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의 시대, 문학의 목소리]: 라틴아메리카 문학, 폭력을 증언하다
본문
저자 - 유왕무
출판사 - 알렙
쪽수 - 212쪽
가격 - 16,000원 (정가)
유왕무 교수의 『억압의 시대, 문학의 목소리』는 라틴아메리카가 겪어온 폭력과 억압의 역사를 문학이 어떻게 기록하고 증언해 왔는지 살핀다. 과테말라의 미겔 앙헬 아스뚜리아스는 독재자 소설로 절대 권력의 실체를 형상화했고, 콜롬비아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는 『백년의 고독』으로 은폐된 학살과 폭력을 마술적 사실주의로 풀어냈다. 우루과이의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군부 독재와 망명을 겪으며 억압의 현실을 증언했고, 칠레의 아리엘 도르프만은 연극과 에세이를 통해 검열과 폭력에 맞서 침묵 당한 내면의 목소리를 무대에 올렸다. 아르헨티나의 로돌포 왈쉬는 르포와 허구를 결합해 진실을 폭로했으며, 페루의 호세 까를로스 마리아떼기는 인디헤니스모 사상을 통해 토착민 현실과 해방의 길을 제시했다. 이 여섯 작가는 시대와 장르를 달리했지만, 각자만의 방식으로 폭력과 독재를 기록하고 검열과 억압에서 진실을 건져 올려 후세에 전했다.
폭력의 대륙, 문학의 투쟁: 독재와 불평등에 맞선 작가들의 뜨거운 글쓰기
라틴아메리카를 생각하면 눈부신 안데스의 설산, 끝없이 펼쳐진 우유니 소금사막, 리오넬 메시로 대표되는 열정적인 축구 문화가 떠오른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풍경과 열정의 이면에는 식민 지배와 군사 독재, 폭력과 착취로 얼룩진 참혹한 과거가 있다. 유왕무 교수는 라틴아메리카 문학과 문화를 오랜 시간 연구해온 연구자이자 번역가로, 현지에서 직접 학위를 받고 수많은 저작과 번역을 통해 이 대륙의 억압과 저항의 목소리를 국내에 전해왔다.
유왕무 교수의 『억압의 시대, 문학의 목소리』는 라틴아메리카가 겪어온 폭력과 억압의 역사를 문학이 어떻게 기록하고 증언해 왔는지 살핀다. 과테말라의 미겔 앙헬 아스뚜리아스는 독재자 소설로 절대 권력의 실체를 형상화했고, 콜롬비아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는 『백년의 고독』으로 은폐된 학살과 폭력을 마술적 사실주의로 풀어냈다. 우루과이의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군부 독재와 망명을 겪으며 억압의 현실을 증언했고, 칠레의 아리엘 도르프만은 연극과 에세이를 통해 검열과 폭력에 맞서 침묵 당한 내면의 목소리를 무대에 올렸다. 아르헨티나의 로돌포 왈쉬는 르포와 허구를 결합해 진실을 폭로했으며, 페루의 호세 까를로스 마리아떼기는 인디헤니스모 사상을 통해 토착민 현실과 해방의 길을 제시했다. 이 여섯 작가는 시대와 장르를 달리했지만, 각자만의 방식으로 폭력과 독재를 기록하고 검열과 억압에서 진실을 건져 올려 후세에 전했다.
최근 한국 사회는 비상계엄으로 인해 다시금 독재의 그림자를 목격했다.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던 국가 권력에 의한 폭력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음을 전 국민이 목격했다. 이렇듯 갈등과 분쟁, 혐오와 왜곡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지금도 사회 곳곳에 스며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사건과 균열을 어떻게 기록하고, 어떤 이야기로 후세에 남길 것인가이다. 『억압의 시대, 문학의 목소리』는 라틴아메리카의 참혹한 역사 속에서 문학이 어떻게 억압받은 목소리를 증언하고 스토리텔링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문학이 해부한 절대 권력: 권력의 신화를 벗긴 문학의 칼끝
제1장은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중요한 갈래인 ‘독재자 소설’을 중심으로 권력과 폭력의 문제를 다룬다. 19세기 이후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반복된 군부 쿠데타와 독재 체제를 통해 권력이 소수에 집중되고, 폭력은 정치와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현실에서 접근할 수 없었던 권력의 실체는 문학이 대신 기록했다. 미겔 앙헬 아스뚜리아스(Miguel Ángel Asturias, 1899-1974)의 『대통령 각하』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족장의 가을』은 그 대표적 성취다.
아스뚜리아스는 『대통령 각하』에서 절대 권력이 개인의 일상과 내면까지 어떻게 지배하는지를 환상적이고 시적인 언어로 그려냈다. 독재자는 직접 등장하지 않아도 체제 전체를 조종하며, 공포는 일상화된다. 반면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족장의 가을』은 독재자의 신화적이고 모순적인 내면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절대 권력으로 민중을 억압하는 동시에 외세에 종속되며 스스로 고독의 덫에 갇힌 존재로 그려진다. 두 작품 모두 독재자 개인을 넘어서 폭력의 구조가 어떻게 사회를 잠식하는지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다.
