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회고록 만화 읽은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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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 상을 받은 불후의 명작 <쥐: 한 생존자의 이야기>.
굉장히 유명한 작품이라 한 번쯤 들어는 봤을 거다.
그런데 이게 단순한 역사 만화로 보기엔 구성이 복잡하다.
화자이자 작가인 아트가, 아버지 블라덱을 방문해 이야기를 듣는 방식인데,
현대 파트의 중요도도 상당히 큼.
1. 과거 파트에서 블라덱의 친구와 가족들 등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회고록 특성상 아주 간결하게 지나감.
누가 죽었다고 하면 "그 사람들 가스실에서 죽었다" 나, "못 만났으니 죽었을 거다" 하고 지나감.
극도로 잔혹하고 비참한 사건을 담담하게 풀어 나간다.
읽다 보면 건조한 표현 밑에 끔찍하기 짝이 없는 사건들이 느껴져서 소름돋음.
2. 현재의 블라덱의 모습이...참 잔인할 정도임.
인종차별자긴 한데, 그것보다 더 강조되는 모습이...
극도로 예민하고 꼼꼼하고, 주위 사람들을 자기 기준에 맞을 때까지 미친 듯이 갈구고 들볶아뎀.
아마 다들 인생에서 한 번 정도 봤을 거다. 쓸데없이 기준만 높고 깐깐해서 피말라서 주위에 있기도 싫은 사람.
그런데 회고록을 보면 바로 그 모습 덕분에 살아남은 거라 뭐라 할 말조차 없어짐.
흘로코스트의 고통만큼이나, 현대의 망가진 블라덱의 모습과 고통받는 가족의 모습도 집요하게 담아냄.
어머니와 아버지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 작가 자신의 과오와 죄책감도 객관적으로 담음.
3. 피해자의 입장에서만 홀로코스트를 다룸.
그러니까 나치가 무슨 짓을 했고, 어떤 정책적 결정을 내리고 전쟁이 진행됨에 따라 어떻게 계획이 바뀌었는지,
거의 나오지 않음.
아무것도 모르는 소시민의 입장에서 이유도 모른 채 일방적으로 일상이 파괴되는 모습만 드러남.
그래서 보다 보면 굉장히 기분이 나빠짐. 존 오브 인터레스트처럼.
형연할 수가 없는 무언가에 의해 부조리하게 짓밟히는 약자의 모습이 너무 잘 드러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