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펀드 : 성매매 뿌리뽑기
본문
편집자의 소개 글
이 같은 공저는 작업이 상당히 어렵다. 편집자라면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전국연대에서 기획안 구상을 보여주셨을 때 말했다. “내겠습니다. 써주십시오.” 우선 내가 너무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반드시 나와야만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두루, 편집자·발행인
첫 문장
그들은 공격받고 있다. 사회적 매장뿐 아니라 목숨의 위협을 느낀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이기도 한 일본의 반성매매 활동가 유메노 니토와 그의 동료들 이야기다.
본문 미리보기
이 책의 저자들은 성매매가 반인권적 폭력이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법률과 제도 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다양한 국가의 성산업 실태, 각국의 법과 정책이 여기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듣고 눈으로 보면서 이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다. 노르딕 모델이 현실과 어떻게 조우하고 실현되고 있는지를 직접 보기 위해 스웨덴을 찾은 것도 같은 이유다. 법률을 위시한 정책과 제도는 그 영향을 받는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구체적 현실을 바탕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현장’을 비교할 때, 제도가 얼마나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는 명백해진다. 독일과 스웨덴은 기본적으로 성평등 가치를 이해하고 정책 집행에 신뢰도가 있는 국가다. 그러나 독일은 성매매를 허용함으로써 성착취가 거대 사업이 되었고, 스웨덴은 세계 최초로 성구매를 불법화함으로써 현재는 국민 대다수가 반성매매 활동가에 준하는 인식 수준을 갖게 되었다. 문제는 많은 이가 스웨덴의 사례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과 별개로 성매매를 정당화하는 체제를 굳건히 한 국가들이 끼치는 현재진행형의 악영향이다.
우리가 성매매를 반대하는 이유는 그것이 명백히 반인권적인 폭력이기 때문이다. 구매와 알선이 ‘성’으로 포장되는 인간 그 자체를 거래하며, 이 거래가 쾌락의 수단으로 인신매매를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야말로 인간을 사물화하여 사적 이윤을 추구하는 식인자본주의의 끝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를 묵인하고 성구매를 ‘선택’과 ‘동의’라는 개개인의 주체적 행위로 축소하는 논의의 한계와 모순은 현 세계의 현실이 이미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이제 이 모순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매매가 가능한 세계’는 취약한 인류를 수탈하여 일부가 부를 싹쓸이하는 식인자본주의에 다름 아니다. 이에 맞선 저항이 곧 우리가 실천하는 반성매매운동이다.
―신박진영, 「들어가는 글」
여성들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을 늘리고 싶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앞을 바라보고 있다. 남성 중심 사회의 압박과 방해는 우리가 성착취 없는 사회를 위해 싸우는 한 계속될 것이다. 이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역풍이다. 우리는 연대해야 한다.
어린 여성들이 성매매에 너무나 쉽게 유입되는 지금의 구조는 남성 중심 사회가 만들어낸 것이며 모든 여성의 인권 문제다. 성매매를 경험하지 않은 여성들, 가족 관계가 좋거나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하거나 회사에서 일하는 여성들까지도 성착취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고통을 상상하며, 구조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한국의 상황은 희망적이다. 성매매 속에 고통받은 여성들이 “사실은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았다, 그건 폭력이었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으려면, 사회가 그 목소리를 이해할 준비가 되어야 한다. 당사자의 목소리가 퍼지고 더 이상 가해자가 활보하지 못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시민의 관심과 행동이 필요하다. 당신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대하는 것은 큰 힘이다.
성착취가 만연한 사회 속에서 고독을 느끼고 절망에 빠질 때면, 항상 함께 분노하고 울고 웃으며 목소리를 내고 연대해주는 한국 여러분의 존재가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다. 앞으로도 함께, 계속 싸워 나가고 싶다.
―유메노 니토, 「성매매 대국 일본에서 반성매매를 외치는 사람」
지은이: 신박진영
반성매매 활동가, 『성매매, 상식의 블랙홀』 저자
2002년부터 『성매매방지법』 제정운동을 시작으로 대구여성인권센터 성매매피해상담소장, 성매매 피해여성쉼터 원장 및 단체 대표를 맡아 2019년 말까지 현장에서 성매매 여성 지원 활동을 했다.
시인이 되겠다는 한때의 꿈, 1년간 인도를 여행하며 수련한 요가 그리고 검도 2단이라는 사실이 현장 활동 지속에 가장 큰 힘이 되는 이력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1990년대에 대구여성회에서 여성운동을 시작해 민주언론시민운동, 여성주의 성교육과 호주제 폐지운동 등을 했다. 2006년 여성학대학원을 수료하고 10년 만인 2016년에 「성매매집결지의 장소성에 대한 여성주의적 연구」라는 논문을 완성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 전국연대’ 대표를 역임했고 현재 정책위원장으로 성매매 근절을 위한 연구 및 현장 지원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지은이: 조안창혜
사회학 박사과정 수료생
럿거스뉴저지주립대학교 사회학과에서 학위논문을 쓰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의 국제연대 업무를 담당한다.