독재자 소설은 라틴아메리카의 피비린내 나는 정치사와 함께 성장해 왔다. 단순한 폭력 고발을 넘어, 문학이 권력의 본질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오늘날에도 독재자 소설이 여전히 읽혀야 하는 이유는, 폭력의 언어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1장은 라틴아메리카 문학이 권력과 폭력의 구조를 어떻게 기록하고, 그 기억을 오늘에도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 그 시작점을 다시 묻는다.
망각에 맞선 기록: 폭력의 시대를 증언하다
제2장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Eduardo Galeano, 1940-2015)의 『사랑과 전쟁의 낮과 밤』을 중심으로 군부 독재가 지배하던 라틴아메리카의 집단적 기억과 증언의 의미를 탐구한다. 갈레아노는 저널리즘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시도하면서, 독재 권력에 대한 저항과 사회적 부조리를 고발하는 작업을 지속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개인의 회고가 아니라, 침묵 당한 민중의 목소리를 이어 붙인 집단적 증언이다.
134개의 단편 에세이로 구성된 『사랑과 전쟁의 낮과 밤』은 갈레아노가 작가로서의 글쓰기와 기자로서의 글쓰기를 융합한 첫 번째 시도였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관심사를 회고 형식으로 펼치며 정치ㆍ사회적 문제와 연결 짓는 방식으로 기존 증언 문학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려 했다. 이 작품을 통해 갈레아노가 드러내려 하는 문제는 단순히 정치ㆍ사회적 사안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비논리적이고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는 인간의 문제에도 관심을 두며, 작품 속에서 이데올로기와 계층 간 갈등을 통해 불의, 착취, 억압을 강렬하게 부각한다.
『사랑과 전쟁의 낮과 밤』은 인간적이고 합리적인 사회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비판적 자세를 일관되게 제시하는 작품이다. 그는 ‘낮’과 ‘밤’이 공존하는 세상처럼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진 사회를 꿈꾼다. 한 시대의 권위적 구조와 부조리의 원인을 성찰하고, 그것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진정한 역사의식을 보여준다.
변화하는 마꼰도 그리고 콜롬비아: 바나나 농장 학살의 기억
제3장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Gabriel García Márquez, 1927-2014)의 『백년의 고독』 속 바나나 농장 파업과 학살 사건을 중심으로, 라틴아메리카 역사에 새겨진 폭력의 기억을 문학이 어떻게 다시 기록하는지를 살펴본다. 『백년의 고독』은 마꼰도라는 가상의 마을을 무대로 콜롬비아의 역사적 현실을 환상과 사실이 교차하는 서사로 풀어낸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대표작이다.
마꼰도에 들어선 다국적 바나나 회사는 마을의 산업화를 이끌었지만, 이내 노동자 착취와 불평등을 낳았다. 가혹한 노동 조건에 맞서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을 때, 권력과 결탁한 군대는 파업을 진압하며 수많은 노동자를 학살했다. 그러나 이 참사는 국가 권력과 기업에 의해 은폐되었고, 희생자들은 공식 역사에서 사라졌다. 가르시아 마르께스는 지워진 사건을 허구와 환상을 섞어 다시 이야기하며, 폭력이 어떻게 기억되고 전승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백년의 고독』 속 바나나 농장 학살은 라틴아메리카가 겪어온 외세 자본과 권력의 결탁, 그리고 폭력의 반복을 상징한다. 가르시아 마르께스는 정부에 의해 역사에서 지워진 이들의 죽음을 이야기로 남김으로써, 망각과 은폐에 맞서 문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증명했다.
침묵을 깨는 문학: 독재 정권에 맞서는 내면의 목소리
제4장은 칠레의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Ariel Dorfman, 1942- )이 군부 독재 정권의 검열과 폭력에 맞서 어떻게 문학과 연극으로 억압된 목소리를 살려냈는지를 살핀다. 그의 문학은 단순히 독재를 폭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재가 개인과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분석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다.
『눈을 키워라』, 『과부들』, 『유모의 빙산』은 삐노체뜨 쿠데타 이후 칠레의 정치적 현실과 사회적 변화를 문학적으로 압축해 내면서도, 도르프만의 풍부한 예술적 감각과 독창적 서사 능력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눈을 키워라』는 독재 정권 아래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탐구한 강렬한 작품으로, 억압적 사회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개인과 공동체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과부들』은 죽음을 통해 기억을 붙잡고, 애도를 통해 사회적 저항을 표현하며, 단순한 피해자상이 아닌 능동적으로 진실을 밝히려는 민중의 모습을 그려낸다. 『유모의 빙산』은 1992년 스페인 세비야 박람회를 앞두고 벌어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도르프만의 상상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모험, 에로티시즘, 서스펜스와 유머가 적절히 어우러지며, 삐노체뜨 이후 칠레 사회의 단면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도르프만의 문학은 독재와 억압을 폭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거의 진실을 직시하며 상처 입은 이들이 회복되고 화해할 길을 모색한다. 그의 희망은 맹목적 낙관이 아니라 기억과 책임 위에 세워진 약속이다. 도르프만은 문학을 통해 망각에 맞서 싸우며, 과거와 미래를 잇는 다리를 놓았다.
