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의 쓸모]: 관계와 힘의 구조를 파악하는 네 가지 프레임
본문
저자 - 찰스 틸리
역자 - 최지원
출판사 - 유유
쪽수 - 384쪽
가격 - 22,000원 (정가)
일상적 대화부터 복잡한 정치적 논쟁까지, 우리는 매일매일 누군가의 말을 듣고 또 전하며 살아간다. 21세기 사회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사회학자 찰스 틸리는 이 책을 통해 우리 대화에 가득한 ‘이유’에 주목했다. 단순히 특정한 일의 원인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은 서로 다양한 유형의 이유를 주고받으며 공동의 이해와 사회적 관계의 토대를 이룬다는 것이 핵심이다. “곤경에서 벗어나려 할 때, 서로를 판단할 때, 응급 상황에 직면했을 때” 말을 나누는 사람들의 관계와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이유 제시 유형을 살펴보면 다양한 관계의 사회적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저자는 일상적인 사례부터 9·11 테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이루어진 실제 대화를 생생히 인용해 이유 제시의 유형을 나눈다. 관습, 이야기, 코드, 학술적 논고 네 가지로 분류되는 유형들은 사회적 관계를 반영하고, 수립하고, 복구하며, 협상하는 도구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관계에 맞추어 말해지는 각각의 이유를 분석하면 관계와 권력의 맥락이 보이는 것. ‘왜’라는 질문과 그 대답에 주목하면 그 뒤편에 숨겨진 사회적 맥락이 완전히 새롭게 읽힌다.
21세기 사회학의 창시자 찰스 틸리가 전하는,
‘왜’라는 말에 담긴 사회적 상호작용의 구조
우리는 매일매일 누군가의 말을 듣고 또 전하며 살아갑니다. 일상적 대화부터 복잡한 정치 논쟁까지, 일상과 사회 곳곳에 수많은 말과 대화가 존재하지요. 그런 면에서 우리가 나누는 말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양한 관계의 사회적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왜의 쓸모』는 우리 대화에 가득한 ‘이유’에 주목한 책입니다. 이유를 댄다고 하니, 특정 현상의 원인을 제시하는 상황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이 책의 저자 찰스 틸리는 꼭 원인을 탐구하는 것 말고도 모든 대화에는 수많은 ‘이유 주고받기’가 담겼다고 분석했습니다. “곤경에서 벗어나려 할 때, 서로를 판단할 때, 응급 상황에 직면했을 때” 사람들은 서로 이유를 주고받으며 “공동의 이해”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유를 제시하는지 살피면 대화가 이루어지는 사회적 관계의 토대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에는 비교적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저자 찰스 틸리는 ‘21세기 사회학의 창시자’라는 평을 받는 권위 있는 사회학자입니다. 주로 혁명, 민주화, 테러리즘 등 다양한 정치과정의 원인을 연구해 왔습니다. 복잡한 사회현상의 ‘이유’를 거시적인 차원에서 연구해 온 셈이지요. 연구를 거듭하던 중 틸리는 소수 유력자들의 의도적인 결정에만 주목하면 정치·사회 현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대부분의 사회적 과정은 소수의 결정보다는 많은 이들이 나누는 ‘치열한 대화’로 이루어진다는 것이지요. 틸리가 보기에 바로 그 대화의 핵심에는 사람들이 주고받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말년에 이른 이 완숙한 사회학자가 『왜의 쓸모』를 통해 사람들이 대화에서 ‘이유를 대는 이유’를 분석해 사회적 상호작용의 구조를 탐구한 것이고요.
누군가가 이유를 대는 이유를 알면
사회, 관계, 대화 뒷면에 숨겨진 진실이 보인다
그렇다면 대화에는 어떤 이유가 숨어 있고 또 이유를 제시하는 방식은 어떻게 나누어질까요? 틸리는 화자와 청자의 관계에 따라 변화하는 이유 제시 유형을 분석하며 그 유형을 관습, 이야기, 코드, 학술적 논고로 분류했습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관계에 따라 이유를 제시하는 유형이 달라지고 각 유형에 따라 달라지는 이유를 살피면 그 관계가 드러납니다. 이를테면 의사가 환자에게 병의 이유를 설명할 때와 동료 의사에게 전달할 때, 그 방식이 같을 수는 없겠지요.
