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라군" 작가, 우울증 고백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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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타 리벤지편"의 평가가 엇갈린 점, 아버지와의 이별
구체적인 계기는 알 수 없지만 만화 작업이 점점 힘들어지고 생각도 좀처럼 정리되지 않게 됐어요. 다음 작업을 하려고 하는데 손이 멈추는 거죠. 그리고 싶지 않다는 의사가 생기기도 전에 이미 손이 멈춰 있어요. 그래서 안 되겠다. 못 그리겠어라고 생각하고 나츠메 씨한테 상황을 설명했죠. 쉽시다,라는 결론이 나온 게 처음 휴재를 한 시기(2010년)의 이야기입니다.(히로에 레이)
나츠메 씨도 당시의 히로에를 보고 심상치 않은 조짐을 느꼈다고 한다.
원고가 늦어지길래 상황을 보러 갔죠. 얼굴을 보니 히로에 선생님의 초조한 느낌이 전해졌어요. 한계까지 늘어난 고무가 뚝 끊어진 것 같다는 말씀을 선생님이 하신 걸 기억합니다. 이거는 완전히 안 되겠구나 싶었어요. 그런 상황을 편집부에도 알렸고, 그때 작업 중이던 원고는 이미 반 정도 작화가 끝났기 때문에, 페이지 수를 줄이는 형태로 게재하고, 그 다음에 휴재를 하여 잠시 상태를 지켜보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나츠메 씨)
당시는 현재 BLACK LAGOON의 최장 시리즈인 로베르타 리벤지편을 연재. 은인 디에고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를 암살한 미국 특수부대를 쫓는 복수의 화신 로베르타의 모습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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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12권의 권말에 수록되어 있는 좌담회 기획 "헤타레의 지평선"에도 상세하게 쓰여 있는 내용이지만, 히로에 레이한테 로베르타 리벤지편은 하나의 집대성이 되는 에피소드였다. 그러나 독자들의 소감은 크게 엇갈렸다. 나츠메씨는 그때의 히로에의 심정을 이렇게 분석한다.
작풍 때문에 독자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히로에 선생님은 처음 만났을 적부터 섬세한 분이었어요. 부감해서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에 몰입해서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악당을 그리면 그 사람들의 심정에 점점 싱크로해서 그 감정과 함께 하게 되죠. 따라서 캐릭터의 괴로움도 점점 자신의 것이 되어갑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 안에서의 선이나 악에 대한 생각을 문제 제기하려는 의도로 로베르타 리벤지 편을 발표했더니 독자들의 평가가 엇갈렸죠. 그것 자체는 어쩔 수 없지만 히로에 선생 스스로 이것저것 토해내 봤는데 독자들의 이해를 받지 못한 점이 있다는 게 괴로웠던 모양입니다. (나츠메 씨)
또 그 무렵 히로에의 아버지는 입퇴원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효도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눈앞의 작업을 우선한 결과 그 뜻을 이루지 못했고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히로에한테 상당한 정신적 부하가 겹친 시기였던 모양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스스로는 충격이 별로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입은 대미지가 컸던 거 같아요. 나중에 서서히 (괴로움이) 오는 감각이었습다. 다만 그런 일들이 우울증에 걸린 직접적인 원인인가 하면 모르겠어요. 로베르타 리벤지편에서 쌓인 부하와 아버지에 죽음.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게 원인이 됐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히로에 레이)
나한테는 재활인데, 독자들은 "뭐야 건강하네"라고 여겨버린다.
히로에가 결국 "이제 무리야!"라고 느낀 것은 로베르타 리벤지편 다음에 발표한 폰편 연재 도중이었다. 하지만 무리라고 생각하면서도 단행본 작업으로 연재 기간을 비워버린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낀 히로에는 기다리는 독자를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억지로 만화를 계속 그렸다. 결과적으로 그 때 반년 정도"버틴다"를 지속한 게 "한계까지 참은 결과가 이거니까 다들 쉬는 편이 낫다. 10년을 허비하게 된다"는 트윗으로 이어진다.
그 후, BLACK LAGOON 휴재 중에도, 히로에는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를 완전히 그만두거나, 작품 관련 작업을 완전히 쉰 것은 아니었다. BLACK LAGOON 외전 소설의 삽화나 제3기 OVA의 패키지 작업 등, 만화 이외의 업무를 했다. 이는 만화가로서 그림을 그리는 일에서 완전히 멀어지지 않기 위한 재활이자 기분 전환이기도 했다.
