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사르의 군단병 vs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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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살로스 전투가 카이사르군의 결정적 승리로 끝나고, 폼페이우스가 이집트에서 배신으로 암살당하면서
카이사르가 내전의 승기를 잡은 뒤에도, 아프리카로 퇴각한 원로원파의 저항은 계속되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많은 고생과 위기를 넘기고 카이사르군이 아프리카 상륙 및 집결에 성공해 결전을 준비중일 때
제 5군단의 히스파니아(스페인)출신 애송이 신병들이, 배짱 한번 좋게도 그들의 군사호민관(대대장)을 대표로 보내
회전이 벌어지거든 부디 5군단에 적군의 코끼리와 맞서 싸우는 영광을 달라고 카이사르에게 요청해 왔다.
카이사르는 흔쾌히 그들의 요청을 받아들였을 뿐더러, 결전을 준비하며 양군이 대치중인 동안
아쎄이우스들에게 "마치 신참 검투사들을 가르치는 노련한 교관처럼" 어떻게 전진하고 후퇴해아 하는지,
근접전에서 어떻게 적의 공격을 막아내야 하는지, 적을 상대로 페인트 모션을 어떻게 쓰는지 등을 일일히 시범으로 보여주면서
제 5군단 병사들을 위해서는 특별히, 이탈리아에서 너댓 마리의 코끼리들을 수송해와
모의전투를 하면서 코끼리와의 대결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코끼리들은 원래 몇 년 전에, 살아생전의 폼페이우스가 로마로 데려온 놈들이었다.
5군단의 아쎄이우스들은 코끼리를 상대로 열심히 훈련했으나
이 덩치 큰 녀석들이 전투에서 적군만큼이나 아군에게도 골칫거리가 되리라 여긴 카이사르는
코끼리를 더 수송해와 원로원군 코끼리들을 상대로 맞불을 놓을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탑수스 회전에서 카이사르군 양날개 끝에 배치된 투석병들이 먼저 적 코끼리에 일점사를 가해 교란시킨 뒤
5군단 병사들이 당황한 코끼리들을 향해 용맹무쌍하게 돌격하자,
곧 놀란 코끼리들은 역돌격하면서 뒤에 있던 원로원파 누미디아 기병들까지 덩달아 뿔뿔히 흩어지게 만든 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원로원군 진지 안으로 난입해서 사람이든 천막이든 닥치는 대로 짓밟아버렸다.
제 5군단의 한 군단병은 코끼리가 동료를 코로 휘감자,그 코끼리의 상아를 내리쳐서 부러뜨려
엄청난 명성을 얻었다는 믿기 힘든 일화까지 전해진다.
탑수스 회전 후 카이사르는 5군단의 방패와 군기에 코끼리 문양을 넣을 수 있는 영광을 주었고,
역사가 아피아누스에 의하면 5군단의 군기에는 무려 200여 년 뒤에도 코끼리가 자랑스럽게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 스티븐 콜린스 저 "로마의 전설을 만든 카이사르 군단",
kodef 세계 전쟁사 "로마 전쟁" 에서