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개전 초기 일본 노인의 사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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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 거주 무직 97세
2022.07
전쟁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목숨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 전쟁 자원으로서 아낌없이 소비되었던 15년 전쟁에서 국가는 젊은이들에게 계속 죽음을 요구했다.
설사 적함선을 가라앉히고 적군을 궤멸시켰다하더라도 그건 전쟁의 일면에 지나지 않는다.
전쟁의 실태란,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던 사람의 목숨과 행복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것이다.
끔찍한 전쟁의 기억은 내 안에서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전시중, 나는 도심지의 은행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도쿄 공습으로 긴자, 스키야바시에 있던 근무지 빌딩은 파괴되었다.
무너진 빌딩 잔해를 사람들이 치우고, 직격탄에 희생된 사람들의 시신을 찾았었다.
공습은 밤새도록 이어져 노면은 뜨겁게 부풀어 터졌다.
하룻밤만에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갔을 때 사취와 먼지가 주변에 며칠이고 계속 떠돌았다.
다른 날, 시바 공원 주변을 걷는데 미군기가 저공으로 날아와 나를 쏘았다.
하지만 기총탄은 내 몸을 빗겨나가 주변의 풀밭에 맞았다.
풀이 흩날리면서 강렬한 냄새가 났다.
"풀이 맞아 죽었다" 고 생각했다.
거기서 우러러본 하늘은 평소와 다름없이 그저 넒기만 했다.
그때 내 마음에 떠오른 건 신기하게도 막연한 미래에 대한 생각이었다.
삶과 죽음이 일순 교차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한 지 4개월여.
사람들의 죽음은 단순한 숫자가 되어 보도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 일본에서는 군비증강과 헌법개정이 논의되고 있지만 거기에 나는 말하고 싶다.
전쟁으로 해결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인간의 행복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