또 해외에서 개최되는 애니메이션의 이벤트에 게스트로서 초대되었을 때는 고민하면서도 등단하는 것을 선택했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게 힘들지 않았나?"라고 묻자, 히로에는 "오히려 그림을 그리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받아 들일 수 있었다"라고 대답했다. 사인회나 인터뷰 등에서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은 오히려 기분 전환이 되지 않을까 싶어 과감하게 LA로 향했다. 필자도 우울증 증상이 생겼을 때는 혼자서 pc를 보고 작업을 하기보다 밖으로 취재를 가거나 인터뷰를 가는 등, 같은 업무 중에서도 누군가와 대화하는 편이 기분전환이 된 적이 있다. 다만 그런 행동이 독자의 오해를 낳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게 이벤트에 나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독자들은 "뭐야, 건강하잖아"라고 여기게 되죠. 내 경우에는 모든 일을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책상을
마주하고 만화를 그리는 일을 할 수 없었어요. 그점은 이해받기 힘든 측면이 있죠. (히로에 레이)
히로에는 휴재를 하는 동안에도 동인지를 제작하는 등 만화를 그리는 것 자체에서도 완전히 멀어진 것은 아니었다.
동인지 발행은 내 책임 밖에 없으니까 최악의 경우 그릴 수 없으면 안 그리면 그만입니다. 마감도 스스로 정할 수 있죠. 그런 수준이라면 손을 움직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 재활 의미로 그렸어요. (히로에 레이)
하지만 역시나 독자들한테서 "연재는 할 수 없지만 동인지는 그릴 수 있나보네"라는 반응이 나올 때도 있다. 일로 만화를 그리는 것과 취미로 만화를 그리는 것. 여기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독자 입장에서 감질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직업은 다르지만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런 점에 대한 이해가 널리 확산되면 좋겠다.
억지로 그리면 "BLACK LAGOON"을 싫어하게 될 것 같았다.
재차, 휴재에 들어갔을 당시의 모습을 나츠메씨에게 물었다.
당시는 저도 겉핥기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쉰다"고 해도 2~3개월 정도면 어떻게 해결 되겠지,라는 식으로 생각했습니다. 휴재한다고 해서 히로에 선생님과의 연락을 끊을 수는 없기 때문에 꾸준히 만나러 가서 대화를 나눴죠. 딱히 일 얘기가 아니라 잠깐 얼굴을 내밀고 대화를 하고 다시 오겠다라는 소통을 반복했는데 그런 일을 계속하다보니 이건 제대로 받쳐줘야 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나츠메 씨)
BLACK LAGOON은 선데이 GX에서도 대인기 작품이었기 때문에, 당시의 편집장도 "언제 연재 재개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물어보곤 했는데 "잠깐 쉬면 괜찮다, 그런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끼 대문에 장기적으로 봐주세요"라고 전달했습니다. (나츠메 씨)
TV 애니메이션화나 OVA화에 더해 노벨라이즈나 스핀오프가 전개되는 등, 잡지의 간판 작품이기도 한 BLACK LAGOON. 어떤 사람도 누군가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창작자는 그 사람이 낳는 작품도 유일무이한 존재다. 히로에는 자기 작품을 독자가 기다린다는 사실에 부담감을 느끼지는 않았을까? 물어봤더니 그걸 신경쓸 처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독자들이 계속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괜히 더 병이 듭니다. 그냥 "무리다"라는 감정 밖에 없었죠. 그 무렵은 건강염려증이 심각해진 점과 공황장애도 시작됐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억지로 그리려고 들면하면 BLACK LAGOON을 싫어하게 될 것 같았어요. 아마 싫어지면 평생 그릴 수 없게 되겠죠. 그것만큼은 피하고자 약을 먹고 손이 움직여지게 될 때까지는 BLACK LAGOON을 건드리고 싶지 않았어요. (히로에 레이)
그런 히로에의 모습을 지켜본 나츠메씨는 이렇게 회상했다.
당시 너무 위험할 때가 있었어요. 만날 때마다 아, 위험하구나라고. 자살을 선택해도 이상하지 않겠다 싶을 때가 있었죠. 그저 히로에 선생님이 시시껄렁한 얘기를 하면 "응, 그렇구나"라고 답하며 그 말만 들었죠. 그 분위기에서 "만화 다음내용을 그립시다"라고 말을 할 순 없었어요. (나츠메 씨)
같은 우울증이라도 다른 점, 같은 점.
