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리지 웨이
역자 - 김승욱
출판사 - 김영사
쪽수 - 452쪽
가격 - 32,000원 (정가)
다가오는 아포칼립스의 징후들
우리는 이미 종말 이후의 세계에 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21세기는 번영의 상징이자 장밋빛 미래로 여겨졌다. 대규모 전쟁은 사라지고, 전 세계는 하나의 교역망으로 이어졌으며, 기술 발달은 인류를 모든 기아와 재난으로부터 완전히 해방시켜 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모든 것이 바뀌었다. 전 세계적인 팬데믹이 닥쳤고,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이 빈번해졌다. 이제 다시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던 전쟁의 불길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우리는 아포칼립스를 두려워하고 언젠가는 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아무도 그 단어를 실감하지 못했다. 적어도 우리 세대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020년대 이후 이제 많은 이들이 점차 파국의 두려움을 실감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상황은 첫 아포칼립스의 위기가 아니다. 〈사이언스〉 전문기자이자 과학 저널리스트인 리지 웨이드는 《아포칼립스》에서 인류가 이미 수차례 ‘세계의 종말’을 경험해왔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인류 역사에서 반복된 재난과 붕괴의 순간을 고고학과 인류학의 시선으로 추적한다. 하지만 이 책의 메시지는 암울한 미래와 묵시록적 경고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종말이 새로운 사회를 향한 변화의 통로가 될 수 있음을 많은 역사적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기후변화, 전염병, 자연재해 같은 파국적 사건들이 문명을 단절시키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와 문화의 형성을 촉발해왔음을 보여줌으로써 오늘날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통찰을 제시한다.
종말 그 이후, 인류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종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전환점이다
아포칼립스라고 하면 우리는 엄청난 규모의 파괴와 죽음을 상상한다. 폐허가 된 도시, 모든 생명체가 사라진 모습을 떠올리며 이후 도래할 암흑시대를 상상한다. 사람들은 번영했던 문명의 종말에 관해 항상 궁금해했고, 역사가들은 문명의 몰락을 비극적 종말로 묘사하며 교훈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종말 그 이후의 역사와 삶에 대해서는 대부분 등한시해왔다.
《아포칼립스》는 문명의 종말과 함께 종말을 겪은 이들은 어떻게 생존했고, 종말 이후 어떻게 다시 살아갔는지에 주목한다. 아포칼립스를 정의하면, ‘생활 방식과 정체감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급속하고 집단적인 상실’이다. 그 과정에 대규모의 죽음, 폭력이 동반될 수 있는 비극이다. 그러나 오직 문명의 완전한 파괴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고수해온 방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음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저자는 문명이 붕괴하는 순간, 우리의 고정관념과 달리 오히려 기존의 억압적인 구조가 해체되고 더 유연하고 평등한 새로운 사회가 태동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예를 들어, 이집트 고왕국과 흑사병이 창궐했던 중세시대 런던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번영했던 이집트 문명이 겪은 몰락을 과거의 역사가들은 ‘멸망’과 ‘대혼란’으로 기록했지만, 고고학자들의 발굴과 분석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왕국 시대에 최고로 복잡하고 통일된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은 극단적인 불평등과 엄격한 사회적 역할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가뭄이 계속되면서 사회를 지탱하던 시스템이 무너지자 오랫동안 억눌려 있던 다른 가능성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더 작은 단위의 마을로 흩어져 새로운 사회를 조직했다. 이와 함께 강력한 위계질서가 사라지면서 작은 공동체들이 자율성을 회복했다. 중앙집권국가의 구속과 요구가 없어져서 지역의 평민들이 점점 부유해지고, 이승은 물론 저승(묘지)에서도 자신의 취향, 능력, 정체성을 더 기꺼이 나타낼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퇴보가 아니라 생존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삶을 재편한 선택이었다. 중세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30~60%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은 다시 사회를 복구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나갔다. 지배층은 이전의 억압적인 사회체제로 돌아가고자 노력했지만 노동계급은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했다. 고고학자들은 흑사병 이후 노동계급의 건강과 불평등이 극적으로 개선되었음을 수도원 유골 발골을 통해 밝혀냈다. 아포칼립스가 사회의 체질을 개선하는 ‘거대한 전환점’으로 작동한 것이다.