기록과 허구의 경계: 억압 속 은폐된 진실을 복원하다
제5장은 아르헨티나의 언론인이자 작가 로돌포 왈쉬(Rodolfo Walsh, 1927-1977)가 어떻게 사실과 허구를 결합해 은폐된 진실을 복원했는지를 살핀다. 그는 인터뷰와 기록을 삽입하여 진실의 무게를 더함으로써, 문학이 단순한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는 힘이 될 수 있음을 온몸으로 증명했다.
로돌포 왈쉬는 역사적 사건을 추적하는 데 집중하는 작가다. 『그 여자』에서는 에비따의 시신을 둘러싼 비밀과 권력의 암투를 탐색하고, 『집단학살』에서는 호세 레온 수아레스 쓰레기 매립장에서 벌어진 은폐된 처형 사건을 파헤친다. 또한 『누가 로센도를 죽였는가?』에서는 노조 지도자의 피살 사건을 좇으며 노동운동 내부의 부패와 타락을 비판한다. 왈쉬는 중심부에서 벌어진 역사적 대사건보다는, 주변부에서 간과된 사건들을 다룸으로써 사회적 문제의 본질이 주변에서 시작될지라도, 그 뿌리는 체제의 중심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왈쉬는 사건을 깊이 들여다볼수록, 진실이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 언론의 침묵이 얼마나 강력한지, 정의가 실현된다는 기대가 얼마나 헛된 희망일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현실을 단순히 한탄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을 통해 독자들이 직접 경험하도록 만든다. 그리하여 동시대인들이나 후대 하위 계층이 불행한 과거사의 진실을 올바로 알게 하는 증언자의 역할을 다했다.
뿌리로부터 혁명: 가모날리스모를 넘어선 해방의 꿈
제6장은 페루의 사상가이자 비평가인 호세 까를로스 마리아떼기(José Carlos Mariátegui, 1894-1930)와 그가 주장한 인디헤니스모 사상과 운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핀다. 마리아떼기는 식민지적 억압과 토착민 차별, 외세 자본의 착취 구조 속에서 페루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유럽식 해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는 잡지 『아마우따』를 창간해 사상과 예술, 민족 문제를 논의하는 장을 열고, 토착민 현실과 토지 문제, 민족 해방을 사상적으로 결합하며 당대 지식인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마리아떼기는 『페루 현실 진단을 위한 일곱 편의 에세이』에서 페루 사회의 불평등과 토지 소유 문제를 분석하며, 특히 토착 농민을 착취하는 토착 지주 권력인 가모날리스모(Gamonalismo) 를 구조적 억압의 핵심으로 지목했다. 그는 가모날리스모를 해체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사회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토착민의 삶과 언어, 문화를 복원하는 것이 새로운 라틴아메리카를 여는 출발점이라 강조했다.
마리아떼기의 사상은 이후 인디헤니스모 문학과 사회운동에 깊은 뿌리를 내렸다. 그는 비평과 평론, 문화 운동을 통해 토착민의 목소리를 도시의 독자들에게 전하며, 억압받은 이들이 스스로 말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부엔 비비르 총서’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남미연구소 HK+사업단은 ‘21세기 문명 전환의 플랫폼, 라틴아메리카: 산업 문명에서 생태 문명으로’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본 사업단은 라틴아메리카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생태 문명으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 투여하는 다양한 노력을 비롯해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이 추구하는 대안적 세계관과 삶의 방식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물을 대중과 공유하기 위해 ‘부엔 비비르 총서’를 기획해 출판하고 있다. ‘부엔 비비르(Buen vivir)’는 안데스 원주민이 추구하는 삶을 표현하는 단어로 그 핵심 내용은 공동체에서의 조화와 공존이다. 부엔 비비르 총서에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이 융합해 라틴아메리카의 생태 문명을 탐구한 결과가 오롯이 담겨 있다.
목 차
- 들어가며: 폭력의 시대를 살아온 문학
제1장 라틴아메리카 독재자 소설과 폭력의 문학적 재현
『대통령 각하』와 『족장의 가을』을 중심으로
제2장 군부 독재 시대에 대한 집단적 기억과 증언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사랑과 전쟁의 낮과 밤』을 중심으로
제3장 폭력의 역사와 문학적 기억
『백년의 고독』 속 바나나 농장 파업을 중심으로
제4장 침묵을 넘어선 기록, 독재 정권에 맞선 내면의 목소리
아리엘 도르프만의 작품을 중심으로
제5장 사실과 허구의 조화를 통한 시대의 증언
로돌포 왈쉬의 작품을 중심으로
제6장 호세 까를로스 마리아떼기와 인디헤니스모
페루 혁명의 사상적 토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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