필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죽고 싶은 충동이 특히 심할 때는 목욕은 물론 양치를 하기 위해 일어설 수조차 없었다. 한계까지 참다가 화장실에 가는 게 고작이었고,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일들만 할 수 있었다. 내 업무는 침대에 누워서도 노트북 한대 있으면 할 수 있기 때문에 자면서 메일을 체크하거나 간단한 기사 집필은 할 수 있었다. 몸을 쉬게 하는 건 힘들었지만, 손가락을 움직이는 건 오히려 쉬웠다..
저 같은 경우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어요. 비교적 이른 단계에서 좋은 의사를 만났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가장 증상이 심했을 때는 죽고 싶다는 감각도 있었지만 그건 정말 처음 두 달 정도였고 약을 먹었더니 서서히 좋아졌어요. (히로에 레이)
같은 우울증을 앓고 있어도 일과 일상생활에서 증상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은 필자한테도 새로운 발견이었다. 히로에와도 "서로 반대네요"라며 무심코 감탄하고 말았다. 일은 할 수 없지만 그 이외의 일은 할 수 있는 히로에와 일은 할 수 있어도 제대로 된 일상생활을 보낼 수 없었던 필자는(각각이 느끼고 있는) 발병의 계기가 일과 사생활, 각각의 유래가 조금 다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어디까지나 문외한인 필자의 느낀 점이다.)
하지만 필자도 매일 기분을 안정시키는 약을 꾸준히 먹고 있는데, 그것도 벌써 5년 정도 된다. 한때는 먹던 약의 영향으로 체중은 30kg이나 늘었다(체중의 큰 변화는 없지만, 히로에는 약의 영향으로 단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약을 계속 복용하면 정말 완치를 향해 가는 것일까.
다나카 케이이치의 "우울증 탈출"이라고, 우울증에서 탈출한 사람을 취재한 에세이 만화가 있는데, 나도 정말 "우울증을 극복했다"고 느낄 수 있는 날이 올까? 퇴근길이나 침대에서 불현듯 생각할 때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죠(웃음). 저도 약을 먹지 않으면 정말 큰일이거든요. 가끔 먹는 걸 깜빡하면 잠을 아예 못자거나 기분이 다운됩니다. 약을 먹으면 제대로 효과가 있는 느낌이 있어, 일도 할 수 있죠. 하지만 약을 끊으면 큰일이 되기 때문에 그건 이미 포기했습니다. 이걸 계속 먹으면 간신히 정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항상 있습니다. (히로에 레이)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느끼고 있더라도, 회사나 친구와의 식사 자리에서 껄껄 웃으며 즐겁게 지낸 다음의 귀갓길, 갑자기 숨이 차서 다급하게 약을 먹어서 마음을 진정시킬 때가 있다. 분명 히로에에게도 그런 날이 있지 않을까 하고 그렇게 묻자 "있어요, 있습니다"라며 웃었다.
아마 한 번 부서지면 관계가 없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부서진 부분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죠. 약을 먹어서 오블라토로 감쌀수는 있지만, 금이 간 부분은 고쳐지지 않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히로에 레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마감을 설정하지 않는다
골절 등과 달리 우울증에는 "완치"가 없다고 한다. 우울증 환자가 지향하는 바는 완치가 아니라 "관해(寛解)". 히로에 말대로 한번 금이 간 것이 완벽하게 원래대로 되는 일이 없다면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은 그것과 잘 공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히로에는 현재 어떻게 우울증과 함께 하고 있을까?
이건 저 같은 경우는 완전 하나 뿐입니다. 부담이 느껴지는 일은 하지 않을 것. 나츠메 씨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지만 저는 지금 부정기 연재로 만화를 그리고 있어요. 기본적으로는 마감을 설정하지 않죠. 저는 이제 그 상태에서만 만화를 그릴 수 있어요. (히로에 레이)
매일 책상을 마주하고 제대로 일은 합니다만 마감이 정해져 있어서 부담스러운 일은 이제 아마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일을 하면 마음에 금이 가요. 앞으로도 약으로 속여가면서 컨디션을 살피면서 일을 하는 방식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나츠메 씨가 "그건 안 되지"라고 말하면 내 만화 인생은 거기서 끝입니다. (히로에 레이)
담당 편집자 나츠메 씨의 이해가 있기 때문에, 현재도 히로에는 만화를 그릴 수 있다. 우울증을 앓으며 일을 해 나가려면 역시 주변의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주변의 이해는) 중요해요. 억지로 계속 일을 시키는 것 만큼은 반드시 삼가야 합니다.마음을 게속해서 부수는 일 밖에 안 되거든요. 주위에서 "됐으니까 해!"라고 말하면 그걸로 전부 끝입니다. 그냥 도망치는 편이 낫죠. 나도 노력하고 있으니까 너도 노력해라는 소리는 바람직하지 못하죠. 그게 억지로 참는 걸 더 가속화시키죠. (히로에 레이)
만화를 그리는 한, 관해는 없다.
