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엠파이어]: 미국이 글로벌경제를 무기화하는 법
본문
저자 - 헨리 패럴, 에이브러햄 뉴먼
역자 - 박해진
감수 - 김동규
출판사 - PADO북스
쪽수 - 352쪽
가격 - 25,500원 (정가)
‘글로벌’이 중립을 의미하던 시대는 끝났다
미국과 중국의 ‘보이지 않는’ 언더그라운드 패권 경쟁
20여 년 전만 해도 ‘글로벌’, ‘인터넷’ 등의 단어는 ‘국가를 초월한’, 즉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도 어쩔 수 없는 ‘초국적’, ‘초국가적’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하지만 그것은 허상이었고, 9/11 이후엔 그 허상이 공개적으로 붕괴하기 시작했다.
미국 워싱턴 DC의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과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에서 국제정치를 가르치고 있는 헨리 패럴과 에이브러햄 뉴먼은 ‘무기화된 상호의존성(weaponized interdependence)’이라는 개념으로 논문을 써왔고, 이 개념을 구체적인 사실과 엮어 「언더그라운드 엠파이어」를 출간했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학계, 언론계, 정부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패럴과 뉴먼의 ‘무기화된 상호의존성’ 개념은 베스트셀러 「칩 워」의 저자 크리스 밀러에게 영감을 주었고, 크리스 밀러는 “오늘날 경제 및 기술 권력이 어떻게 행사되는지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흥미진진한 책”이라고 이 책을 소개했다.
이 책은 우리가 궁금해하고 있던 것에 이해를 위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미국은 왜 중국산 앱인 틱톡(TikTok)을 금지하려 하는지, 중국은 왜 수많은 미국 앱을 금지했는지, 일본은 왜 한국 네이버가 지분 절반을 가지고 기술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LINE)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지, 미국은 왜 화웨이의 5G 교환설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동맹국들에 강권했는지, 왜 삼성은 TSMC만큼 파운드리 사업을 잘 해내지 못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언더그라운드 엠파이어」는 설명한다.
정치는 선악을 뛰어넘는다. 정치를 통해 질서를 만들고, 만들어진 질서는 선이 지배하는 세계다. 하지만 질서 밖 또는 질서와 질서 사이의 틈새에서는 여전히 선악을 뛰어넘는 정치의 공간이 이어지며, 이곳에서는 선(善) 즉 ‘착함’이라는 시선만으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들이 펼쳐진다. 하지만 세계정치를 이끌어왔던 역사상 수많은 강대국은 이러한 정치를 해왔고, 그들은 쉽사리 ‘착함’에 갇히지 않는다. 필자인 패럴과 뉴먼은 바로 미국, 중국 등 세계정치의 리더십을 놓고 경쟁하는 강대국들이 어떻게 일견 중립적이고 무해하게만 보이는 글로벌 경제의 기술적 장치들을 장악해 자국의 이익에 이용하려 노력하는지를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대표적인 예가 인터넷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분산되었지만, 2002년 무렵만 해도, 전 세계 인터넷 통신 중 미국을 거치지 않고 세계의 두 지역을 오간 비율은 1% 미만이었다. 예컨대, 브라질 남쪽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북부의 어느 도시로 용량이 큰 이메일을 보낸다면, 이 이메일은 미국의 마이애미를 경유해서 이동한다. 브라질 내의 느려터진 구리선을 이용하는 것보다 미국을 경유하는 초고속 광섬유 케이블을 이용하는 것이 더 빠르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가까운 지리적 거리가 아니라 가까운 시간 거리를 선택한다. 0.01초라도 빠른 곳을 선택하는 것이 인터넷이기 때문에 ‘브라질-브라질’ 루트보다 ‘브라질-미국-브라질’ 루트를 택하게 되는 것이다.
패럴과 뉴먼은 미국이 이런 초고속통신망을 미국, 특히 미국 정보 및 국방기관들이 밀집해 있는 워싱턴 DC 북부 버지니아 지역을 집중적으로 경유하도록 유도했다고 하는데, 여기를 통과하는 광섬유는 프리즘 기술을 통해 두 개의 신호로 분리되어 하나는 원래의 경로로 이동하고 다른 하나는 신호정보를 담당하는 미 국가안보국(NSA)으로 간다. 그리고 국가안보국은 이스라엘 기업이 가진 기술을 이용해 이 광섬유를 따라 흐르는 암호화된 정보를 풀고 해석한다고 한다.
