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남자들에 대하여]: 진정한 성평등을 향해
본문
저자 - 리처드 리브스
역자 - 권기대
출판사 - 민음사
쪽수 - 376쪽
가격 - 22,000원 (정가)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남성의 호전성이 아니라 수동성이다!
남성 문제를 주요 담론으로 끌어올린 화제의 논픽션
사회계층, 인종 간 분열, 기회 불평등에 관한 연구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학자이자 세 아들의 아버지인 리처드 리브스가 이 위험한 주제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중상류층의 특권 대물림을 데이터로 입증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정치 분야 베스트셀러가 된 『20 VS 80의 사회』에 이어, 신작인 『소년과 남자들에 대하여』에서는 불평등의 또 다른 축인 남성에게 주목한다. 이 책은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화제와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남성 문제를 주요 담론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코노미스트》, 《뉴요커》 선정 올해의 책
절망 속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남성들
소년과 남자들이 휘청이고 있다
2025년 7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개빈 뉴섬 주지사는 소년과 남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너무나 많은 젊은 남성과 소년이 공동체, 기회, 심지어 가족과도 단절된 채 침묵 속에서 고통받고 있습니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주지사실은 보도 자료에서 자살 사망자의 약 80퍼센트가 남성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캘리포니아에서는 15~44세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의 서너 배나 된다고 덧붙였다.
오늘날 남성 문제는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문제는 경제구조 변화, 고립, 사회적·경제적 불평등 심화가 낳은 혼란과 함께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특히 선진국에서 남성이 자살할 확률은 여성의 약 세 배에 달한다. 실제로 45세 미만 영국 남성의 가장 큰 사망 원인은 자살이다. 절망사에 관한 연구를 보아도 미국에서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의 70퍼센트 가까이가 남성이다.
남성의 위기는 관계의 위기이기도 하다. 미국 남성의 15퍼센트는 가까운 친구가 없다고 답했는데, 1990년의 3퍼센트에서 급증한 수치다. 외로움과 우울증에 빠진 남성들은 극단적 목소리에 취약해지고, 매노스피어(남성계) 같은 온라인 세상으로 후퇴한다. 하지만 세상은 이런 현상을 분석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아니라 ‘유해한 남성성(toxic masculinity)’ 같은 프레임을 씌워 비난한다.
남성을 위한 정치는 없다
양극화된 젠더 정치
2022년 3월, 한국에서는 보수 성향 대통령 후보인 윤석열이 승리했다. 윤 후보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해 젊은 남성들의 압도적 지지를 끌어냈다. 2025년 7월, 이재명 대통령은 “전체 구조적으로 보면 여성이 차별받는 억울한 집단이 분명하다.”라고 하면서도 “남성들이 차별받는다고 느끼는 영역이 있는데, 공식적 논의를 어디서도 안 하고 있다.”라며 “남성 차별을 연구하고 대책을 만드는 방안을 점검해 달라.”라고 여성가족부에 지시했다.
리브스는 좌파의 실패 원인 중 하나로 “성 불평등이 양방향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점점 더 많이 일어나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을 든다. 2021년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성 정책 위원회를 만들었다.(2025년에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과 함께 폐지되었다.) 중립적 명칭과는 달리 이 위원회의 공식 임무는 “여성과 소녀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을 안내하고 조정하는 것”이었다.
진보주의자들은 남성이 겪는 어려움을 인정하면 소녀와 여자들을 위한 노력이 약해질까 봐 두려워한다. 하지만 리브스는 성평등 문제를 제로섬 사고로 인식하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우파는 겉으로는 남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처럼 보인다. 조시 홀리 상원 의원은 2021년 11월에 열린 보수주의 콘퍼런스에서 “좌파는 전통적 남성성이 유해하다고 규정하려” 한다면서, 좌파가 소년과 남자들을 혐오하고 공격한다고 주장했다. 1979년생인 홀리는 이 연설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은 내놓지 않았다.
보수주의자들은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과거로 돌아가려고만 한다. 콘퍼런스로부터 몇 주 후, 홀리는 국방수권법에서 여성 징병 조항을 폐지하는 움직임을 이끌었다. “딸, 어머니, 아내, 자매들에게 우리의 전쟁을 치르라고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젊은 남성들도 이 말에 동의했을까? 리브스는 “소년과 남자들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전통적인 남성 역할의 회복이라는” 우파의 가정이야말로 가장 심각한 실수라고 지적한다.
학업에서 뒤처지는 소년들
남학생들에게 시간이라는 선물을 주자
2024년 5월 말, 우리나라의 한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발간한 정기간행물이 논란을 일으켰다. “여아를 1년 조기 입학시키면 향후 적령기 남녀가 서로 더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돼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내용 때문이었다. 기고자는 남성의 발달 정도가 여성보다 느리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리브스는 현대 교육 시스템이 남학생들의 잠재력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한다고 본다.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남자아이들의 뇌가 (특히 가장 중요한 중등교육 기간에) 더 느리게 발달”하기 때문인데, “소뇌는 여자아이들의 경우 11세에 완전한 크기가 되지만, 남자아이들은 15세가 되어야 그런 크기에 도달한다.”