참고로 휴재 중에도 뭔가는 일을 했다는 히로에였는데, 나츠메 씨 말에 따르면 히로에는 "쉬는 게 서툴다"고 한다. "우울증은 성실한 사람이 걸리기 쉽다고 하잖아요? 히로에 선생님도 그렇습니다. 근본이 무척 성실하죠." 휴재 기간을 설정해도 어떻게 쉬어야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작업실에 옵니다. 몇 년전에 사우나에 가는 걸 배웠기 때문에 기분 전환도 되고 완전히 만화에서 떨어질 수도 있기 대문에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사우나를 다니세요라고 말했죠.(웃음)
또 TV 애니메이션 「Re:CREATORS」에 참여한 것도 히로에의 관점을 바꾸는 작업이 된 듯하다. 이 작품은 2017년에 방송된 TROYCA 제작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히로에는 스토리의 원작, 캐릭터 디자인 원안을 담당했다. 나츠메 씨는 당시의 인상을 이렇게 밝혔다.
히로에 선생님이 작품을 만드는는 방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은 Re:CREATORS가 계기 아닐까 싶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먼저 이야기를 문장으로 쓰는 것부터 시작했는데 그런 기회가 생겨서 서서히 집필작업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죠. 단지, 아직 BLACK LAGOON에 손을 대는 것은 무섭다고 하셔서 게재지 등 상세한 내용은 결정하지 않고서(2019년부터 게산에서 발표하고 있는) 341전투단의 네임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으면 그려보지 그래?"라는 말로 만화 집필도 서서히 진행했습니다. (나츠메 씨)
히로에는 BLACK LAGOON을 그리는 것만 무서워진 것일까?
로베르타 리벤지편을 그렸을 때, 기력과 모든 것을 쥐어짜는 감각이 있었어요. 불타서 재가 된 이미지가 내 안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약을 먹고 어떻게든 만화를 그릴 수 있는 상태가 되어 있지만, 그 정도로 진심으로 작품을 마주하면 아마 다음에는 죽겠지 싶습니다. 뭔가를 그리다 보면 어딘가에서 반드시 부담감이 찾아오기 마련인데, "로베르타 리벤지 편"은 그 부담감을 얼마만큼 제어하면서 끝까지 가볼 수 있을지를 차력쇼를 한 느낌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추구하자고 생각하고 그렸기 때문에 그게 끝나고, 생각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아서 마음이 좀 꺾였을지도 모르겠어요. (히로에 레이)
히로에가 목숨을 불태울 기세였던 "로베르타 리벤지 편". 평가는 엇갈렸을지 모르지만, 지금도 BLACK LAGOON을 사랑하며, 다음 내용을 기다리는 독자는 물론 많이 있다. 완결시키고 싶은 생각이 있나요?라고 대놓고 질문하자, "물론 그래서 계속 연재하는 겁니다"라고 힘주어 답했다. BLACK LAGOON을 계속 그리기 위해서, 언젠가 완결시키기 위해서. 현재의 히로에는 무리를 하지 않고 쉬기도 하며, 다른 일에 도전도 해가면서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겠지.
옛날 같으면 120km로 달릴 수 있었는데 지금은 엔진이 고장나 50km밖에 못 뛴다. 50km의 주행에 함께 해줄 사람은 함게 해주세요라는 느낌이네요. 어딘가에서 가스를 빼가면서 작업하지 않으면 다음에 쓰러졌을 때는 진짜로 못 그리게 되어서 끝장이니까요. 그걸 피하기 위해서 나도 많은 일들을 조절해서 하고 있으니까 그점을 이해해 주신다면 좋겠습니다. (히로에 레이)
또 최근의 상황을 묻는 가운데 히로에는 이렇게 말했다.
나한테 만화를 그린다는 것은 반드시 부하도 걸리고 부담도 되는 일입니다. 만화를 계속 그리는한 관해는 없겠죠. (히로에 레이)
각오가 느껴지는 말이었다.
