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람들은 자기가 싫어하는 것에 훨씬 엄중한 잣대를 들이댄다.
같은 줄거리라도, 재미가 없으면 훨씬 심하게 물어뜯기지.
배드엔딩이 해피엔딩보다 덜 마음에 드는 건 당연한 거고.
2. 배드엔딩은 보통 서사를 배신한다.
그게 뭔 뜻인고 하니,
보통 작품에서는 줄거리라는 게 있고, 캐릭터들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는 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공을 던지면 대충 어디에 떨어질지 보이는 것처럼,
우리는 캐릭터들이 쌓아올린 서사와 특성을 가지고
얘네들이 어느 방향으로, 어떤 결말을 위해서 노력하는지 안다.
그리고 배드엔딩은, 바로 그 지점에서 서사를 고꾸라뜨려서 성립한다.
가족을 찾던 캐릭터는 가족을 죽여서,
복수를 하려던 캐릭터는 복수에 실패해서,
범인을 찾으려면 인물은 범인을 놓쳐서.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모든 이야기가, 마지막의 실패를 더 아프게 만들기 위한 발판이 되는 건데,
(원래 떨어질 때도 높은 곳에서 떨어져야 아프다)
결국 근본적으로 이럴 거면 왜 봤냐? 라는 소리가 나오는 건,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
그래서 좋은 배드엔딩은 복선을 촘촘하게 깔고,
성공을 아슬아슬하게 배치하고, 실패의 인과관계를 잘 쌓아올려서,
이게 막판의 뒤집기가 아닌 서사 끝에 도달한 필연적인 결말이라는 느낌을 주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