선악 구분에 구애됨 없이 오직 국익만을 챙기는 것은 중국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패럴과 뉴먼의 주장이다. 대표적인 것이 화웨이인데, 화웨이는 5G 설비를 싼 가격에 내놓아 세계 시장을 석권하려 했다. 심지어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영국도 화웨이 제품을 도입하려 했다. 당시 5G 설비를 생산할 수 있는 회사는 노키아, 에릭슨, 화웨이 세 군데뿐이었다. 화웨이는 가격경쟁력이 월등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친했던 보리스 존슨 총리에게 화웨이 도입을 강력히 말렸고, 이 과정에서 존슨 총리가 말을 듣지 않자 “졸도 직전까지” 격분하기도 했다고 한다. 미국은 화웨이의 5G 설비를 의심했다. 첨단 5G 설비를 악용하면 세상을 감시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패럴과 뉴먼에 따르면, 화웨이는 마오쩌둥식으로 농촌지역을 먼저 장악한 후 도시로 진격한다는 사업전략을 채택해 중국 국내 및 해외시장에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화웨이가 급부상한 계기로 1994년에 있었던 화웨이 회장 런정페이와 장쩌민 공산당 총서기와의 만남을 지적한다. 이 만남 자리에서 런정페이는 “교환기(switch) 설비 기술이 국가안보와 연결되며, 자체 교환기 설비를 갖추지 못한 국가는 군대가 없는 국가와 같다”라고 말했고, 장쩌민은 “옳은 말씀”이라고 말했다. 또한 화웨이는 내부 영업자료에서 자신들의 제품이 “주요 정치 인사”를 효과적으로 추적하는 능력이 있음을 홍보하라고 했다고 한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100% 알 수 없지만 미국도 중국도 ‘역지사지’해 보니 상대방이 미심쩍어 보이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볼 수 있다.
미국의 최대 권력은 어쩌면 달러패권일 것이다. 전 세계가 미국의 첨단 제품-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을 사기 위해서라도 달러가 필요하며,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들끼리 무역을 하기 위해서라도 달러가 필요하다. 그래서 모든 기업은 달러가 필요하고, 모든 나라의 은행들은 달러로 표시된 미국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달러로 해외 송금한다는 것은 이름만 ‘송금’이지 사실은 미국 은행들 사이의 액수 기록 변경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1만 달러를 보내도 결국은 미국 은행시스템 안에서 계좌 사이 액수가 변경되어 기록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즉, 글로벌 경제에서 활동을 하려면 우리가 속해있는 나라의 은행들이 온전하게 작동하는 미국 내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재무부는 바로 이 미국 내 은행 계좌를 동결시킬 힘이 있고, 이를 통해 전 세계 금융권을 통제할 수 있다. 이 은행 계좌가 동결되거나 사용할 수 없게 되면 그 은행은 글로벌 경제에 참여할 수 없게 되어 ‘뱅크런’을 맞아 파산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계좌가 작동하지 않는 국가는 외국과 물물교환만을 해야 한다. 무역흑자라는 것은 어려워지는데, 즉 우리나라가 상대방 국가로부터 명태만 살 수 있다면, 상대방이 팔 수 있는 명태 액수만큼만 우리의 자동차, 핸드폰을 팔아야 한다. 교역이 제한된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 현대국가는 감시를 중시한다고 주장했다. 즉 현대국가는 ‘보이지 않게 보고 들리지 않게 듣는다’는 것인데, 이것은 비단 현대국가뿐만이 아니라 강대국들이 제국을 만들기 위해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능력이며 권력이다. 「언더그라운드 엠파이어」는 바로 이 ‘보이지 않게 보는’ 힘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경쟁을 조명한다. 경제 안보의 필독서인 이 책을 독자들에게 권한다.