평생 만화가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일생에 걸쳐 이 상태를 유지해서 그릴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어떻게 개선하느냐보다 여기서 어떻게 추락하지 않게 할 것인가. 얼마나 현상유지를 이어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히로에 레이)
이인삼각의 관계,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그런 히로에한테 나츠메 씨의 존재는 역시 크다고 느꼈다. 히로에한테 나츠메 씨는 "종신 담당"이라고 한다. 나츠메 씨가 "히로에 선생님이 만화가를 그만둔다고 말하지 않으면, 나도 편집을 그만 둘 수 없다(웃음)"라고 말하고 웃자 히로에는 "맞아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인삼각입니다, 정말로. 나츠메씨 덕분에 BLACK LAGOON은 성립하죠"라며 나츠메 씨를 향한 신뢰가 느껴지는 말을 입에 담았다.
마지막으로 히로에를 받쳐주는 나츠메 씨한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후배 편집자에게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작가의 멘탈을 포함해 어쨌든 건강관리에 힘써 달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저도 젊었을 때는 이해가 부족했던 측면이 있어서 근성론까지는 아니지만 연재를 펑크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하지만 후배 편집자에게는 작가의 모든 것을 이해해주지 못하더라도 다가가서 말을 듣고 작가님의 마음을 아껴주라고 얘기합니다. (나츠메 씨)
지금은 저도 나이가 들었고, 제 담당 작가 분들 나이도 전체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에 그것도 포함해서 건강면에서 무리한 일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주위 편집자들 사이에서도 그런 이해심이 있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에 히로에 선생님이 우울해져서 그릴 수 없게 된 당시랑 비교하면 "힘들 때는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 같습니다. (나츠메 씨)
단지, SNS를 보면, 일반적으로는 아직 그러한 것에 이해가 있는 것은 일부일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도 듭니다.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는 운이기도 하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지만, 주위에 이해자를 만드는 것은 중요합니다. 작가라면 담당 편집자와 잘 안맞으면 다른 곳을 알아본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반드시 그 사람과 짝을 이뤄야 하는 법은 아니니까요. (나츠메 씨)
필자의 경험으로 우울 증상이 심한 시기에는 몸이 움직이지 않아 집에 자주 머무르며 사회와의 연결이 매우 희미해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비교적 상태가 좋은 타이밍에 회사에 가서 동료들과 무심한 의사소통을 하는 것만으로도 어두운 터널 너머로 조금이나마 불빛이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머니를 잃고, 15년 정도 2명이서 살고 있던 집에 혼자 남겨진 기간은, 고독감이 나날이 강해졌는데, 지금은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은 춥네요" 같은 주변 사람과의 별 것 아닌 하루의 대화가 소중하다는 사실을 절절하게 느끼고 있다.
히로에도 "혼자 있으면 그것만으로 점점 병들어 갈 테니까요. 무슨 일이 있을 때 도와줄 사람이 주변에 있느냐 없느냐는 주요하죠"라고 말했다. 실제로 나츠메 씨는, 히로에가 휴재하고 있는 동안에도 히로에의 곁에 얼굴을 내밀어, 잡담을 나누었다고 한다. 분명 히로에도 그것은 사회와의 연결을 끊지 않기 위한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이 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단지, 모든 사람이 그렇게 주위의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처지나 환경을 타고 난 것은 아닐 것이다. 만약 주위에 조금이라도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나 말을 섞는 존재가 있다면, 자신 안에 남아 있는 약간의 힘을 써서라도, 주위와의 연결을 놓지 않기를, 경험자 입장에서 바란다.
나와 히로에 선생님도, 지금은 이렇게 친구같은 느낌입니다만, 그래봤자 일을 의뢰하고 그걸 수락하는 관계성이 베이스죠. 히로에 선생님의 힘들었던 시기를 보면 쉬는 법이 서툴거나 커뮤니케이션이 힘들어서 좀처럼 타인과 대화를 할 수 없다거나, 그런 사람은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힘을 빼는 것이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힘으로, SNS일지 친구일지 회사의 지인일지 알 수 없지만 누군과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으면 좋죠. (나츠메 씨)
전체적으로 무관용한 사회인 점도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장소에 있으니까요. 작은 것부터라도 좋으니 각자의 입장을 생각해서 교감하면 좋겠습니다. (히로에 레이)
현실은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일들 투성이다. 히로에도 필자도 사회나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한 채, 자기 나름의 페이스로 일을 하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는 매우 행운인 점이다. 고통받는 사람들 중에는 그야말로 개인과의 교류뿐 아니라 복지의 힘에 도움을 청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일개 회사원인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결코 크지 않지만, 히로에의말대로, 작은 것부터라도 좋으니까 자신이 날마다 관계를 맺는 사람들과 서로를 위화며 교감하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 세상에 전해지는 기사도 누군가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도록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