간단히 예를 들어볼까요?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책을 책상에서 떨어트렸을 때 가능한 반응을 상상해 봅시다. 1. 내가 좀 덜렁거리는 성격인가 봐. 2. 미안해, 내가 어제 잠을 좀 못 잤어. 3. 책을 그렇게 두면 교칙 위반이야. 4. 책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물리학적 이유는 말이야…. 예의의 문제를 떠나 여기에 완벽하게 올바른 이유는 없다는 것이 틸리의 설명입니다. 적합한 이유는 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라는 ‘관습’적인 이유를 통해 우리는 이미 유지 중인 사회적 관계를 확증하고, 인과 관계를 포함한 ‘이야기’를 통해 더 정확한 이유를 설명합니다. 공식적인 상황이라면 특정한 판단 규칙에 기대는 ‘코드’를 사용하고, 아주 전문적인 관점의 분석이 필요한 경우 ‘학술적인 논고’를 제시하지요. 각 유형의 이유 제시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를 보면 화자와 청자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입니다.
“사람들이 당신에게 제시하는 이유는 당신과의 관계에 대한 그들의 접근 방식”이 반영된다는 것이지요. 결국 ‘이유 제시’는 화자와 청자의 관계를 반영하고, 수립하고, 복구하며, 협상하는 도구입니다. 일상을 살아가며 끊임없이 이유를 주고받는 우리에게, ‘왜’라는 말 뒤에 숨은 ‘이유’를 정확히 돌아보면 우리 주변 관계의 사회적 맥락이 분명 새롭게 읽힐 거예요. ‘이유’라는 프레임을 통해 사회적 관계의 맥을 면밀히 살피고자 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목 차
- 서문 ⎯ 이유 제시는 사회적 활동이다
1장 왜 이유를 제시하는가
이 책에서 논하는 ‘이유’
이유의 유형
이유를 설명하기
앞으로 살펴볼 것들
2장 관습
관습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응급실에서 이유가 사용되는 방식
행위의 정당화
이유가 전쟁 계획에 사용될 때
3장 이야기
이야기의 미덕
이야기의 작용
수사학으로서의 이야기
변명, 사과 그리고 책망
생애사 이야기
악당의 자서전
투병기
4장 코드
코드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공식의 작동
의료 코드
의료 과실
이야기를 코드로 전환하기
코드의 약점
5장 학술적 논고
학술적 논고의 역할
폭력에 관한 학술적 논고
범죄 분석 코드
공유자원의 관리
코드와 경합
인간의 진화에 관한 학술적 논고
팔색조의 다이아몬드
학술적 논고에 관한 재고
6장 네 가지 이유의 조화
테러를 바라보는 엄격한 시선
청중과 양질의 이야기
전문적인 이유를 널리 알리기
추 천 사
전설적인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의 전통을 잇는 컬럼비아대학의 찰스 틸리는 이 책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의 구조를 해석했다. 아이들과의대화부터 정치 논쟁까지, 모든 것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도대체 왜! 상대방이 왜 내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거부하는지 모를 때 당황하고 화가 난다. 이 책은, 그럴 경우 십중팔구 화자가 말한 이유가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청자와의 관계를 잘못 설정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청자가 요구하는 것은 더 나은 답변을 넘어 더 맞는 관계다. 이 책은 대화에서 이유를 제시하는 방법을 관습, 이야기, 코드 그리고 학술적 논고 네 가지로 분류하여 설명한다. 연인과의 관계에서 ‘학술적 논고’를 하는 이는 어리석다. 친구와의 약속에 늦게 나타나며 ‘관습적 이유’를 대는 이는 성의가 없다. 대중에게 ‘양질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정치인은 정치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린다. 이 모든 과정에 화자와 청자의 친밀성과 거리 그리고 권력이 섬세하게 작동한다. 그러므로 대화의 양상을 읽는 것은 곧 시대와 사회를 읽는 것이 된다. 따라서 이유를 설명하는 대화의 양상을 분석하는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더 나은 대화자가 될 수 있고 대화로 이루어지는 사회를 더 튼튼하게 하는 더 좋은 시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