뇌 발달 타이밍의 차이는 여학생이 모든 교육과정에서 남학생을 압도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것은 세계적 추세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ELA 및 GPA 성적, 고등학교 졸업 가능성 등 대부분의 척도에서 여학생이 앞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모든 국가에서 여성 학사 학위 소유자가 남성 학사 학위 소유자보다 많다. 2020년에는 미국 상위 열여섯 개 로스쿨의 법학 저널(law review) 편집장이 모두 여성이었다.
리브스는 남학생의 23퍼센트가 발달장애가 있다고 진단하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비판하고, 타고난 생물학적 차이를 인정해 남학생이 공평한 경쟁의 장에 설 수 있게 하자고 주장한다. 그가 남학생들을 위해 제시하는 대표적 해결책은 레드셔팅(redshirting)이라고 부르는, 학교에 1년 늦게 보내기다. 리브스는 “1년을 기다린 남자아이들은 초등학교 내내 과잉 행동과 부주의가 극적으로 감소했고 삶의 만족도도 높아졌으며 한 학년 유급될 확률도 낮아졌고 시험 점수도 높아졌다”라며 레드셔팅의 효과를 소개한다.
일자리도, 가장의 자리도 잃은 남자들
낡아 빠진 아버지 모델은 버리자
교육 시스템과 달리 노동시장은 남성에게 유리하다. 《포춘》 선정 500대 기업의 최고 경영자(CEO)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점에서 이 전제는 맞지만, 유리 천장 아래를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1979년에 미국에서 여성의 소득은 남성의 63퍼센트였다. 2019년에는 82퍼센트로 증가했다. 성별 임금격차가 줄어든 이유는 남성의 시간당 평균 실질임금이 1970년대에 정점을 찍고는 그 이후로 줄곧 하락했기 때문이다. 자동화가 진행되고 자유무역이 미국의 제조업을 외국으로 옮겨 놓으면서 완력이 필요한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미국 경제의 축은 남성 위주였던 제조업에서 여성에게 기회가 열린 서비스업으로 이동했다.
2019년에 미국에서 여성은 전체 근로자의 47퍼센트를 차지했다. 여성 근로자의 40퍼센트가 남성의 중위 소득보다 많이 번다. 미국에서 여성이 주로 생계를 책임지는 가구는 41퍼센트 정도다. 우리는 클로디아 골딘의 표현대로 “남녀 임금의 굉장한 수렴”을 목격하고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여성이 대학을 졸업하면 1년 이내에 아내가 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여성에게 남편은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자녀를 원한다고 해도 결혼이 선결 조건은 아니다. 전통적 가족에서 남성의 역할은 ‘부양하는 자’였다. 그런데 여성이 경제적 독립을 확보하면서 이 역할을 잃었다.
문제는 많은 남성이 한참 뒤처지고 낡아 빠진 아버지 모델에 붙들려 있다는 점이다. 리브스는 “아버지의 역할은 생계유지에 머물렀을 뿐 돌봄으로까지 확대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제는 어머니를 거치는 간접적 관계 대신에 자녀와 직접 관계를 맺어 부성애를 재창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동등한 자녀 양육권과 안 쓰면 없어지는 6개월의 유급 육아휴직 기간을 아버지에게 주자고 제안한다.
소년과 남자들에게는 롤 모델이 필요하다
남성을 돌봄 직업으로
2025년 7월 16일에 공개된 팟캐스트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여러 남성 멘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소년들이 남성성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배우고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마을에는 남성 어른도 있어야 한다. 미국의 K-12(유치원(kindergarten)에서 12학년(고등학교)까지) 교사들의 남성 비율은 1980년대 초의 33퍼센트에서 현재 24퍼센트로 떨어졌다. 사회복지사의 남성 비율은 1980년 이후로 반토막이 나서 겨우 18퍼센트다. 남성들은 전체 심리학자 중에서도 소수(22퍼센트)를 차지한다. 미국 심리학회는 2018년에 “전통적 남성성은 전반적으로 해롭다.”라는 내용의 문서를 내놓았는데, 남성성의 긍정적 측면에 관한 언급은 단 하나도 없었다.
교사들이 학생들의 역할 모델(롤 모델)로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고려할 때 남성 교사의 부족은 심각한 현상이다. 남성 교사들은 남자아이들과 그들의 능력에 더 긍정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남성 상담사가 드물다는 점은 남성들이 정신 건강 상담을 받을 가능성을 더 낮춘다.
