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록) 각본가가 말하는 애니와 표현의 "가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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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치 더 록』『마에바시 위치즈』의 각본가 요시다 에리카가 말하는, 애니메이션과 표현의 “가해성”
애니메이션의 표현이라고 해서 무엇이든 허용되는 건 아니다
이번 토크 이벤트에서 요시다 에리카 씨가 특히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은 “캐릭터가 성적으로 소비되는 것”에 관한 부분이었다.
> “팬들이 캐릭터를 어떻게 받아들이든 상관없고, 개인이 무엇을 그리거나 상상하든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식 측이 ‘자, 착취하세요!’라고 말하듯이 뿌려대는 것에는 저항감이 있습니다.”
특히 『마에바시 위치즈』처럼 10대 소녀들을 그린 작품의 경우, 현실로 치환하면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일이 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분명하다.
> “애니메이션의 표현이라고 해서 다 괜찮은 건 아니에요. ‘그림일 뿐이지만, 미성년자다’라는 사고방식은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애니메이션 세계이기 때문에, 무엇을 그릴지 혹은 그리지 않을지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 책임 의식은 곧 표현에 대한 강한 집착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봇치 더 록!』이 패권을 노리기 위해 제거한 “노이즈”
요시다 에리카 씨의 이름을 단숨에 알린 애니메이션 『봇치 더 록!』도 역시 10대 소녀들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지만, 그녀의 태도는 흔들리지 않았다.
> “원작에서는 히토리쨩(※ 주인공 고토 히토리)이 찬물 목욕에 들어가면서 벌거벗는 장면이 나오는데, 애니메이션에서는 수영복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어요. 만약 『봇치』가 그런 묘사를 팔아먹는 작품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게다가 패권을 노리는 데 있어서 그런 묘사는 노이즈가 된다고 봤습니다.”
소녀들이 서로의 가슴 크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처럼, 흔히 “애니에서 자연스러운 표현”이라 여겨지는 것들도 요시다 씨는 “그걸 팔아먹는 작품이 아닌 경우에는 노이즈”라고 단언했다.
> “원작 자체가 훌륭하고, 원작 측도 매우 협력적이었으며,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와 음악팀도 전력을 다하고 있었어요.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인 케로리라 씨도 훌륭한 그림을 그려줬고요. 제작 단계에서 이미 ‘이건 패권을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할 만한 작품이었는데, 그런 노이즈가 들어가면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게 될 위험이 있었죠.”
애니메이션에는 오랜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템플릿적 표현이 존재한다. 그것 자체의 옳고 그름을 떠나, 작품과 시대에 맞는 표현을 탐구하는 자세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 “현실적으로 생각해도 기타를 치면서 가슴이 부자연스럽게 계속 흔들릴 리가 없잖아요. 만약 그런 묘사가 있었다면 저는 제 어린 아들에게 그 작품을 보여주는 걸 망설였을 겁니다. ‘내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가’는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입니다.”
『봇치 더 록!』이 보여준 “변하지 않는” 성장
원작이 있는 작품일수록 특히 메인 테마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요시다 씨는 강조한다.
> “『봇치』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향적인 아이가 밴드를 통해 사회성을 획득한다’가 축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히토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하고, 문화제에서도 폭주합니다. 근본적으로는 변하지 않지만, 밴드를 통해 조금은 변했을지도 모른다는 정도죠.”
극적인 변화가 없더라도 일상은 계속된다. 마지막 대사가 “오늘도 알바네…”라는 한마디인 것도 그런 맥락이다.
> “‘좋아, 가자!’도 아니고, ‘알바 가기 싫어~’도 아니에요. 알바 자체는 내키지 않지만, 그래도 친구들은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담긴 대사죠.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봇치쨩 변하지 않았네’라고도, ‘엄청 변했네!’라고도 느낄 수 있도록, 시나리오 회의에서 꽤 오랜 시간을 들여 고민했습니다.”
애니메이션 문화가 끊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작품마다의 필연성과 적절한 표현에 집착하는 이유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된다.
> “99%의 사람이 괜찮더라도, 1%의 과격한 사람이 무언가를 저질러 버림으로써 애니메이션 문화가 단절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다양한 작품이 존재하기 때문에야말로 규칙, 절도, 윤리관을 지켜야 해요. 과격한 작품이나 R18까지 치달은 작품도 존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도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그런 작품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 경우에는 미성년자가 볼 수 없도록 철저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현대는 아이들도 쉽게 스트리밍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다. 따라서 장르 구분과 존잉(zoning, 시청 연령 구분)은 더 중시되어야 한다고 요시다 씨는 주장한다.
> “스스로 선택해서 사는 소설이나 연극과 달리,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일 경우에는 표현에 대해 더욱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고방식이 애니메이션 업계 전반에 퍼져나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