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 작가의 도덕성과 작품의 가치 사이에서
본문
저자 - 지젤 사피로
역자 - 원응영
출판사 - 이음
쪽수 - 228쪽
가격 - 18,000원 (정가)
작품과 작가의 도덕성을 둘러싼 문제는 이 시점 가장 격렬한 논쟁거리다. 사건이 생길 때면 논쟁은 뜨겁게 타올라, 때로는 건강한 토론이 아닌 근거 없는 비난과 논리 없는 말싸움으로 번지곤 한다. 그것은 지금까지 이를 다루는 이론적, 분석적 틀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작가와 작품의 도덕성을 둘러싼 여러 종류의 논의를 아우르고, 활용할 만한 기초적인 이론과 분석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다. 혼란스러운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줄 책이다.
사랑과 삭제 사이,
언제나 뜨겁고 오래된 문제
사랑해 마지않던 작품이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함으로써 만들어졌을 때, 작가가 범죄나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을 저질렀음이 알려졌을 때, 그 사랑을 어떡해야 할까? 하루아침에 그 마음을 칼같이 거두어들일 수도, 사랑을 지속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우리들은 그 마음을 손에 쥔 채 오도 가도 못하는 심정이 된다.
작품과 작가의 도덕성을 둘러싼 문제는 이 시점 가장 격렬한 논쟁거리다. 최근 한 소설가가 당사자의 허락 없이 그의 이야기를 작품에 재현한 일로 인해 창작의 자유와 허용 범위, 재현 윤리를 놓고 열띤 토론이 일었으며,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투’ 폭로와 이후 가해자의 창작 활동 복귀를 둘러싼 논쟁은 지금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보이콧과 불매, 더 나아가 작품을 삭제하고 작가의 작품 활동을 영구적으로 정지시켜야 한다는 이들이 있는 한편, 작품의 우수성은 작품 자체로만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작가와 작품의 윤리를 둘러싼 논의는 오래전부터 여러 입장이 부딪치며 지속된 문제다. 교과서에 실린 작품의 작가가 친일임을 뒤늦게 알았을 때 느낀 언짢음은 우리에게 전혀 낯설지 않다.
누구나 마음대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이자 하나의 공론장인 SNS가 생겨나며 더욱 많은 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사건이 생길 때면 SNS상에서는 그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타올라, 때로는 건강한 토론이 아닌 근거 없는 비난과 논리 없는 말싸움으로 번지곤 한다. 그것은 지금까지 이런 문제들을 다루는 이론적, 분석적 틀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작가와 작품의 도덕성을 둘러싼 여러 종류의 논의를 아우르고, 활용할 만한 기초적인 이론과 유용한 분석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다. 혼란스러운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줄 책이다.
‘작가란 무엇인가?’에서
페터 한트케의 노벨상 수상까지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 책은 우선 ‘작가’와 ‘작품’, 그 관계를 살펴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작품의 창작자로서의 작가와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작가는 같은 사람인가? 작품의 윤리관은 작가의 윤리관을 반영하는가? 각각은 분리 가능한가? 책의 1부는 작가와 작품의 관계를 세 가지로 나누어 분석하고 정의함으로써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고자 한다.
책의 1부가 이론적 토대를 세우는 이론편이라면, 2부는 실례에 적용하는 활용편이다. 1부에서 정립한 분석 틀을 바탕으로 하여, 2부에서는 로만 폴란스키, 하이데거, 페터 한트케 등의 사례를 특징별로 나누어 검토한다. 4장은 강간, 아동 성범죄, 살인과 같은 범죄를 저지른 작가와 관련하여, 5장은 인종 혐오, 반유대주의, 파시즘과 나치즘 찬동 등 문제가 되는 이데올로기를 표명한 작가의 경우를 다룬다. 구유고슬라비아 전쟁에서 친세르비아 입장을 표명한 페터 한트케가 노벨 문학상을 받아 촉발된 논쟁에 관해서는 6장에서 따로 다룬다. 구체적인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작가가 비난받을 행동 혹은 범죄를 행했을 때 제기되는 작가의 도덕성과 작품 사이의 관계에 얽힌 여러 질문을 살펴본다. 작가의 이러한 분석을 따라가면, 독자 각자가 이후 다른 사례들에 새롭게 적용하고 확장하는 일은 어렵지 않게 될 것이다.
더 나은 문화 소비자, 매개자가 되려는 이들에게
문제가 되는 작품을 단순히 삭제하고 없었던 것으로 만드는 일은 위험하다고 이 책은 역설한다. 왜냐하면 이는 폭력의 흔적마저 지워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빠르고 명쾌한 결정이나 해답보다는 “질문하는 태도”와 “좋은 질문”이 필요하다. 이것이 올바른 토론을, 나아가 문화계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
작품의 감상자이자 소비자로서 우리가 선택하는 작품은 개인의 윤리관을 반영한다. 더 나은 감상자, 문화 소비자가 되기 위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는 아주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 기초적인 이론 틀과 함께 사례를 분석하는 저자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자기만의 윤리관이 머릿속에 정립되고 유용한 분석적 도구들이 생겨날 것이다. 어떤 작품을 어떤 이유로 높이 평가하고 상을 주며 고전의 반열에 올릴지, 무엇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그러지 않을지 결정하는 문화 매개자의 역할을 이 책은 특히 강조한다. 그들에게 이 책을 필히 권한다.
목 차
- 옮긴이의 말
한국어판 서문
서론
1부 작가와 작품
1장 환유 관계
‘작품’ 경계의 불안정성
일관성을 조직하기
2장 유사 관계
저자, 화자, 인물
자신에 대한 글쓰기
저자와 그의 허구적 분신: 우엘벡과 베니에-뷔르켈
3장 지향성/의도성 또는 내적 인과 관계
의도에 대한 소송? 대독 협력자들의 “실수할 권리”
역효과? 오렐상의 노래와 브렛 베일리의 〈B 전시〉
2부 스캔들에 휩싸인 작가들
4장 권한 남용
상의 의미: 폴란스키 사건
타락한 아동 성애-작가의 영광과 비참
5장 평판을 위태롭게 하는 현실 참여
억압의 해석학: 블랑쇼와 그라스 vs 드 만과 야우스
하이데거의 “형이상학적 반유대주의”
모라스를 추념하기?
엔드 게임: 문학에서 이데올로기로
6장 페터 한트케는 악의 옹호자인가?
의심의 글쓰기에 대한 애매성
현실 참여의 대가
결론
감사의 말
지은이 후기
부록 〈자율성의 불순한 기초〉
추 천 사
“작가의 도덕성과 작품의 도덕성의 관계에 대한 질문이 뜨겁게 제기되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는 적합하고 다층적인 논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좋은 질문’이 필요하다.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단답형으로 대답하기보다, 질문이 이끌어 내는 다양하고 복잡한 토론에 주목하는 이 책은 그에 대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적절한 시점에 우리에게 도착한 이 책은 꾸밈없는 제목으로 그 내용은 물론, 저자의 어떤 태도를 명료하게 드러낸다. 성급한 비난과 단죄 대신 섬세한 분석과 성찰의 언어를 길어 내고자 ‘질문하는 태도’ 말이다. 이는 친일과 부역, 미투 등을 둘러싼 문화정치의 문제들을 일과성의 스캔들로 소비하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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