목 차
- 감수의 글 6
이끄는 글 | 모든 길을 로마로 통한다 13
1. 윌터 리스턴이 꿈꾼 세상 33
2. 스톰브루 지도 69
3. 포연 없는 전쟁 - 미 상무부의 힘 - 111
4. 깨어나니 겨울 한 가운데 151
5. 브라이언 훅의 이메일 195
6. 바람과 빛의 제국 253
주 286
감사의 말 338
찾아보기 342
추 천 사
시장의 확대, 민주주의의 확산은 근대적 제국의 종말을 가져올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1세기 접어들어 더욱 강력해진 테러리즘에 대한 공포와 우려는 보이지 않는 제국의 부활을 초래했다. 기술진보를 통한 정보의 습득과 경제시스템을 통한 통제능력의 획득은 새로운 제국의 탄생을 알려준다. 『언더그라운드 엠파이어』는 오늘날 물밑에서 이루어지는 세계 정치경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치는 선악을 뛰어넘는다. 국제정치는 더욱 그렇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동에서의 분쟁은 현실정치가 윤리의 영역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면에서 『언더그라운드 엠파이어』는 정치의 영원한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제국의 통치에 대한 핵심을 제공한다. 규범이 강대국의 표면이라면 피치자나 경쟁자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은 강대국의 언더그라운드다. 제국이 세계를 통치하는 데는 규범이나 문화적 매력인 소프트 파워와 군사력 같은 노골적인 하드 파워만으로는 부족하다. 세계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감시권력, 즉 언더그라운드 권력이 필수적이다. 우리가 중립적인 것으로만 생각해왔던 인터넷, 국제금융, 세계화가 미국이 휘두르고 있는 통치권력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중국이 이 권력을 갖기 위해 미국에 도전하고 있다는 것을 『언더그라운드 엠파이어』는 자세히 보여준다. 국제정치의 현재와 본질을 알고 싶은 분들에게 필독서가 되리라 생각된다.”
『언더그라운드 엠파이어』는 권력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놀라운 설명서다. 패럴과 뉴먼은 광섬유 케이블에서 금융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하나로 묶는 네트워크가 어떻게 강력한 강압적 도구가 되는지 보여주며, 미국이 어떻게 세계 질서를 얽은 배관을 무기화하는 법을 배웠는지를 미묘한 필체로 폭로한다. 오늘날 경제 및 기술 권력이 어떻게 행사되는지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흥미진진한 책이다.
이 계시적인 책은 워싱턴이 어떻게 그렇게 엄청난 권력을 장악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권력을 어떻게 행사하는지를 설명한다. 이 책은 글로벌파워의 본질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강조함으로써 분석가들이 영향력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이해하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패럴과 뉴먼은 설득력 있는 논제를 제시하고, 이를 잘 변호하며, 매혹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무의미하고 끔찍해 보였던 일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다고 해서 그런 일들이 덜 끔찍해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이해할 수는 있게 된다.
『언더그라운드 엠파이어』는 특정한 구조적 권력은 제거하기가 극히 어렵다는 것을 설명한다. 1980년대 후반에 많은 국제관계 학자들이 미국이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믿었던 것처럼…현재의 평론가들은 디지털화된 세계에서 미국의 힘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미국을 돕는 사람들에게는 보상을 주고, 이를 어기는 사람들에게는 처벌을 가하는 새롭고 신비로운 도구를 사용해 왔다. 헨리 패럴과 에이브러햄 뉴먼 덕분에 이제 그 도구의 비밀이 조금은 드러났다. 그들의 저서 『언더그라운드 엠파이어』는 미국이 지난 세기 후반 세계 시장을 효율화하려는 중립적 수단으로 구축된 일련의 제도를 통해 어떻게 이익을 취했는지를 보여준다.
매혹적이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언더그라운드 엠파이어』에서 지적하듯이, 미국은 수십 년에 걸쳐 거의 우연히 구축된 방대한 정보 배관망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데, 세계 경제는 이 정보 배관망을 통해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강대국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헨리 패럴과 에이브러햄 뉴먼이 ‘무기화된 상호의존’이라고 부르는 싸움에 휘말리는 분야도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