2016년부터 유럽 각국의 성매매 관련 현장 방문을 다니면서 성매매 정책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성매매 관련 페미니스트 논쟁에서 전제되는 자유주의적 상상에 문제의식을 느껴 공부를 이어가며, 성매매 정책에 따라 해당 사회의 성평등 의식과 성구매 태도가 달라지는 효과에 대해 연구했다.
지은이: 신그리나
여성학 연구활동가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뒤 성매매 피해자 상담과 지원 실무에 종사했다. 이후 여성학 박사과정을 수료하며 여성 폭력·인권 관련 강의와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KOICA 「라오스 여성폭력 예방·대응체계 구축 및 정책역량 강화 사업」에 젠더전문가로 참여하였다. 이 과정에서 목격한 한국인의 라오스 내 성착취 실태에 깊은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고,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 남성의 동남아시아 성매매 관광과 성착취 문제를 여성학적 관점에서 분석·발표하고 있다.
현재 젠더교육연구소 이제IGE 연구원,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 전국연대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현장과 학문, 정책을 연결하는 연구와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지은이: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 전국연대 공동대표
대학생 때 여학생회 활동을 한 뒤 여성운동이 하고 싶어 성매매피해상담소에서 일을 시작했다. 성매매 여성들이 경험하는 착취 구조와 현실에 큰 충격을 받고 상담원으로 일하다가 ‘성노동자운동’의 등장에 혼란을 느껴 대학원에 진학했다. 「2004년 성매매방지법 전후 시기, 반성매매운동과 성노동자운동 비교연구」로 석사논문을 쓴 후 성매매 여성 지원 현장으로 복귀하여 본격적으로 반성매매운동에 뛰어들었다.
2020년부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 전국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현장에 있는 동안 ‘성매매 여성 비범죄화’를 이루어내는 것이 큰 소망이다.
지은이: 조정민
판사.
현재 부천지원에서 근무한다. 성폭력 범죄 재판을 담당하던 중 어떻게 하면 성폭력을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성매매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실태를 알게 될수록 마음이 어렵지만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수록 미래가 더 밝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법원 내 ‘현대사회와성범죄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은이: 황금명륜
성평등 교육활동가, ‘젠더정의행동GOMA’ 대표
1993년부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일하며 『성폭력특별법』 『가정폭력방지법』 『성매매방지법』 등 여성폭력 관련 법 제정운동과 호주제 폐지운동이 활발하던 시기를 보냈다. 이 시기에 전업 활동가로 일한 덕에 역사의 수레바퀴가 돌아가는 현장을 목격하고, 참여하고, 반영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특히 2000년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 화재로 성매매방지법 제정운동이 불붙던 때, 돌아가신 언니들을 여성시민장으로 모시기 위해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광목천 100마를 끊어 경차에 싣고 개통한 지 한 달 된 서해안고속도로를 밤새 달려 군산으로 향했을 만큼 성매매 문제에 관심이 깊었다. 2010년부터 성평등교육 전문 강사로 일했고 2018년부터는 젠더트레이너·성평등 교육활동가라는 정체성으로 살고 있다.
지은이: 니토 유메노
반성매매 활동가, 콜라보 대표
중고등학생 시절 거리를 떠돌며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1년 콜라보를 설립해 10대 여성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거리 여성들 대상의 아웃리치 활동, 쉼터 보호 및 숙박 지원, 주거 제공 등을 진행 중이다.
콜라보는 10대 청소년들과 지원하고 지원받는 관계가 아닌 ‘함께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점을 중시하며 당사자들과 함께 일본 내 성착취 실태를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메이지가쿠인대학 국제평화연구소 연구원으로도 활동하며 2016년 도쿄도 「청소년문제협의회」 위원, 2018-2019년 후생노동성 여성 지원 정책 검토위원, 2022년 여성 지원 전문가회의 구성원 등으로 활동하며 일본 『여성지원법』 제정 및 기본 방침 수립에 참여했다.
지은이: 지음
반성매매 활동가.
2003년 탈성매매 후 2005년부터 본격적인 반성매매운동에 참여했으며, 2006년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 창립 멤버로 현재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2019년 스웨덴과 프랑스의 현장 연수에 참여했고 이후 일본·독일·뉴질랜드·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의 당사자 활동가들과 교류하며 국가별 정책이 성매매 경험 여성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국제사회에 문제 제기하고자 한다. 성매매 경험 당사자운동을 20년간 이어오며, 당사자운동이 단순히 고통의 폭로가 아닌 서로에게 위로와 기쁨이 되는 공동체임을 느끼고 있다. 성매매 여성에게 씌워진 낙인을 변화시키는 당사자운동의 가능성을 증명하며 『성매매방지법』 개정과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활동한다.
지은이: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등화(燈火)
일본의 성매매 경험 당사자 여성들로 이루어진 당사자 그룹이다. 성매매가 여성에 대한 폭력이며 성착취임을 전제로, 당사자가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며 성착취 실태를 알리고 문제적 현실을 변화시키는 활동을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매 실태를 전하는 「우리는 구매당했다」 전시 개최, 여고생 성착취 실태 고발, 여성 청소년 지원과 법 제정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청소년 당사자 활동을 통해 시민 인식과 제도 변화에 목소리를 내왔고 2018년 한국의 성매매 경험 당사자 조직인 ‘뭉치’와의 만남을 계기로 일본 반성매매 당사자 조직 등화(등불)를 설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