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엘리오]의 재앙적인 제작과정 및 퀴어코드의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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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오』의 “재앙적인” 제작 여정: 아메리카 페레라의 하차, 감독 교체, 그리고 퀴어 정체성의 삭제
저자: Ryan Gajewski | 2025년 6월 30일 오후 2시 30
Pixar 내부에서 약 2년 전, 영화 『엘리오』의 초기 장면들을 본 직원들은 그것에 매료되었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주인공 소년 엘리오가 해변에서 쓰레기를 주워 핑크색 탱크탑 등으로 옷을 만드는 “트래시온(Trash-ion) 쇼”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그가 쓰레기로 만든 옷을 게에게 선보이는 장면으로, 제작진 사이에서 인기 있었다.
하지만 최근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그 장면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단순히 팝콘 사러 자리를 비운 탓이 아니다. 복수의 내부자들에 따르면, 엘리오는 원래 퀴어 코드를 내포한 캐릭터로 묘사되었으며, 이는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초기 감독 에이드리언 몰리나(Adrian Molina)의 정체성과도 관련이 있었다. 몰리나는 이 영화가 커밍아웃 이야기로 비춰지길 원하진 않았으며, 엘리오의 나이는 11살로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이 진행될수록 엘리오는 점점 더 남성적으로 변화했고, 환경 보호와 패션에 대한 열정, 남자 아이에 대한 호감 등 엘리오의 정체성을 암시하던 요소들이 점차 사라졌다. 결국 영화에선 엘리오가 수저와 음료 캔 고리로 만든 망토를 입고 있지만, 그 망토에 대한 설명은 없다.
초기 긍정적인 반응과 몰리나의 하차
2023년 여름, 『엘리오』의 시사회가 아리조나에서 열렸을 때, 관객들은 영화를 좋아했지만, 극장에서 볼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스튜디오 경영진에게 큰 경고였다.
같은 해, 몰리나는 자신의 최신 편집본을 픽사 수뇌부에게 상영했으며, 피트 닥터(Pete Docter)의 피드백 이후 몰리나는 프로젝트에서 하차했다. 이후 감독은 매들린 샤라피안(Madeline Sharafian)과 도미 시(Domee Shi)로 교체되었고, 영화는 대대적인 수정 작업을 거쳤다.
퇴사와 불만
Pixar의 전 편집 어시스턴트 사라 리가티치(Sarah Ligatich)는 내부 LGBTQ 그룹인 PixPRIDE의 일원으로 영화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한 바 있다. 그녀는 “이 아름다운 작업이 파괴된 것에 깊은 슬픔과 분노를 느꼈다”며, 감독 교체 후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프로젝트에서 떠났다고 전했다. 다른 내부자는 이러한 인력 이탈이 몰리나의 하차 때문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한 전직 아티스트는 “초기 버전에서는 엘리오의 성적 정체성을 암시하는 장면들이 꾸준히 존재했으나, 제작이 진행되며 점점 삭제되었다”고 밝혔다.
미국 페레라의 하차와 라틴계 대표성 축소
2022년 D23에서 엘리오의 엄마 올가 역으로 소개된 아메리카 페레라는 2024년 D23에서 일정 문제로 하차했으며, 그녀의 캐릭터는 이제 조이 살다나가 연기하는 ‘엘리오의 이모’로 변경되었다. 내부자들은 페레라가 하차한 진짜 이유는 몰리나의 퇴장 때문이라며, 라틴계 리더십의 부재에 실망했다고 전했다.
박스오피스 참패와 스튜디오의 방향성 논란
2025년 6월 22일 개봉한 『엘리오』는 픽사 역사상 최악의 오프닝 성적(미국 내 2,080만 달러) 을 기록했다. 제작비는 공표된 1억 5천만 달러를 훨씬 웃돌았으며, 몰리나의 초기 버전이 거의 완성된 상태였음을 고려하면, 손실은 더욱 큰 충격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Rotten Tomatoes에서 81%의 긍정적인 평가와 관객 평점 A, 특히 25세 이하 관객으로부터는 A+를 받았다. THR 평론가 앤지 한은 이를 “매우 괜찮은 어린이용 SF 모험물”이라 평했다.
그럼에도, 한 전직 아티스트는 “엘리오는 이제 정체성이 사라지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라며, “원래의 엘리오가 훨씬 더 귀엽고 개성 넘쳤다”고 말했다.
디즈니의 개입 여부와 픽사의 내적 검열
『엘리오』의 퀴어 코드 축소가 디즈니 본사의 간섭인지에 대해, 내부자들은 “책임은 내부(Pixar 수뇌부)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내년 공개 예정인 신작 『호퍼스(Hoppers)』는 환경주의적 메시지를 약화시켜야 했고, 개발 중인 또 다른 영화는 “이혼을 넣어선 안 된다”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미래를 향한 불확실한 도전
『엘리오』가 2023년 『엘리멘탈』처럼 극장 개봉 이후 장기적인 흥행을 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Pixar는 최근 ‘해커톤(48시간 창작 대회)’을 통해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있지만, 그것이 실제로 프로젝트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 전직 아티스트는 이렇게 마무리했다.
“에이드리언이 원하던 이야기를 그대로 하게 놔뒀다면, 이렇게까지 큰 손해를 봤을까요? 정말로 그 각본 수정이 가치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