 : 而他自知不能存活,
그는 자신이 살아남지 못할 것임을 정확히 알면서도
가후 : 只望一個播下種子的機會,
그저 씨를 뿌릴 기회 하나만을 바랬던 것이라. 播種; 새 사상/이론을 전파하다
가후 : 今天, 站在最高道德之地
오늘, 지고한 도덕의 자리에 서서,
가후 : 讓銅雀臺成爲他的講台
동작대를 그의 강단(台)으로 삼고,
가후 : 讓演說, 動搖大部份搖擺不定的官員
연설로써, 계속하여 흔들거리는 대다수 관원들을 요동치게 만들어 놓으리라.
가후 : 不求勝出,
승리 따위는 바라지 않으며,
가후 : 卻懷著豐收的期待!
다만 수확이 풍성하기만을 기대할 뿐이니!
가후 : 以他的口才, 絶對有餘!
그의 말솜씨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이다!
가후 : 別忘了, 當年在酸棗,
잊지 말기를, 과거 산조(酸棗)에서
가후 : 十萬靑州兵, 是如何歸降!
십만 청주병(靑州兵)이 어떻게 투항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