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 코토미네 키레이에 대한 고?찰
본문
코토미네 키레이.
이 인물에 대해서 바로 떠오르는 키워드는 "유열"일 것이다.
그만큼 본성부터 뒤틀린 악에 가까운 캐릭터이며, 다른 이들의 고통을 양식 삼아 살아가는 이미지의 캐릭터지만 사실 의외로 매우 복합적인 내면의 캐릭터다.
일반적으로 "유열꾼" 비슷한 이미지는 제로에서 만들어졌다.
그만큼 키레이가 스스로의 본성에 대해 자각하며 타락하는 묘사가 알기쉽고 맛있게 다가왔다는 것이지만, 이건 사실 키레이의 진가가 드러나는 페스나의 묘사와는 상당히 다르기도 하다.
Zero의 키레이를 요약하자면
1. 처음에는 본성을 모르고 있었음.
2. 길가메쉬의 충동질로 본성을 자각.
3. 자각한 뒤에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쾌락을 채우기 위해 행동.
이렇듯 비극을 이끌어가는 빌런으로서의 면모는 출중해지지만, 본성을 자각하고 난 뒤에는 조금 "1차원적인 사디스트 악당"의 면모를 보인다.
반면 SN의 키레이를 요약하자면
1. 애초부터 자신의 본성을 자각하고 살아옴.
2. 그럼에도 지금까지 "이성으로 본성을 최대한 억누르며 살아옴".
3. 최종적으로 막아서는 적의 역할이지만, "이전까지의 행보는 대부분 선역을 도움".
이렇게 꽤 차이가 난다.
특히 키레이가 "1차원적인 사디스트 악당"과 차별화 되는 점이, 키레이에겐 "일반적인 인간의 도덕관념이 존재하고, 선행과 악행을 구분할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선행에 가까운 일을 더 자주 한다"는 것.
물론 SN의 키레이도 대화재의 여파로 사고를 당한 아이들을 길가메쉬용 "배터리"로 만들어버리는 천하의 개쌍놈 짓도 하지만, 그것은 키레이가 "자신의 쾌락을 위한 행동"은 아니니까 일단 미뤄둔다.
의외로 SN에서의 키레이는 "자신의 쾌락을 위해 타인을 괴롭게 하는" 장면은 거의 없다. 있다고 해봐야 린에게 토키오미 살해를 밝힐 때인데, 그것조차 다른 목적의 "덤"인 느낌.
그렇다면 키레이의 행동들의 동기는 무엇이냐 하면...
"자신이 살아가도 되는지를 확인하는 것".
키레이는 본인 입으로 직접 언급한다.
"너희들이 행복으로 느끼는 것이, 나에게는 행복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너희들에게 질투하고 있다."
즉, 키레이는 스스로의 본성을 "지극히 평범한 윤리관"을 통해 혐오하고 있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신의 본성을 채우려 하지 않는다.
흑막으로서 행동하는 동기도 "자신의 삶에 의문을 품고, 자신의 삶을 긍정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 면모는 특히 HF에서 두드러진다.
키레이가 정말 "유열만을 쫓는 쾌락범"이었다면 당연히 그의 역할은 흑막 역할을 하는 조켄과 협력하여 마지막에서야 통수를 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오히려 이 때의 키레이는 빌런보다는 안티 히어로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신을 비웃는 조켄에게 "극도의 혐오감과 적의를 드러내며" 조켄을 대적해, 사실상 죽여버리는데 성공했다.
킬 자체는 사쿠라-유스티차로 이어지는 짜부와 멘탈공격 콤보지만, 키레이가 약화시키지 않았다면 아예 사쿠라가 조켄에게 먹혀버렸을 테니.
그 뒤의 사쿠라와의 대담에서도 키레이는 "그 악한 인격도 너 본인"이라는, 어딘가 자신에게 말하는 듯한 이야기를 한다.
물론 키레이는 악한 본성을 이성으로 억누르고, 사쿠라는 자포자기해서 악행을 저지르려는 무너진 이성을 선한 본성이 그나마 억제하는 쪽이었지만.
그 이후로 등장하는 키레이는 알다시피, 시로를 막아서는 최후의 적으로서 나타난다.
온 몸이 너덜너덜한 채로, 주어진 시간도 얼마 없음에도 키레이는 마지막까지 앙그라마이뉴의 강림을 목적으로 시로를 막아선다.
이마저도 이유는 "세상이 불타는 것을 다시 보고싶다"가 아닌, "태어날 때부터 악인 존재가 그 악성을 세상에 풀어놓고,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해서.
태어날 때부터 악이란 존재는 곧 키레이 자신.
키레이는 그저 세상을 불태우기 위해서가 아닌, 스스로의 삶을 긍정하기 위해 자신의 본질과 가장 가까운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것은 주인공인 에미야 시로의 행동원리와도 일치한다.
시로의 직접적인 언급에서도 드러나듯, 두 사람은 자기 자신을 처음부터 죄인이라 규정하고, 자기 자신의 삶을 긍정하기 위해 선행을 자신에 대한 "벌"로서 부여했다.
단지 시로는 본성이 선하여 그 "벌" 속에서 일말의 행복을 찾을 수 있었고,키레이는 본성부터 뒤틀려 있었다는 것 뿐.
코토미네 키레이는 단순히 쾌락을 위해 타인을 괴롭히는게 목적인 인물이 아니라, 그런 행위로 쾌락을 얻는 자신의 존재의의를 계속하여 고민하고, 가지고 있는 평범한 도덕관념으로는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밖에 없기에, 자신을 긍정하기 위해 수행을 통해 본성을 통제하며 투쟁하던 중 망가져버린 불행한 인물이라는 것.
인간도 아닌 녀석이라기엔, 너무나 동기가 인간다운, 어찌 보면 처절한 캐릭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