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록 에세이 '절룩거리며 찾아나선 정화의 순간들' (9.4)
본문
연기와 연기 바깥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배우이고
‘예술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예술은 삶의 하중 위에서만 단단히 버티고 설 수 있다.
무대나 스크린 속에서 배우는 자신의 경험과 재능을 집중시켜 한순간에 터뜨린다.
반면 카메라 바깥의 삶에는 수많은 우연과 잉여가 널려 있다.
이 책의 1부는 카메라와 무대 안팎을 주로 다루는 에세이를 실었고,
2부는 공연과 전시 리뷰를 실었다.
1부와 2부의 가장 큰 차이는 문체다.
1부가 2부보다 8년쯤 뒤에 쓰였으니
시간 격차가 글쓰기 스타일을 바꾼 것일까.
그것도 이유 중 하나겠지만,
에세이와 리뷰라는 형식 차이도 있다.
영화와 드라마를 찍고 연극 무대에 서면서 쓴 글이지만 1부는 생활밀착형이다.
‘내’가 배역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드러내는 일상, 그걸 무대로 삼는다.
이어지는 2부는 늘 다른 사람의 무대를 찾아가는 관객으로서 쓴 리뷰와 비평들이다.
여느 비평들과의 차이점은 배우의 시선에서
현장 중심적 비평을 하며 감상적 어휘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