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존재하는 바키 화학현상
본문
사라지는 다형체.
한 가지 물질이 여러 종류의 결정 구조를 가지는 것을 다형체라고 부르는데,
실험실에서 결정을 조제하다가 특정한 결정 구조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고, 다시 만들어 내는 것도 불가능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러니까 결정 A를 한창 만들다가 갑자기 결정 A가 모조리 사라지고 결정 B로 대체되고,
그 뒤로 무슨 짓을 해도 A가 아니라 B만 만들어지는 것.
뭔 바키에 나오는 싱크로니시티 이야기 같은데, 사실 비슷하다.
같은 물질이라도 열역학적으로 안정된 결정이 있고, 비교적 불안정한 결정이 있는데,
"불안정한" 결정 구조가 어떤 계기로 "안정된" 결정으로 바뀌면,
거기에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결정 구조가 연쇄적으로 변화해 버리는 것.
거기다 이렇게 되면 실험실에 분자 단위에서 결정 씨앗들이 남아 있는 한,
아무리 새로 만들어도 무조건 더 안정된 형태로만 만들어지게 된다.
심지어 결정 씨앗들이 전 지구적으로 퍼지면 아예 지구상 그 어디에서도 만드는 게 불가능해지는 괴기스러운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제약회사 생산 설비에서 벌어지면 머리를 쥐어뜯게 만드는 현상이다.
아예 그 약의 생산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뜻이니.
무수 파록세틴이나 리토나비르가 여기에 된통 당했던 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