2019년에 멀린다 게이츠는 미국 여성의 기회 증진을 위해 10억 달러의 기부를 약속했다. 이 기부의 목표 중 하나가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직업 내 여성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오늘날 여성은 STEM 과목에서 수여되는 학사 학위의 36퍼센트를 차지한다. 반면에 여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HEAL(건강, 교육, 행정, 문해력) 직업에서는 여전히 남성을 찾기가 어렵다. STEM 분야에 한 개의 일자리가 생길 때, HEAL 분야에는 세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리브스는 돌봄 직업에 남성을 의도적으로 더 모집해야 한다고, 남성들이 HEAL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정한 성평등을 향해
페미니즘은 좀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수천 년 이상 예속과 차별을 견뎌야 했던 여성들이 마침내 몇몇 영역에서 남성들을 넘어섰다고 해서 경각심을 가져야 할까?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이 그처럼 빠르게, 그처럼 모든 분야에서, 그처럼 꾸준하게 남성들을 추월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리브스는 모두가 어렴풋이 느꼈으나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던 문제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음을 수치화해 보여 준다.
“해방운동으로서 페미니즘이 지닌 문제는 ‘지나치게 앞서 나아갔음’이 아니다. 오히려 충분히 멀리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다.” 리브스는 성평등이 이제 남성의 부족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평등을 가장 강력하게 옹호하는 사람들이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년과 남자들은 버림받았다는 느낌에 다른 곳을 찾게 될 위험이 있다.
전통적 남성성이 부여해 주던 동기를 잃은 소년과 남자들은 존재론적 안정감을 잃고 무기력해졌다. 기회가 있어도 잡지 않는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시민사회는 남성을 개조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구조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남성들 또한 새로운 정체성을 찾기 위해 질문에 답해야 한다. 남성의 역할은 무엇이고, 이상적 남성상이란 무엇인가? 남성성은 생각보다 연약하지만, 따라서 얼마든지 유연해질 수 있다.
성평등에 깊이 헌신하는 페미니스트이자 두 아들의 어머니로서 나는 『소년과 남자들에 대하여』를 강력히 추천한다. 리처드 리브스는 아들을 둔 수많은 부모의 경험을 긍정하는 동시에, 그 경험을 더 넓은 국가적·전 세계적 맥락에 담아낸다. 무엇보다도 그는 성별 스펙트럼 전반을 넘어 우리 모두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용감하고 설득력 있으며 시급히 필요한 이 책에서 리브스는 ‘유해한’ 남성성이라는 해로운 서사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년과 남자들을 지원하고 남성성의 긍정적 측면을 활용해 더욱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안한다.비평가들은 남성이 여전히 기업, 정부, 교육 분야의 최고위직에서 우위를 차지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남성의 어려움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리처드 리브스는 신중하고 면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을 통해 대부분의 소년과 청년들이 《포춘》 500대 기업의 경영진이나 MIT 교수직을 노릴 만한 인재가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 준다. …… 리브스는 남성의 곤경을 남성 탓으로 돌리거나 남성성을 질병으로 취급하는 대신에, 합리적이고 인간적이며 실용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드디어 분노하기보다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소년과 남자들의 위기를 분석한 책이 나왔다. 『소년과 남자들에 대하여』에서 리처드 리브스는 용기와 연민을 품고 오늘날 남성들이 직면한 문제들을 다루며, 정치적 스펙트럼 전반에 걸쳐 실행 가능하고 수용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중요하고 시의적절하며 균형이 잘 잡힌 데다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소년과 남자들에 대하여』는 우리 사회에서 남성의 급속한 경제적·심리적·사회적·교육적 쇠퇴를 명확히 설명하고, 우리의 아들, 형제, 아버지들에게 긍정적 남성성을 선사할 실질적 정책을 제안한다. 자살률 증가, 중독, 학력 저하, 우울증, 총기 난사 사건 등 남성이 겪는 사회적 문제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리브스는 중요한 통찰과 참신한 진단, 실용적 접근법을 제시한다.
선진 세계 전역에 걸쳐 소년의 위기가 일어나고 있다. 리처드 리브스는 젠더를 둘러싼 미국 문화 전쟁이라는 지뢰밭을 능숙하게 헤쳐 나가며 사실과 원인, 놀라운 해결책을 제시한다. 세 아들의 아버지인 리브스의 호소는 우리의 머리뿐만이 아니라 가슴에도 와닿는다. 아들이 있다면, 다른 이의 아들을 고용한다면, 그 아들과 결혼하고 싶다면 이들이 성공하기를 바라야 하며, 이 강력하고 중요한 책을 읽어야 한다.
리처드 리브스는 뛰어난 작가적 재능과 분석 능력에 더해 당파들이 외면하는 문제에 확고한 집중력을 보여 주는 보기 드문 인물이다. 『20 VS 80의 사회』가 미국인들에게 사회적 이동성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에 의문을 제기하게 했던 것처럼, 소년과 남자들을 다룬 그의 연구는 도발적이고 시의적절하며 현실적 해결책이 풍부하다.
올해 가장 중요한 논픽션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