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이 인정한 거유
본문
그리스 신화에서 미인으로 꼽히는 신들은 여럿 있음
여신 중에서는 황금사과를 놓고 경합하다 파리스에게 판결을 떠넘긴 세 여신들이 대표적이고, 남신들 중에서는 아폴론과 헤르메스 정도가 대표적인 미남으로 손꼽히는 신들이지
하지만 정작 그리스 신화상에서 외모가 상세하게 묘사된 신은 그리 많지 않음
가장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다는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그저 황금 같은 찬란한 자태라는 묘사 하나로만 그 미모가 표현되고
가정의 여신 헤라는 대리석같은 하얀 피부와 단정하게 땋아내린 머리, 맑게 빛나는 검은 눈 정도가 외모를 상상할 수 있는 단서의 전부임
지혜의 여신 아테나는 그나마 묘사가 풍부해서 여러 저술들의 기록을 모으면 올리브톤의 짙은 피부와 여신임에도 소년같은 체격, 검은 머리칼과 회색 눈, 그리고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졌다는 외모 묘사를 얻어낼 수 있음
그런데 이렇게 신의 외모를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게 묘사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그리스 신화에서 거유글래머라고 명확하게 외모가 묘사되는 여신이 있음
바로 처녀의 수호신이자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
여러 저술을 통해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아르테미스에 대한 묘사는 여신을 추종하는 님프들에 비해 머리 하나는 큰 훤칠한 키와 근육이 잘 짜인 탄탄하고 풍만한 몸매에 은은하게 빛나는 하얀 피부, 은회색 눈과 흑발 또는 금발의 긴 머리카락을 가졌다는 것임
이때 여신의 풍만한 왕사슴에 대해 더 상세히묘사한 신화가 있으니
아르테미스가 그녀의 추종자들과 사냥을 나섰다가 한낮의 작열하는 햇빛을 피해 숲 속의 연못에서 목욕을 하고 있었을 때 아우라라는 이름의 바람의 님프가 여신을 희롱했다가 처녀성을 모욕당한 여신의 진노를 사게 된 이야기
이때 아우라는 "자신의 가슴은 작고 야무져서 달리기에 좋지만 여신님의 가슴은 크고 부드러울 뿐 움직이는데 거추장스럽지 않느냐", "도저히 처녀의 가슴이라 볼 수 없고 아이를 낳아 젖이 나오는 여인의 것과 같은데 이미 남자를 경험하고는 모두를 속이는 게 아니냐" 등의 발언으로 여신을 희롱하였음
이 희롱에 크게 분노한 아르테미스는 정의로운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에게 이 모욕에 대한 심판을 청했지만 그건 나중의 이야기고
이 설화에서 중요한 건 아르테미스가 달리기 거추장스럽게 보일 정도로 풍만하고 부드러운 촉감의 왕사슴을 가졌다는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