거시적인 문명의 역사와 교차되는 생생한 개인의 삶
기록을 넘어 숨겨진 행간을 읽어내는 역사 읽기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오래전의 삶을 생생하게 재현하는 스토리텔링에 있다. 저자는 고고학적 발굴 데이터를 바탕으로 당시를 살았던 인물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거시적인 문명의 성쇠를 바라볼 뿐 아니라 재난의 순간을 살아냈던 이름 없는 개개인의 삶을 함께 교차시킨다. 종을 뛰어넘어 사랑에 빠지는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남녀, 꿈을 찾아 인더스 문명의 중심 도시 하라파로 찾아왔지만 기근으로 급격히 쇠락해가는 도시를 목격하는 청년, 마야 문명의 도시 아케가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뒤, 여전히 그곳에서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가족, 아즈텍의 노예로 살다가 스페인인의 통역이 되고 마침내 권력을 차지하는 마리나까지, 승자의 기록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찾아내어 역사를 다시 검증한다.
아메리카대륙에 침략한 콩키스타도르의 관점에서 쓰인 기록물들은 패배한 아즈텍, 마야, 잉카 문명을 원시적이고 잔인하며 사라져야 할 운명으로 취급한다. 하지만 저자는 식민주의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아포칼립스임을 지적하면서 패배자의 시점에서 지워진 행간을 읽어낸다. 아즈텍의 인신공양이 같은 시대 유럽과 비교했을 때 정말로 더 잔혹했었는지 비교하면서 근본적으로 국가적 폭력, 특히 제국의 폭력은 같은 형태를 띤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역사를 단순히 선과 악, 승자와 패자로 나누기보다 역사의 격랑에 몸을 맡긴 수많은 인물의 군상극으로 바라볼 때 아포칼립스에 감춰진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아즈텍 제국의 성지 테노치티틀란이 영욕을 거쳐 멕시코시티로 재탄생하는 과정은 과거의 비극과 선택이 오늘날까지 그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오늘을 살아가는 그 누구도 역사 앞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고고학자가 발굴한 낡은 뼈와 유물, 흙 속에 파묻힌 주거지의 흔적을 통해 저자는 멸망이라는 거대한 폭풍 속에서도 끊기지 않고 이어져 온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생존의 의지를 복원해낸다.
파국을 지나 미래를 위한 역사의 선택
과거에서 찾은 종말을 넘어서는 법
《아포칼립스》는 결국 우리 모두가 인류가 끊임없이 마주쳐야 했던 아포칼립스를 이겨내고 살아남은 후손임을 상기시킨다. 아포칼립스는 시스템의 끝일지언정 인간의 끝은 아니었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위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과거의 아포칼립스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더 많이 준비하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과거를 반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의 위기를 돌파할 실마리를 제안하는 미래지향적인 역사서라 할 수 있다. 역사는 필연적인 진보의 행진이 아니라 위기 및 격변과 종말의 이야기, 그리고 극복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 끈질기게 박동하는 생존의 맥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비로소 종말 이후의 세계를 당당히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목 차
추 천 사
“이 책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아포칼립스가 단순한 파괴가 아니라 변화의 통로라는 점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거대한 제국과 억압적 체제가 무너질 때 주변부의 평범한 사람들이 자발적 협력과 연대로 더 유연하고 평등한 공동체를 재건했다는 고고학적 증거다. 지금 우리는 다시 아포칼립스의 입구에 서 있다. 멸망이 우리 인생의 끝이 아니며, 그 과정에서 인간은 오히려 모순된 상황을 해결하고 새로운 세계를 열었음을 수만 년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아포칼립스에 우울해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수많은 멸망을 이겨낸 자들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고대 세계에 대한 나의 이해를 뒤흔들었다. 거대한 균열의 시대가 새로운 삶의 위대한 가능성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류가 한 종말에서 다음 종말까지 어떻게 튕겨져 나갔는지에 대한 냉혹한 이야기. 좋은 소식은 우리가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비극과 귀환에 대한 매혹적인 탐구. 오늘의 문제에 맞서기 위해 배워야 할 인류의 창의적 저력을 보여준다.”
“리지 웨이드는 생존이 언제나 가능했음을, 그리고 지금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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