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동백꽃』
본문
나는 대뜸 달려들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워드를 단매로 때려 껐다. 워드는 꺼진 채 한 글자 꼼짝 못 하고 그대로 꺼져 버렸다. 그리고 나는 멍하니 섰다가 점순이가 매섭게 눈을 홉뜨고 닥치는 바람에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이놈아! 너 왜 남의 학술논문을 때려죽이니?"
"그럼 어때?"
하고 일어나다가,
"뭐 이 자식아! 누구 교수님 논문인데?"
하고 복장을 떼미는 바람에 다시 벌렁 자빠졌다. 그리고 나서 가만히 생각을 하니 분하기도 하고 무안도스럽고, 또 한편 일을 저질렀으니, 인젠 장학금이 떨어지고 연구실도 내쫓기고 해야 될는지 모른다.
나는 비슬비슬 일어나며 소맷자락으로 눈을 가리고는, 얼김에 엉 하고 울음을 놓았다. 그러나 점순이가 앞으로 다가와서,
"그럼 너 이담부텀 안 그럴 테냐?"
하고 물을 때에야 비로소 살길을 찾은 듯싶었다. 나는 눈물을 우선 씻고 뭘 안 그러는지 명색도 모르건만,
"그래!"
하고 무턱대고 대답하였다.
"요담부터 또 그래 봐라, 내 자꾸 못살게 굴 테니."
"그래 그래 이젠 안 그럴 테야!"
"논문 지운 건 염려 마라, 내 안 이를 테니."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하얀 논문들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너 말 마라!"
"그래!"
조금 있더니 요 아래서,
"점순아! 점순아! 이년이 참조문헌 정리를 하다 말구 어딜 갔어?"
하고 어딜 갔다 온 듯싶은 그 지도교수가 역정이 대단히 났다.
점순이가 겁을 잔뜩 집어먹고 책상 밑을 살금살금 기어서 계단으로 내려간 다음 나는 의자를 끼고 엉금엉금 기어서 흡연장으로 치빼지 않을 수 없었다.
허접♡
석사과정♡
전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